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기해도 우리는 '제로웨이스트'...대구 친환경 카페들 "플라스틱 NO"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11.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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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인'·'수평적관계' 등 1회용품 규제 철회에도 지속
플라스틱컵·빨대 말고, 텀블러에 스테인리스·옥수수 빨대
겨와 벼껍질 쟁반·생분해 포장지...다회용기 손님 증가
"시민들은 불편 감수할 준비됐는데, 정부 정책 역행"


플라스틱 빨대 대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빨대,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

윤석열 정부가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지역에서 1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매장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친환경 카페들이 있다.

기후위기 시대 정부가 환경을 포기해도 시민들은 환경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구시민들이 베네인을 방문해 진열된 친환경 제품을 보고 있다. (2023.11.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시민들이 베네인을 방문해 진열된 친환경 제품을 보고 있다. (2023.11.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중구 동성로 제로웨이스트 카페 '베네인' (2023.11.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중구 동성로 제로웨이스트 카페 '베네인' (2023.11.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빨대 NO, 개인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

대구 중구 동성로4길 카페 '베네인'에 22일 "개인용기 환영, 용기 내면 할인, 용기 적극 대여"라고 적힌 문구가 적혔다. 1회용품 플라스틱 컵과 플라스틱 빨대는 매장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음료를 포장해 가져가려면 개인 텀블러를 지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빨대도 스테인리스로 된 것만 사용한다.

카페에는 '리필 스테이션'이라는 공간이 있다. 텀블러를 미처 가져오지 못한 이들을 위해 1,000원을 받고 대여해준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주방세제와 섬유유연제도 집에서 용기를 가져오면 1g당 10원에 덜어서 사갈 수 있다. 커피 한잔을 마셔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다. 

대나무 칫솔, 삼베로 만든 수세미, 코코넛으로 만든 화분 등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한 생활용품들도 판매한다. 제품을 구매해도 포장은 따로 하지 않는다. 카페 한켠에는 손님들이 기부한 종이가방들이 있다. 장바구니 없이 빈손으로 오는 손님들을 위해 종이가방을 마련했다.
 
천연 삼베로 만든 수세미와 실(2023.11.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천연 삼베로 만든 수세미와 실(2023.11.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플라스틱 병뚜껑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젠가(2023.11.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플라스틱 병뚜껑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젠가(2023.11.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업사이클링과 플로깅..."탄소중립 계획 없는 정부, 시민들은 불편 감수할 준비 돼"

베네인은 '툿찡포교베네딕트 대구수녀원'에서 운영한다. 지난해 7월 가게를 열었다. 제로웨이스트샵과 함께 시민들에게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을 변형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 교육과 매달 동성로 일대에서 플로깅(Plogging.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위)도 진행하고 있다.

베네인을 운영하는 로제(52) 수녀는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계획이 없어 보인다"며 "정부가 1회용품 사용 규제를 하지 않으면 우리라도 환경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옥수수전분으로 만들어 생분해 가능한 빨대 (2023.11.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옥수수전분으로 만들어 생분해 가능한 빨대 (2023.11.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겨와 벼 껍질로 만든 쟁반, 옥수수 전분 빨대, 생분해되는 포장지

중구 삼덕동에도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와 다회용기 사용을 실천하는 카페가 있다. 중구 동덕로26길에 있는 카페 '수평적관계'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빨대를 사용한다. 커피를 올리는 쟁반도 겨와 벼 껍질 등으로 만든 펄프를 압축한 제품을 쓴다.

커피 콩을 판매할 때 사용하는 포장재는 재사용이 가능한 종이로 만들어졌다. 파우치도 잘 분해되는 재질로 직접 제작했다. 생분해 가능한 빨대와 포장지를 쓰고 폐기 후에도 환경오염이 없다.
 
박보경 '수평적 관계' 매니저가 친환경 파우치를 정리하고 있다. (2023.11.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보경 '수평적 관계' 매니저가 친환경 파우치를 정리하고 있다. (2023.11.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주1~2명에서 하루 20%로 '다회용기' 사용 손님 늘어나 

다회용기나 텀블러를 가져오면 1,000원을 할인해 준다. 이 같은 매장 정책으로 인해 다회용기를 가져오는 손님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카페 개업 당시만 해도 다회용기를 가져온 손님은 주 1~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 전체 손님 중 20%, 5명중 1명꼴로 다회용기를 가져온다. 커피나 음식을 1회용품 플라스틱이 아닌 다회용기에 포장하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가치지향적 소비 문화에 역행하는 정책" 

김태환(41) 수평적관계 대표는 정부의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가치 소비 문화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면서 "당연히 해야 하는 정책을 철회하니 참 허탈하다"고 밝혔다. 또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지향적 소비가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면서 "대구에도 친환경을 실천하는 가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대구시,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지정 '아까와 가게' 목록 (2023.11.22) / 사진.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시,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지정 '아까와 가게' 목록 (2023.11.22) / 사진.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 제로웨이스트샵 9곳→38곳 3년새 4배 증가...'아까와 가게'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사회운동이다. 제품 생산과 소비, 재사용과 회수에 걸쳐 제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 폐기하지 않고 사용한다. 제로웨이스트샵은 이 운동을 실천하는 가게다. 재사용 가능한 생활용품을 판매하거나,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회수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환경부가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철회했지만 플라스틱과 비닐 등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샵이 증가하고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곳에 불과했던 대구 제로웨이스트샵은 지난해 3월 기준 38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3월 대구시와 대구녹소연은 불필요한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는 식당·카페 38곳을 '아까와 가게'로 선정해 사업비 500만원을 지원했다.
 
'1회용품 규제 철회 규탄 범국민 서명운동' (2023.11.16) / 사진. 환경운동연합
'1회용품 규제 철회 규탄 범국민 서명운동' (2023.11.16) / 사진. 환경운동연합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와 도·소매업소, 대규모 점포에 1회용 종이컵과 봉투, 플라스틱 막대 등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1년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24일부터 전면 시행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7일 비닐봉투 단속 취소,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 종이컵 사용규제 철회 등의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사실상 정책을 철회해 1회용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환경·소상공인 등 전국 321개 단체는 지난 21일 전국 18개 시.도에서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통해 환경부를 규탄하고 "원안 시행"을 촉구했다.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47개 단체가 모인 '한국환경회의'는 오는 12월 13일까지 '환경부 1회용품 규제 철회 규탄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해 환경부에 서명부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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