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 단일 집회로 42명 소환...'과잉수사'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5.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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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범어네거리 '총파업' 집회, 시민·농민·학생도 조사...경찰 "적법" / 노조 "공안탄압"


지난 4월 24일 대구 범어네거리에서 열린 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와 관련해, 경찰이 집회 참가자 가운데 무려 42명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해 '과잉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청장 이상식)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본부장 임성열)의 지난 4월 24일 총파업 결의대회 참가자 가운데 모두 42명에 대해 '범어네거리를 불법 점거하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37명에게는 출석통지서를 보냈고 나머지 5명에게는 전화로 출석을 요구했다. 건설노조 대경지부 간부 김모(47)씨는 '경찰 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4.24총파업 경찰 폭력진압.과잉수사 규탄 집회'(2015.5.27.대구지방경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24총파업 경찰 폭력진압.과잉수사 규탄 집회'(2015.5.27.대구지방경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소환 통보를 받은 42명 가운데는 민주노총 임성열 대구본부장, 박희은 사무처장, 이길우 건설노조 대경지부 지부장 등 노조 간부 뿐 아니라 일반 조합원들도 다수 포함됐다. 게다가 농민과 학생, 시민단체 활동가, 일반 시민들도 소환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50대 A씨는 "집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앗는데, 당시 범어네거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소환 요구를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경찰은 4.24총파업 이후 경찰과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들을 대상으로도 소환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혀 소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대구에서 벌어진 단일집회에  경찰이 42명이나 소환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민주노총대구본부의 2월 25일 총파업 결의대회 당시 19명을 소환한 것과 비교하면 경찰의 소환 범위는 두배 이상 늘었다.

4.24총파업 당시 노동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뿌리는 경찰(2015.4.24.범어네거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24총파업 당시 노동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뿌리는 경찰(2015.4.24.범어네거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찰 방패에 부딪쳐 넘어진 여성노동자(2015.4.24.범어네거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찰 방패에 부딪쳐 넘어진 여성노동자(2015.4.24.범어네거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대구본부와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7일 오후 대구지방경찰청 앞에서 '정당한 4.24총파업 노동탄압.공안탄압 분쇄' 집회를 열었다. 오는 28일 오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내용의 집회를 연다. 이 같은 경찰 규탄 집회는 2주째 이어지고 있으며 오는 6월 12일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노조는 "당시 집회는 한달 전 옥외집회 신고 된 합법 집회"라며 "최종 목적지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까지 행진도 신고됐다"고 했다. 또 "범어네거리에 모여 새누리당사로 가는 것도 신고했다"며 "행진을 물대포와 캡사이신(최루액)까지 사용해 진압한 것은 과잉대응, 폭력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42명의 참가를 소환조사하고 1명을 구속한 것은 노동탄압"이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희은 민주노총대구본부 사무처장은 27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합법 집회와 행진을 막은 경찰이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소환조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경찰이 소환 리스트를 100명으로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폭력진압에 이어 과잉수사로 공안탄압을 한다"고 비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4.24 총파업과 관련해 집회 참가자에게 물대포를 쏜 곳은 대구 뿐"이라며 "42명이라는 많은 인원을 소환조사해 과잉수사하는 곳도 대구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범어네거리 점거는 불법점거였고 위법집회였다"며 "위법, 불법에 대해 소환조사를 하는 것은 적법한 수사지 과잉수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분명 해산 명령을 비롯해 여러 조치를 취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아 불법을 저지른 것은 집회 참가자들"이라며 "숫자가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경찰 공안탄압 규탄 기자회견'(2015.4.24.대구지방경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경찰 공안탄압 규탄 기자회견'(2015.4.24.대구지방경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4월 24일 민주노총대구본부는 '박근혜 정권 재벌 배불리기에 맞선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하루 총파업을 했다. 노동자 3천여명(주최측 추산 4천여명, 경찰 추산 2천3백여명)은 오후 2시부터 반월당 등 6곳에서 행진을 벌여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으로 향했다. 이 총파업은 전국에서 열렸다.

그러나 오후 3시 30분쯤 범어네거리에 결집한 이들은 새누리당사로 갈 수 없었다. 경찰병력 1천3백여명이 방패를 들고 순식간에 범어네거리에서 새누리당사로 가는 도로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대구 집회 처음으로 물대포를 쐈다. 캡사이신도 2년만에 사용했다. 대치는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전국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물대포나 캡사이신 등으로 진압한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한편, 인권운동연대와 민변대구지부,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 등 대구지역 인권단체들은 지난 13일 '인권침해조사단'을 구성하고 4.24 총파업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노동자, 시민 사이에 벌어진 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모든 조사를 벌인 뒤 결과는 6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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