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1급 얼룩새코미꾸리와 큰기러기, 큰고니, 황조롱이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지 금호강. 천연기념물들이 사는 금호강 일대에서 환경부가 하천정비사업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청장 홍동곤)은 30일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금호강 고모지구 하청환경정비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홍동곤 청장을 포함해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업 지역은 동구 효목동과 수성구 매호동을 가로지르는 금호강 고모지구(팔현습지)다. 전체 길이는 고모보축 3.9km, 산책로 도로 1.5km 등 5.5km다. 제방 길이·폭을 넓혀 슈퍼제방을 쌓고, 대구 인터불고호텔 금호강변에 교량식 자전거도로를 지어 산책로를 조성해 자전거도로와 연결하는 사업 내용이다. 발주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다. 사업비는 287억7,900만원이다. 사업 기간은 오는 2025년 3월까지다. 환경청은 시공사 3곳을 선정했고 건설사업관리단도 2곳을 확정했다.
하지만 공사는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 예정지 고모지구 일대에 금호강 3대 습지인 팔현습지가 있고,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것이 뒤늦게 발견돼 환경훼손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 사업은 2020년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에서 출발했다.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으로 대구지방환경청은 이 사업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공사를 확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과 12월 두차례 대구환경청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 얼룩새코미꾸리 이외에 황조롱이와 큰고니 등 법정보호종 조류 5종이 추가로 발견됐다. 공사는 중단됐다. 그러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올해 1월 1차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2월 환경단체와 면담을 통해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3월 2차 자문회의를 열었다.
사업을 완전히 접는 수순으로 보였다. 하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4월 6일 1차 주민설명회를 열고 사업 추진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두달여만에 2차 주민설명회를 열고 공사 강행 의지를 보였다. '멸종위기종 보호방안과 환경피해 저감대책'을 발표했다. ▲교각 수 45개의 강관 거더교를 교각 수 6개로 줄인 아치교로 변경해 환경 피해를 축소하고 ▲공사 기간에 멸종위기종 생물들을 안전한 다른 곳으로 잠시 이동시켰다가 공사 이후 다시 옮기는 방안 등이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강 고모지구 팔현습지 공사를 강행해 환경을 훼손하는 낙동강유역환경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멸종위기종 보금자리에서 공사를 강행하면 환경파괴는 불보듯 뻔하다"며 "해당 지역은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이미 난개발로 고통 받고 있다. 목적 불분명한 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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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팔현습지 파괴 산책로 공사 강행 낙동강유역환경청 규탄" 기자회견(2023.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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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환경을 포기한 환경부"라며 "생태 파괴 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금호강은 일부 주민이 아닌 시민 모두의 쉼터"라며 "대자연이 고스란히 남은 팔현습지를 개발하지 말고 보존하라"고 했다.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은 "수달, 삵들이 겨우 살아가는 곳에 혈세를 들여 생태파괴를 자행해선 안된다"고 했다.
주민설명회 도중에는 환경청, 주민 보도교추진단, 환경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고성이 오가고 언쟁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최현숙 수성구의원(비례대표.예결위원장)도 참석해 정비 사업을 옹호했다.
홍동곤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환경에 당연히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감내할만한 수준의 피해"라며 "국민 안전을 위한 제방 사업으로 봐달라. 안전 분야는 책임지고 제가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훼손 여부는 우리 청(낙동강유역환경청)이 아닌 대구환경이 이미 환경평가에서 통과시킨 사안"이라며 "우리는 시행자일 뿐 OK 한 것은 대구환경청"이라고 했다. 또 "환경청과 국토청이 합치기 전 이미 대구환경청이 다 내줬기 때문에 잘못되면 대구환경청이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춘식(55) 보도교추진단장은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고 환경평가도 통과했다"며 "미꾸리 보호 방안과 환경 피해 대책도 마련했는데 '중단하라?'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도 자연을 보호하고 동물과 공생하길 바라지만, 정비 사업을 하면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고 지역 발전도 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 요구도 자연보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업이 취소돼 피해가 생긴다면 우리는 환경단체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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