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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참사' 반성 없는 나라...대구 중앙로역에 모인 지하철·세월호 유족의 호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2.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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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연대·지하철·삼풍·가습기·씨랜드 등 8개 유족협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 발족→권리옹호센터 준비
최근엔 모욕·혐오 2차 피해까지 확산..."결국 나의 일"
진실규명·연대·증언 지원활동 "안전사회, 기억에서부터"


"우리는 전국에서 모인 재난참사 피해 가족입니다. 뜻하지 않은 참사로 가족을 잃었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삶을 잃었으며, 국가가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었습니다. 모두 '남의 일'처럼 생각했습니다"

대구지하철, 세월호, 삼풍백화점, 씨랜드, 가습기 살균제. 이름만 들어도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참사' 피해자 유족들이 2.18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를 앞둔 17일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 대구 중앙로역사 앞 공동 기자회견(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 대구 중앙로역사 앞 공동 기자회견(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년 전인 2003년 2월 18일 화염에 휩싸여 192명이 숨진 중앙로역에서 이들은 손을 맞잡았다. 검게 탄 공중전화 박스와 희생자 유류품이 전시된 '추모의 벽' 앞에 선 유족들은 연대를 다짐했다. 다시는 이 같은 재난과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전국의 유족들이 힘을 합칠 것을 약속했다.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가칭)'는 17일 오후 중앙로역사 추모의 벽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연대에는 ▲대구지하철참사유가족협의회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인현동화재참사유가족협의회 ▲한국가습기살균제참사협의회 ▲태안해병대사설캠프참사유가족협의회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 ▲삼풍백화점참사피해가족협의회 ▲씨랜드참사가족협의회 등 8개 유족 단체가 참여한다. 현재는 초동 모임으로 각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과 참사 유족 단체들이 추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 "재난과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하라"...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의 요구(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지하철 참사 추모의 벽에 걸린 희생자들의 사진(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다른 참사 피해 가족들과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지원활동을 한다.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가족연대는 지난 1년간 4.16재단과 함께 4차례 권역별 모임을 갖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와 권리보장을 위한 '재난피해자권리옹호센터(가칭)' 설립을 준비했다. 특히 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맞아 지하철 참사 유족들과의 연대를 시작으로 다른 유족들과의 연대도 계획하고 있다. 

가족연대는 "진실은 법 앞에서 멈췄고 법 바깥으로 내몰리는 심정"이라며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목소리를 낼수록 법과 국가는 더 멀리 내치는 것 같은 30년, 20년, 10년의 시간을 지냈다"고 하소연했다. 
 
박래군 4.16재단 이사가 지하철 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중앙로역에서 발언 중이다.(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래군 4.16재단 이사가 지하철 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중앙로역에서 발언 중이다.(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재난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책임자 처벌이 요원해지는 세월이 더해져 전국의 재난 참사 가족들이 2023년 이곳에 모일만큼 우리 사회에 수많은 유족이 생겼다"면서 "전국 곳곳에서 각자 싸운 우리들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사회 태도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10.29 이태원 참사까지 달라진 게 없다"며 "남의 일이 아닌 결국 나의 일이다. 더 이상 안타까워만 하지 않고 함께 곁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고 혐오하지 않는 사회를 원하고, 시스템과 사회 제도가 제대로 서길 바라며,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안전사회를 위해서는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하철 참사가 스무번째 돌아오는 올해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우리 사회의 안녕을 기원하겠다"며 "과거에만 붙들린 사람들이 아니라 현재도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도 이 참사를 추모하고 애도해달라"면서 "내 이웃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도록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중앙로역사 지하 1층에서 지하철 참사 20주기 사진전을 보는 학생들(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중앙로역사 지하 1층에서 지하철 참사 20주기 사진전을 보는 학생들(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래군(62) 4.16재단 상임이사는 "그날도 평일과 다름 없이 사람들은 의심 없이 전철을 탓을 것"이라며 "불덩이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유족, 피해자들 역시 참사 이후 지옥의 시간을 강요 받았다"면서 "참사 현장인 승강장을 물청소하고 차량을 이동한데 이어 추모공원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말이 안되는 잔인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2.18을 제대로 기억해야 대구가 안전한 도시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나서서 유족의 호소에 귀 기울여 달라. 그것이 제2의 2.18을 막고 안전한 대구를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희생자들 이름에 국화꽃을 헌화하는 시민(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그날을, 그들을 잊지 말아주세요...묵념 후 지하철 역사를 떠나는 시민(2023.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이날 중앙로역사 지하 1층에서 '풀지 못하는 한(恨), 진정한 추모는 아직입니다'를 주제로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20주기 추모사진전'을 열었다. 사고 일지, 사고 이후 부실 대응, 불안전한 안전시스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들이 담겨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추모의 벽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국화꽃을 헌화하고 희생자들에게 고개 숙여 묵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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