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현습지 개발...전문가들도 "생태 파괴, 백지화" 반발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08.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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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채병수 박사, 임봉희 부소장 등 환경단체 공동 기자회견
멸종위기 법정보호종 9종 포함 20종 포유류 사는 마지막 피난처
"부실한 환경평가로 생태계 훼손, 존재 가치 망각 환경부" 규탄
낙동강환경청, 금호강 368억 공사 강행..."피해 최소화 공법"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 대한 정부의 개발공사에 대해 야생생물과 어류, 조류를 다루는 전문가들도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며 반발했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대구 동구 팔현습지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예정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2023.8.21. 금호강 팔현습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2023.8.21. 금호강 팔현습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25년까지 대구 동구 효목동~수성구 매호동 일원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구간에 5.3km, 14만 2,867㎡ 규모로 자전거도로 등 산책로를 건설하고, 제방을 확장한다. 예산 368억을 들여 제방은 내달 확장하고, 산책로는 내년 10월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호강공대위는 "팔현습지는 대구의 중요한 습지라는 가치에 걸맞지 않게 파크골프장, 인공정원, 보도교 교량까지 들어올 정도로 이미 많은 개발이 이뤄졌다"며 "이곳을 더 개발한다는 것은 팔현습지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치는 것으로,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자 탐욕"이라고 지적했다.

금호강 하천환경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했다. 공대위는 "지난해 9월부터 팔현습지 생태조사를 실시해 9종의 법정보호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태조사 전문기관이 수행한 환경영향평가서 상 법정보호종은 수달, 원앙, 삵 3종"이라면서 "이는 환경영향평가를 엉터리로 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왼쪽부터)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채병수 담수생태연구소 박사, 임봉희 꾸룩새연구소 부소장(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채병수 담수생태연구소 박사, 임봉희 꾸룩새연구소 부소장(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야생동물·어류·조류 전문가 한상훈(63)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일본 홋카이도대 농학박사 졸업), 채병수(68) 담수생태연구소 박사(경북대 생물학 박사 졸업), 연구소를 세워 11년간 조류를 탐사해온 임봉희(59) 꾸룩새연구소 부소장이 함께했다. 전문가들은 팔현습지에 서식하는 생물들에 대해 설명하며 생태학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사를 강행하면 야생동물을 내쫓아 생태계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팔현습지에는 수달, 삵, 담비 등 법정보호종뿐 아니라 20여종 이상의 포유류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야생동물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볼 수 있다"면서 "다른 개발 부서도 아니고 환경부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망각하고 스스로 자연을 훼손하겠다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금호강 팔현습지 왕버들숲(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금호강 팔현습지 왕버들숲(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팔현습지 안에서 발견된 야생동물 고라니 배설물(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팔현습지 안에서 발견된 야생동물 고라니 배설물(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채병수 담수생태연구소 박사는 "금호강 생태계가 상당히 좋아져 어류들이 다시 나타났지만, 생태계 회복 과정 중 보도교 공사를 하게 되면 어류 주요 서식처 일대가 파헤쳐진다"면서 "깊은 곳을 근거지로 해 살아가는 성체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임봉희 꾸룩새연구소 부소장은 "수리부엉이는 사람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절벽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며 "나무 높이만한 보도교를 건설하는 것은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만들어 새끼를 키우고 있는 공간을 차단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사업 시행자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공법 변경, 모니터링 등을 실시해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환경영향평가 부실 지적에 대해서는 "부실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팔현습지 안에 산책로 공사 예정지를 따라 노란 깃발이 설치됐다. (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팔현습지 안에 산책로 공사 예정지를 따라 노란 깃발이 설치됐다. (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공사1과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부실하지 않다. 당시 법정보호종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시기 문제일 수 있다"며 "법정보호종이 추가로 나타난 부분에 대해 추가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책로 조성사업의 보도교 건설 공법 변경 중"이라면서 "교각을 45개에서 6개로 대폭 줄여 설치하고, 어류 이동통로 확보를 위해 흉관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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