영남대, 성폭력 피해 고발한 여교수 '해임'...여성단체 "보복성, 철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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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 3년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학내 사건 실명 '미투'
징계위 "허위사실로 학교 명예실추, 교원 품위유지 손상"
9일 해임 처분...가해자 지목된 B교수도 같은 날 해임
대구여성회 "직장내 성희롱 묵살, 불이익조치" 규탄


학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여성 교수에 대해 영남대학교가 해임 처분을 내렸다. 

영남대와 여성단체의 말을 11일 종합한 결과, 영남대 징계위원회는 지난 9일 영남대 소속 A 여성 교수에 대해 해임을 통보했다. A교수는 10일부터 사립대학교 교원 신분을 박탈당했다. 

징계위는 "A교수가 학내 성폭력이라는 허위 사실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 언론 등 외부에 알렸다"며 "거짓으로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해임 사유를 밝혔다. 또 "교원으로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해 품위를 손상시키고, 대학의 다른 관리자들의 명예까지 훼손시켰다"고 덧붙였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캠퍼스 정문(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캠퍼스 정문(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피해를 고발한 A 여성 교수뿐만 아니라 당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영남대 소속 B 남성 교수도 같은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위는 앞서 9일 A교수를 포함해 B교수에게도 해임 사실을 통보했다. 

3년 전 학내 성폭력 미투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 가해자 교수 2명 모두 중징계 처분을 받아 영남대 강단에서 내쫓겼다. 대학 내 교수 간 미투 사건도, 두 사람 모두 해임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A교수는 2021년 5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19년 B교수로부터 강간 당했다"는 실명 미투 글을 올렸다. 국민 25만여명이 동의해 청와대가 답변까지 했다. A교수는 B교수를 '강강죄', 감독 권한이 있던 센터장 C교수를 '강요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두 사람 모두 불송치했다. 다시 대구지검에 고소했지만 무혐의로 종결했다. 

이어 B교수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A교수를 역고소했고, 법원은 최근 A교수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교수도 같은 혐의로 A교수를 고소했다. 이미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이 최종 확정됐다. '성폭력' 여부는 끝내 법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반면 '직장내 성희롱'은 사법부가 인정했다. A교수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B교수를 '직장 내 성희롱' 혐의로 민사 손해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직장내 성희롱이 있었다고 보고 배상금 300만원을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교수에게 B교수가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영남대는 이번 징계가 3년 전 성폭력 고발 건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직장내 성희롱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수사기관 불기소, 재판부 판결을 토대로 해임 징계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영남대 성폭력 피해자 해임 시도 철회" 기자회견(2023.12.11.영남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성폭력 피해자 해임 시도 철회" 기자회견(2023.12.11.영남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학 관계자는 "징계위가 두 사람의 소명을 듣고 최종 해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허위사실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부분,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킨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대학은 학내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엄정 대처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성폭력 피해자 주장은 묵살하고, 명예훼손에만 초점을 맞춘 "보복성 징계"라고 반발했다. 

(사)대구여성회(대표 김예민)는 "성폭력 피해가자 성희롱과 성추행을 견딜 수 없어 학내에 알렸지만 오히려 입막음 당하거나 보직을 없애는 등 2차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를 외부에 호소할 수밖에 없어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는데 가해 사실은 외면하고 학교 명예훼손에만 집중해 해임했다"고 규탄했다.  

또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를 해임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며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는 피해자에 대한 파면, 해임, 해고 등 불이익조치를 금지하고 있는데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피해자를 해임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어 "앞으로 영남대에서 직장내 성희롱·성폭력이 일어나도 누구도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할 수 없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보복성 해임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해임된 A교수와 B교수 모두 영남대를 상대로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처분취소 소청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교원소청심사위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영남대는 징계위를 다시 열어 두 사람의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 해임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가 떨어지면 복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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