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차가운 거리에 앉아 촛불을 밝힌 대구시민들.
'근조', '진상규명', '명복을 빕니다' 등 각자 추모의 문구를 적어 희생자를 기렸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철저한 진상규명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10.29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켓도 들었다.
더 나아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윤석열 퇴진하라" 피켓까지 등장했다. 사망 156명, 부상 196명 등 352명의 사상자(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5일 집계 기준)가 10월 29일 왜 발생했는지 국민들은 묻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도 '10.29 서울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구촛불행동'은 정부가 지정한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5시 30분부터 2시간 가까이 대구 중구 동성로 옛 중앙파출소 앞 야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대구시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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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촛불집회'(2022.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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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8일째인 이날 동성로 광장에서 시민 100여명이 참석해 촛불을 들었다. 검은 넥타이를 매거나 검은 정장을 입은 시민들도 많았다. 참가자 연령대도 다양했다. 10대 고등학생, 20대 대학생들을 비롯해 부자, 모녀, 부부 등 가족 단위, 60대~70대 어르신들도 이날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한 목소리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이번 참사 원인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1999년생 채지민(23)씨는 "내 또래가 그날 많이 희생돼 안타까운 마음에 촛불이라도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왔다"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치고 죽어서 놀라고 슬펐다"고 했다. 또 "핼러윈이라고 그날 왜 거기에 놀러 갔냐고 막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피해자나 유족 입장을 생각해 그런 말은 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세월호처럼 또 다시 국가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안전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무살 딸과 함께 집회에 온 김모(65)씨는 "마치 무정부 같다"며 "선장 없는 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불안한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죄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길에서 다 죽을 수 있겠냐"며 "국민 생명을 못지킨 윤석열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고 분노했다.
'이태원 참사'가 아닌 '윤석열 참사'라고 규정해야 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이재경(64)씨는 "이태원 참사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면서 "10월 29일은 윤석열 참사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대처가 안일해 많은 생명이 안타깝게 죽었다"며 "국민이 죽어갈 때 나라는 뭐했나. 애도하는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지만 화가 더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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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복을 빕니다"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단 시민(2022.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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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은 현장에서 추도식을 진행했다. 정금교 목사 등 목회자 9명은 추도사에서 "내 가족을 황망하게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유족, 지인, 친구. 그들의 안타까움과 억울함, 분노와 좌절을 어루만져달라"고 했다.
이어 "시름에 빠진 이 땅의 모든 국민들 마음을 붙들어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달라"면서 "희생자와 유족, 지인, 친구들의 비통한 마음을 이끌어 다시 한번 진리와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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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조 깃발과 검은 리본…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2022.1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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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사회를 맡은 신은진(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회원)씨는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이 만들어낸 참사"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16 세월호' 판박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신호 대구4.16연대 상임대표는 "이태원 참사는 8년 전 세월호 참사 판박이"라며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책임자 처벌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같은 길을 걸어선 안된다"면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대구촛불행동은 오는 12일 오후 5시 30분에도 같은 장소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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