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달라"...69년전 민중 외침 여전한 대구의 시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0.0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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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항쟁 69주기] 대구 진혼·추모제 / "왜곡된 역사...진상규명위한 특별법 제정해야"


(가운데)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이 10월항쟁 69주기 진혼제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2015.10.1.대구시민회관 앞)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가운데)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이 10월항쟁 69주기 진혼제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2015.10.1.대구시민회관 앞)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중구 태평로 141. 현재 이 곳에는 대구시민회관이 들어서 있다. 지난 1946년 10월 1일. 지금으로부터 69년 전에는 대구부청이 있던 자리였다. 당시 이곳과 경상감영공원 일대에서는 미군의 식량배급 정책 실패로 인한 배고픔과 전염병 콜레라에 시달리던 대구지역의 노동자들과 민중 수천여명이 "쌀을 달라"고 외치며 생존을 위한 평화 시위를 벌였다. 10월항쟁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수백여명의 무장경찰은 이들을 향해 총을 발포했다. 결국 2명이 숨졌다. 분노한 시민들은 다음 날 숨진 이들의 시신을 메고 대구경찰서를 점거했다. 무기를 탈취한 시민들은 대구역 앞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시민들은 이 과정에서 친일파 등의 집을 털어 먹을 것을 민중들에게 나눠졌다.

1946년 10월항쟁 사건 전개도 / 자료.10월항쟁유족회
1946년 10월항쟁 사건 전개도 / 자료.10월항쟁유족회

미군은 장갑차·기관총 부대를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시위를 진압했다. 하지만 이 시위는 대구뿐 아니라 경북지역으로까지 번져 전국의 70여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전국에서 2백만여명이 이 시위에 참여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10월항쟁 희생자는 204명으로 집계됐다.

69년이 지난 2015년 10월 1일 오후 4시 대구시민회관 앞. 당시 10월항쟁에 가담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 채병기씨의 딸 채영희(71) 10월항쟁유족회장(71)이 눈물을 훔치며 역사의 현장에 서 있었다. 5살이었던 딸은 어느새 자신을 떠났던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겨 일흔을 맞았다.

딸은 매년 10월이면 아버지 생각에 잠을 뒤척인다. "10월 ,국가 폭력에 목숨을 잃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백발의 자식이 모였지만, 70주기가 돼도록 역사의 왜곡은 계속되고 있다"며 "폭도로 매도돼 잊혀진 역사, 쌀을 달라고 외치던 민중들의 시월은 대구에서 여전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0월항쟁 69주기 진혼제에 참가한 한 노동자가 헌화하고 있다(2015.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항쟁 69주기 진혼제에 참가한 한 노동자가 헌화하고 있다(2015.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희림 시인과 김찬수 상임이사 축문을 낭송하고 있다(2015.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희림 시인과 김찬수 상임이사 축문을 낭송하고 있다(2015.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항쟁유족회, 10월문학회,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등 2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10월항쟁 69년 행사위원회는 1일 오후 4시 대구시민회관 앞에서 '46년 10월의 기억'을 주제로 10월항쟁 69주기 진혼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유족 등 시민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 단체는 매년 동성로 일대에서 추모제를 지냈지만 내년 70주기를 앞두고 처음으로 올해 진혼제를 열었다. 진혼제에서는 쌀로 만든 떡과 막걸리로 제사사상을 차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퍼포머 형남수씨가 진혼무를 선보였다. 또 김찬수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상임이사가 쓴 축문을 시인 고희림씨가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묵념과 헌화를 한 후 준비한 떡과 술을 나눠먹었다. 행사위는 진혼제 후 저녁 7시부터 2시간 가량 대구2.28기념중앙공원에서 10월항쟁 69주기 추모제도 가졌다.

퍼포머 형남수씨의 진혼무(2015.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퍼포머 형남수씨의 진혼무(2015.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찬수 상임이사는 "한맺힌 죽음들이 있고 난 뒤 계절이 바뀌고 세월히 흘러 어느덧 69년이 지났지만 10월항쟁의 진상규명은 여전히 더디다"면서 "진실을 올바르게 규명하고, 항쟁 참가자들의 진정한 명예획복과 항쟁정신의 참된 계승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과거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대구경북작가회의는 오는 3일 오후 3시 소극장 함세상에서 제3회 10월 문학제, 10월항재 69년 행사위는 오는 4일 오전 10시 경북대학교 의대 본관 앞에 모여 10월항쟁 역사길 순례를 진행한다.

10월항쟁을 설명하는 피켓이 대구시민회관 앞에 전시됐다(2015.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항쟁을 설명하는 피켓이 대구시민회관 앞에 전시됐다(2015.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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