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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금호강 산책로 '환경훼손' 우려에 사업 축소 합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9.1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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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사색의 강길', 나무 수십그루 베고 시멘트 붓고
환경단체 "생태파괴" 반발, 수성구청 수정안 동의
4.3km→2.3km 절반 줄여, 2단계 연장 공사 철회
흙길 그대로 살려 포장 없는 '오솔길 산책로' 변경


수십그루 나무를 베고 시멘트를 강변에 덮어 논란이 된 금호강 산책로 조성사업이 전면 수정됐다. 

4km 넘는 산책로 조성사업 구간을 절반인 2km 정도로 줄이고, 인위적인 시멘트 포장길을 만드는 대신 남은 구간은 흙길을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대구 수성구청과 환경단체는 수정안에 서로 합의했다. 
 
"수성구청 환경파괴 혈세탕진 금호강 산책로 공사 중단하라" 기자회견 / 사진.대구환경연
"수성구청 환경파괴 혈세탕진 금호강 산책로 공사 중단하라" 기자회견 / 사진.대구환경연

수성구(구청장 김대권)에 13일 확인한 결과, '사색의 강길-생각을 담는 조성사업' 1단계 구간 공사 중 '환경훼손' 우려가 나와, 2단계 구간 추가 공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앞으로 진행할 공사와 관련해서도 사업 내용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다. 수성구는 대구환경연운동연합 등 11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금호강 산책길 공사를 우려하는 대구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이 수정안에 합의했다.  

수정안을 보면 ▲공사 구간은 4.2km에서 2.3km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이미 공사를 착공한 남천 합수부부터 가천잠수교 구간까지만 공사를 진행하고 가천잠수교부터 범안대교까지는 공사를 하지 않는다. ▲또 남천 합수부터 가천잠수교 구간의 경우 폭 2m 이내의 기존 흙길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일체의 시멘트 포장을 하지 않고 '오솔길 산책로'로 변경해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전체 공사 구간인 고모동 팔현마을에서부터 남천 합수부까지 4km대 산책로 공사 구간 중 이미 공사를 한 1단계 구간 이외에 2단계 추가 연장 공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2단계 공사를 완전히 철회한 셈이다.   
 
"수성구청 환경파괴 혈세탕진 금호강 산책로 공사 중단하라" 기자회견 / 사진.대구환경연
"수성구청 환경파괴 혈세탕진 금호강 산책로 공사 중단하라" 기자회견 / 사진.대구환경연
시멘트 콘크리트 타설 공사...양생 작업 이후 하천에 물이 찼다. / 사진.대구환경연
시멘트 콘크리트 타설 공사...양생 작업 이후 하천에 물이 찼다. / 사진.대구환경연

수성구 관계자는 "조금 더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만들어 구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결정"이라며 "환경단체 우려도 잘 수용해 사업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해해달라"고 했다. 

사색의 강길 산책로는 김대권 수성구청장의 공약사항 중 하나다. 금호강 일대에 산책로를 조성해 생태와 문화를 연결하는 지역문화단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금호강 강변 일대를 개선해 친수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 사색을 하면서 일상에서 수변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멘트 콘크리트 타설 공사...양생 작업 이후 하천에 물이 찼다. / 사진.대구환경연
시멘트 콘크리트 타설 공사...양생 작업 이후 하천에 물이 찼다. / 사진.대구환경연
1단계 구간 공사 중 환경단체가 문제 삼고 있는 금호강 인근 고산동 지역 / 사진.대구환경연
1단계 구간 공사 중 환경단체가 문제 삼고 있는 금호강 인근 고산동 지역 / 사진.대구환경연

전체 사업 구간은 1~2단계로 전체 길이 4.2km, 폭 2m다. 1단계는 범안대교에서 매호천까지 2.8km, 고모동 팔현마을부터 남천 합류부까지다. 2020년 대구지방환경청 소규모환경평가를 통과해 같은해 12월 부산국토청과 업무협의를 마쳤고, 지난 2021년 12월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 점유 허가가 나면서 공사를 진행했다. 9월 공사 마무리를 예상했다. 예산은 100% 구비 30억여원이다. 1단계 공사비는 10억원대다. 2단계 공사는 환경평가 절차와 하천 점유 허가를 받지 않아 아직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1단계 공사 중 발생했다. 고산동에 있는 금호강 산책로 공사 중 강변에 있는 자생 아름드리 버드나무 30여그루를 베어내고, 강변 바닥에 콘크리트 시멘트를 붓는 타설 공사를 진행한 탓이다. 환경단체는 "생태도시를 말하면서 나무를 벌목하고 시멘트를 들이붓는 것은 생태파괴"라고 반발했다. 

'금호강 산책길 공사를 우려하는 대구시민사회대책위'는 지난 12일 보도자료에서 "수성구청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민관 거버넌스의 모범 사례"라고 했다. 또 "보존이 필요한 곳에 더 이상 인위적인 공사는 없어야 한다"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의 길을 찾는 생태 산책길이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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