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꾸짖던 대구 위안부 할머니...끝내 사과 못 받고 92세로 별세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3.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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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위안소 끌려가 고초 60년만에 귀향해 피해증언·일본사과 촉구, 건강 악화로 별세...생존자 18명


대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끝내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향년 92세 나이로 별세했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대표 서혁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모 할머니가 지난 2일 92세 나이로 대구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3일 밝혔다. 할머니 장례는 유가족 뜻대로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 할머니는 1928년 5월 17일 경북 영일군에서 태어났다. 취업을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제강점기 막바지 1944년 15살의 나이로 고향 영일군을 떠나 중국 북만주 위안소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건강 악화로 침대에 누워 설 인사를 온 이들의 손을 잡은 이 할머니(2019.1.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강 악화로 침대에 누워 설 인사를 온 이들의 손을 잡은 이 할머니(2019.1.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분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형상화한 대구 2.28공원 앞 평화의 소녕상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분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형상화한 대구 2.28공원 앞 평화의 소녕상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시 일본군인들에게 당한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영원히 남았다. 광복 이후 위안소에서 도망쳐 나왔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고국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에 남아 거주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5년 60여년만에 귀향해 고국 땅을 밟았다. 한국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정식 등록한 뒤 대구에 터전을 잡고 10년 넘게 살았다.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는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일본과 독일 등 해외에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며 여성인권운동가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휠체어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돼 외부 활동을 멈추게 됐다. 이 과정에서도 정신대시민모임 활동가들과 정기적 만남이 있으면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를 꾸짖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택에서 병원을 오가며 재활 치료를 받았으나 완치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올 3월 3일 기준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18명으로 줄었다. 대구경북 각 1명, 부산울산 각 1명, 경기 7명, 서울 4명, 경남 3명이다. 전체 등록자 240명 중 222명이 별세했다. 생존자 할머니 중 5명은 85세~89세, 10명은 90~95세, 3명은 96세 이상으로 평균연령 92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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