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내 성폭력' 고발한 여성교수 '해임' 시도...여성단체 "적반하장,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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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 2년전 국민청원 동료 교수 실명 고발→검경 무혐의
가해자 지목 교수 '명예훼손' 역고소→대법원 벌금형 확정
직장내 성희롱은 인정...이사회 '해임' 요구, 13일 징계위
"불법적 불이익 조치" / "명예훼손 사건, 법에 따라 처분"


대학 내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 교수에 대해서 영남대학교가 해임을 추진해 논란이다. 

영남대학교(총장 최외출)에 11일 확인한 결과, 영남대 이사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지난 2일 영남대 소속 A교수에 대한 중징계(해임) 요구안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이 징계 요구안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는 오는 13일 회의를 열어 A교수 소명을 듣고 최종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

◆ 2년 전 A교수, B교수 등 청와대 국민청원에 '실명 미투' 
 

영남대학교 정문(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학교 정문(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교수는 2021년 5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A교수는 "2019년 6월 B 남성 교수로부터 강간당했다. 영남대는 덮기 급급하다"는 실명 미투(#Me Too.성폭력 피해 고발) 글을 올렸다. 사흘만에 20만명이 동의했다. 최종 동의 숫자는 25만여명이다. 답변 기준 20만명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다. 청와대는 같은 해 7월 9일 "대학 내 성폭 고발에 답한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 검.경, '강간죄'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 불송치 종결...'명예훼손' 역고소     

A교수는 같은 해 2월 경산경찰서에 B교수를 '강간죄' 혐의로, C교수를 '강요죄' 혐의로 각각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혐의를 찾지 못했다며 최종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했다. 대구지검에 다시 사건을 들고 갖지만 검찰 역시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검경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사건을 덮었다는 혐의를 받는 C교수는 국민청원에 실명으로 글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A교수를 역고소했다. 재판부는 C교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500만원 벌금형을 최종 확정했다. 여성계는 성폭력 피해자를 고통에 몰아넣는 '성폭력 역고소'의 전형이라고 했다.
 

"영남대학교 성폭력 피해자 해임 시도 철회하라" 기자회견(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학교 성폭력 피해자 해임 시도 철회하라" 기자회견(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직장 내 성희롱'은 인정...항소심까지 A교수에 배상 판결

게다가 최근 A교수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인정 받아 민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3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도 A교수에게 1,000만원 배상하라는 판결 내렸다. 같은 사건을 놓고 사법부가 엇갈린 판결을 내린 것이다. 

◆ 이사회 중징계 해임 의결→13일 징계위..."무고한 직원·대학 명예훼손" 

이 과정에서 대학은 A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사회는 해임을 의결했다. 최종 결정은 징계위가 한다. A교수에 대해 대학 측의 중징계 시도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번째다. 

영남대 관계자는 "이번 징계안은 무고한 동료 직원과 대학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것"이라며 "직장 내 성희롱 건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과 규정에 따라서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는 반발했다. 대구여성회, 대구여성의전화 등이 참여하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지역 37개 시민사회단는 12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를 두 번이나 해임하려고 하는 영남대를 규탄한다"며 "적반하장격의 해임 시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발언 중이다.(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발언 중이다.(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항거 불능 '최협의설' 폐기됐는데...피해 없었던 것 아니야"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는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고소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피해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 않냐"며 "피해자가 협박으로 항거가 불가능할 때만 인정되었더 '최협의설'을 근거로 법적 판단을 한 것인데, 이는 올해 9월 대법원에서 폐기됐다. 영남대 사건은 안타깝게 변화 이전에 사법부가 판단을 내려 피해자의 피해는 성범죄로 인정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적 무죄라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기관장은 피해자 보호와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영남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면서 이제 피해자 징계 절차를 진행한다"고 꼬집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두 번이나 해임하려는 영남대 규탄"(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두 번이나 해임하려는 영남대 규탄"(2023.1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성폭력 신고인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법으로 금지...해임 철회"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 법률'과 '성폭력방지법'은 성폭력 피해자와 신고인에 대해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있다"며 "영남대의 이번 해임 시도는 법이 금지하는 불법적인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피해자 해임 조치를 철회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 실시, 2차 피해 조사, 가해자 징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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