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10.29 서울 이태원 참사로부터 벌써 49일이 흘렀다. 49재를 맞는 12월 16일 오후 6시 34분 대구 중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소가 차려졌다.
대구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전체 희생자 158명 가운데 유가족 동의를 얻어 공개된 76명의 영정사진 앞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고개를 숙여 묵념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대학생 한모(23)씨는 "벌써 49일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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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대구 분향소' 영정사진에 헌화하는 시민(2022.12.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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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24개 시민·사회·종교·노동단체·정당이 참여하는 '10.29 이태원 참사 대구시민추모공동행동'은 16일 오후 동성로에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같은 장소에서 49재 대구시민추모제를 진행했다. 분향소와 추모제에 참석한 추모객은 200여명이다.
시민들은 촛불을 켜고 다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 책임을 따지기도 했다. 특히 시민들은 "우리의 추모는 끝나지 않았다"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국가 책임 ▲윤석열 대통령 책임을 촉구했다.
2003년 2.18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 유가족과 종교계, 노동계 인사들도 이날 추모제에 참석했다.
전재영(60.경북 김천)씨는 19년 전 192명이 숨진 대구지하철 참사로 아내 고(故)박미영(당시 36세)씨와 딸 고(故) 전혜진(당시 7세)양을 잃었다. 전씨는 이날 대구 추모제에서 "믿고 싶지 않았고, 똑바로 쳐다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며 "먼저 아픔을 겪은 대구지하철 유족으로서 참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달라', '다시는 이 땅에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유언을 제대로 받들었다면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가 없었을텐데하는 마음에 부끄러웠다"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상황을 지켜보며 이 땅의 어른으로서 너무나 창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부디 남겨진 국민들이 잊지 않고 이 참사를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장수연 대구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대표는 "8년 전 세월호 참사로 국민이 트라우마를 겪었는데, 이태원 참사로 국민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며 "국민 생명을 담보하지 못하는 국가 책임 부재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심 한복판 차디찬 거리에서 158명이 압사라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희생자뿐 아니라 생존자, 유족, 국민이 같은 아픔에 슬퍼하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앞으로 누구도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선 안된다"며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유족과 함께 진실규명에 나서자"고 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은 "대구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까지 그 어떤 참사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책임을 지지 않았고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았다"며 "안타깝지만 이번 참사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책임질 것이라는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 이상 대한민국 정치권에게 기댈 게 없다"면서 "국민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고 행동해야, 이태원 참사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날까지 유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김예민 사무처장은 "이태원 참사를 영원히 잊지 말아달라"며 "우리가 함께 기억하겠다. 유가족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도 진실규명이 되는 그날까지 함께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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