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이유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
  • 입력 2023.04.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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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9년 지난 지금도 진실은 차디찬 바다에"
"잊지 않고 기억하면 '노란리본'은 생명·안전 초석 될 것"


2014년 4월 16일, TV에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을 보다가 초등4학년이던 둘째가 말했다.

"나는 저 배 타고 있었으면 죽었을 거 같아, 수영도 못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니 배안에 그대로 있었을 거니까." 천방지축 중1인 첫째가 말했다. "나는 살았을 거야. 수영도 잘하고, 선생님 말대로 배안에 그대로 있었을 리가 없잖아. 갑판에 나와 있다가 바다에 뛰어들었을 거야.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은 구조되었잖아."

이 참혹한 대화는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뉴스를 보며 다르게 재현되었다. 

첫째는 "난 힘도 좋으니까 저기에 있었어도 벽타고 기어 올라가서 살지 않았을까?" 둘째가 말했다. "엄마는 내가 저기 안 갔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 서울 있었으면 이태원 갔을 거야. 코로나도 대입도 끝나고 맞는 이 할로윈에 안 갔을 리가 없어. 음, 그러니까 살아남기는 어려웠겠지."
 
"세월호 참사 성역없는 진상규명하라"...9주기 대구 기자회견(2023.4.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참사 성역없는 진상규명하라"...9주기 대구 기자회견(2023.4.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렇게 우리가족은 국가와 시스템이 무너진 참사의 현장에서 우리 모두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또다시 이야기 했다. 10.29 참사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참사가 벌이지고 난 뒤 국가부재현상과 책임회피도 세월호 참사와 판박이이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를 이야기했던 사람들 중 한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다. 그렇게 세월호 9주기를 맞이했다. 

필자에게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팔찌와 리본, 뱃지는 외출할 때 필수품이다. 세월호 뱃지를 달고 학교 강의를 갔더니 뱃지를 하지 말라는 학교도 있었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금방 잊어버리면서 유난 떠느냐는 성난 소리를 듣기도 한다. 더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께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이런 조그만 기억행동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세월호 참사는 급격한 산업화시기를 지나며 대한민국이 행해온 관행과 악습, 편법들이 응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며 뒷전으로 미루어둔 여러 가지 것들이 세월호 참사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이미 사용기한이 지난 낡은 배를 수입, 개조하여 운항하고 배의 평형수를 마음대로 조정하였으며, 선박의 짐을 결박하지 않은 채 해상의 날씨가 좋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운항하였다.
 
'세월호 9주기 기억과 약속 주간 선포 대구시민 기자회견'(2023.4.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9주기 기억과 약속 주간 선포 대구시민 기자회견'(2023.4.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참사를 일으킨 여러 가지 행위들은 익숙하게 보아온 모습들이다. 안전을 위한 규정들은 쉽게 무시되었으며 이를 감시, 감독해야할 기관들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우리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관행, 편법들이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잊지 않고 새기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세월호를 잊으라는 말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살던 대로 살자는 말로 들린다. 

진보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 사회를 바꾸는 것이라면 일상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이 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살면서 대한민국에 수많은 참사들을 보았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상인동가스폭발사고, 대구지하철참사 등 기록된 사건, 사고와 참사들은 특별한 어떤 상황에서 발생한 경우보다 왜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거나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사건사고와 희생 속에서 이 사회는 어떤 깨달음을 얻고 예방과 대응시스템을 마련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진상규명"...영화 '장기자랑' 대구 시사회 관객들(2023.3.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진상규명"...영화 '장기자랑' 대구 시사회 관객들(2023.3.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가와 사회가 앞장서서 만들어야 하는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유족들과 함께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다.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하여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안전에 대한 권리를 ‘안전권’으로 명시하고 피해자가 안전사고의 대응·복구 과정에 참여할 권리, 진실을 알 권리, 기억하고 추모할 권리, 피해자에 대한 모욕을 처벌할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

또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대형재난참사에서 국가공무원의 안전의무를 다하도록 하고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활동도 벌이고 있다. 법제정과 함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기본적인 문제이다. 세월호 참사 후 9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세월호의 진실은 차디찬 바다 속에 있고, 우리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노란리본은 생명존중과 안전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남은주 칼럼 43]
남은주 /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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