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70년 '노동운동역사' 한 눈에...첫 자료실 문 연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4.25 20: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노동운역사자료실' 26일 삼덕동 개관 / 9월총파업~90년대 투쟁사 자료 전시, DB화 계획


굶주림이 계속되고 콜레라가 창궐했던 해방정국 1946년. 대구지역 노동자들은 '9월총파업'을 벌였다. 성난 민심과 만난 노동자들의 파업 물결은 '10월항쟁'으로 번졌다. '빨갱이'로 몰린 수 백, 수 천여명은 경찰과 미군정에 끌려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이름 없는 무덤이됐다.

1970년 대구 출신 청년 노동자 고(故) 전태일은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산화해 숨졌다. 1984년에는 대구 택시 노동자들이 가혹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려 현장투쟁을, 1987년에는 여러 직종의 노동자들이 대파업투쟁을, 1988년에는 노동법개정투쟁을, 1989년에는 노동청 점거농성을 벌였다. 대구지역의 좀 더 나은 노동환경을 위해 헌신한 수 많은 무명의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대구 70년 '노동운동역사'를 한 눈에 살펴보는 지역 첫 자료실이 문을 연다. 흩어진 기억과 흔적을 모아 시민들에게 전시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 해 앞으로의 노동운동 역사들도 기록할 계획이다.

대구 첫 노동운동사자료실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입구(2016.4.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첫 노동운동사자료실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입구(2016.4.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설립추진위원회'는 오는 26일 오후 6시 중구 공평로11 4층에서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개소식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이태광 대표, 권택흥 민주노총대구본부장 등 1백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김승호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의 강연이 이어진다.

지역의 '노동' 관련 자료실은 이따금 생겼지만 곧 문을 닫았다. 1990년초에도 '대구노동연구자료실'이 개소한지 얼마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더군다나 노동운동 관련 자료실은 이번이 지역 처음이다. 국내 첫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은 서울 마포구의 '노동자역사 한내'로 지난 2008년 설립됐으며, 울산에도 2014년 '울산노동역사관 1987'이 문을 열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대구 노동자들은 해방 후 총파업과 10월항쟁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바랐고, 전태일 투쟁을 넘겨받아 착취와 억압을 이기기 위해 80~90년대 본격적인 현장투쟁을 벌였다"며 "권력과 자본, 경찰의 진압과 탄압에도 사람답게 살기 위한 싸움을 벌여 일정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97년 IMF, 2008년 세계금융위기 후 노동운동이 약화돼 안타깝다"며 "앞선 세대의 역사를 돌아보고 이를 계승·발전해 함께 미래의 노동운동을 고민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개소식 후 이들은 70년간의 지역 노동운동사 자료를 모아 전시한다. 자료는 현재까지 수 천점에 이르며 노동운동 관련 당시 신문기사, 사진, 포스터, 서신, 대자보, 벽화 등이 대부분이다. 정식 개장은 오는 6월이다. 자료수집·연구와 함께 토론회와 강연, 강좌, 학습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도 계획 중이다.

추진위에는 대구에서 10~30년동안 노동운동을 한 51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해 준비모임을거쳐 올 1월 추진위를 발족하고 3월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태광(58) 대표는 "수 십년 시간, 수 많은 선배의 희생으로 오늘날 노동이 조금 나아졌지만 자세히 보면 양적 확대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졌다"며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과거 역사에서 미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정신과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면서 "자료실이 그런 소중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개소식 초대장 웹포스터 / 자료 제공.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추진위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개소식 초대장 웹포스터 / 자료 제공.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추진위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