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품 규제 푼 정부...대구경북 "기후위기에 역행, 무책임" 규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11.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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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24일 전면시행 앞두고 자발적 참여로 정책 철회
전국 18곳 162개 환경단체·소상공인 규탄 기자회견
동대구역·경주·안동에서도 정책 후퇴, 원안 시행" 비판
"플라스틱 컵·빨대, 썩지 않는 쓰레기에 생명 피해"


플라스틱컵과 빨대 1회 용품을 다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환경을 위해 카페나 식당에서 사용을 제한했다가 1년 계도 기간을 거쳐 이달 24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었지만, 정부가 기업과 사업주의 자발적 참여로 정책을 철회하면서 규제 고삐를 풀었다.

종이빨대나 다회용컵 등 친환경 제품으로 모두 교체한 소상공인들은 경제적 손실은 물론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황당하다. 환경단체들도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1.9) / 사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1.9) / 사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1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임상준 차관은 "1회용품 사용금지 대상 확대 정책이 현장 여건을 살피지 못한 채 조급하게 도입됐다"면서 "정규 규제보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통해 1회용품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내용은 ▲비닐봉투 단속 취소·대체품 사용 문화 정착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 ▲종이컵 사용규제 철회 ▲일회용품 줄이기 우수 참여매장 소상공인 지원사업 우대조건 부여 등이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년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1회용품 사용 금지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었다.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에 1회용 종이컵과 봉투,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도·소매업소 1회용 봉투·쇼핑백 ▲대규모점포 1회용 우산 비닐 ▲체육시설 합성수지 재질 1회용 응원 용품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규정을 위반하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제41조에 따라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정책을 철회해 1회용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환경부 정책홍보팀 관계자는 "1회용품 규제는 계속 유지되지만, 과태료 처분하는 기간을 뒤로 미룬 것"이라며 "소상공인 비용부담 등에 대한 문제도 있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1회용품 사용 규제 원안 시행 촉구 기자회견' (2023.11.21. 동대구역)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1회용품 사용 규제 원안 시행 촉구 기자회견' (2023.11.21. 동대구역)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소비자·환경·소상공인 등 전국 162개 단체가 모인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은 21일 서울, 인천, 경기, 세종 등 전국 18곳에서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통해 정부를 규탄했다.

대구경북에서도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 시행을 촉구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정의당·진보당·녹색당 대구시당 등 18개 단체가 모인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대구참가단체'는 21일 오전 동대구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기후위기시 시대에 1회용품 감축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1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 종이컵을 포함하라"...기자회견 참석자들의 퍼포먼스(2023.11.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1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 종이컵을 포함하라"...기자회견 참석자들의 퍼포먼스(2023.11.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들 단체는 "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시행했어야 할 규제를 1년간 계도기간으로 늦추더니 급기야 포기 수준에 다다랐다"며 "담당 부처로서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충분한 준비에 이르지 못했다는 환경부 발표는 정책을 준비할 의지가 없었다는 무책임한 선언"이라며 "1회용품 감축 규제 대신 '권고와 국민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국민들에게 1회용품 사용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규제 철회를 치소하고 원안대로 1회용품 규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동대구역 앞 광장에 플라스틱 종이컵 형태로 만든 쓰레기통에 일회용 커피컵과 페트병을 가득 담아 바닥에 쏟았다. 종이컵 내부는 플라스틱으로 코팅돼 있기 때문에, 결국 종이컵도 플라스틱이 포함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1회용품 사용규제 정책 철회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다.
 
(왼쪽부터) 권영기 '오늘도도' 대표, 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2023.11.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권영기 '오늘도도' 대표, 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2023.11.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수성구 샌드위치 가게 '오늘도도' 권영기 대표는 "아주 작은 가게 소상공인으로서 도시락에 음식을 담으면서 1회용품을 안 쓰며 살 수는 없지만, 지구를 아껴 쓰고 다음 세대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보다 나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지금처럼 1회용 종이컵, 커피컵, 빨대, 비닐봉지를 사용한다면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한 번만 사용하고 폐기한다는 것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버려지는 양만큼은 반드시 생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1회용품 규제는 쓰레기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며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이 직결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환경부 1회용품 사용 규제 규탄 경주지역 기자회견' (2023.11.21. 경주시청) / 사진. 경주환경운동연합
'환경부 1회용품 사용 규제 규탄 경주지역 기자회견' (2023.11.21. 경주시청) / 사진. 경주환경운동연합
(왼쪽부터)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서옥림 사무국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3.11.21. 안동시청) / 사진. 안동환경운동연합
(왼쪽부터)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서옥림 사무국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3.11.21. 안동시청) / 사진. 안동환경운동연합

◆경북지역에서도 이날 기자회견과 1인 시위로 환경부를 규탄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정책 후퇴를 규탄한다"며 "1회용품 규제 실시"를 촉구했다.

안동환경운동연합도 안동시청 앞에서 "1회용품 사용 규제 원안 시행" 촉구 1인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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