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가 금호강 일대 산책로 공사 중 수십그루 나무를 베고 시멘트를 강변에 덮어 논란이다.
공사 발주처 수성구는 "훼손을 최소한 사업"이라며 "환경평가를 통과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반면, 환경단체는 "탄소중립 시대에 벌목과 시멘트가 왠말이냐"며 "환경파괴 사업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수성구청(구청장 김대권)에 25일 확인한 결과, 수성구는 김대권 구청장의 '행복한 삶이 있는 미래도시 비전 2030' 공약사항 중 하나로 금호강 일대에 '사색의 강길-생각을 담는 길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구청장의 12대 역점과제 중 하나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문화도시'가 목표다.
'사색의 강길' 사업 배경은 산립자원을 조화롭게 이어 바쁜 현대인이 사색을 하면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생태와 문화를 연결해 지역문화단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쉽게 말해 강변 일대를 개선해 친수공간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여 수변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성구의 2020년도~2030년도 장기발전종합계획에도 이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전체 사업 구간은 1~2단계로 나눠져 있다. 총 길이는 4.2km, 폭 2m에 이른다. 1단계 구간은 범안대교에서 매호천까지 2.8km에 이른다. 고모동 팔현마을부터 남천 합류부까지다. 1단계 구간의 경우 지난 2020년 대구지방환경청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2020년 12월 부산국토청과 업무협의를 마쳤고, 지난해 12월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하천 점유 허가가 났다. 현재 1단계 공사를 진행 중이고 오는 9월이면 산책로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수성구는 예상하고 있다. 2단계 구간은 아직 미정이다. 전체 사업 예산은 30억원대다. 1단계 공사비는 10억원대다. 국·시비 없이 100% 구비다. 2단계 구간 공사에 대해서는 새롭게 환경평가 절차와 하천 점유 허가를 받아야하는 탓에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환경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특히 1단계 구간 중 수성구 고산동에 있는 금호강 산책로 공사에 대해 환경파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 24일 공사 중 강변에 있는 자생 아름드리 버드나무 30여그루를 베어내고, 강변 바닥에 콘크리트 시멘트를 붓는 타설 공사를 진행한 탓이다. '생태도시'를 말하면서 멀쩡한 나무를 벌목하고 시멘트를 들이붓는 공사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4일 성명서를 내고 "수성구청이 국가 하천 금호강에서 벌이는 사업은 환경파괴, 수질오염을 불러오는 공사"라며 "토목공사를 멈추고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생태를 말하며 환경파괴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나무를 벌목하면서까지 산책로를 만드는 것에 주민들이 환영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시민 편의를 운운하는 것도 말이되지 않는다"며 "산림훼손만 일삼는 엉터리 토건행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수성구 측은 "일부 우려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과장과 오해도 크다"고 밝혔다.
사업 주관 부서인 건설과 김상훈 하천시설업무 팀장은 "끊어진 강변길을 잇는 과정 중 양수기를 이용해 강물을 빼내고 타설 공사를 한 건 맞지만, 양생이 끝난 뒤 강물을 채운 것이지 강물이 있는 채로 시멘트 공사를 했다는 건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나무를 베어낸 것은 쓰러지거나 죽은 하천변 잡목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고 인공구조물 설치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완공되면 학생들이 부모님들과 산책로에 와서 철새도 관찰할 수 있고 환경과 가까워지는 여러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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