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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쓰레기 고객센터' 아시나요?..."쓰레기, 돈으로 바꿔드립니다"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07.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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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문 열고 주 2회, 1년간 한시적 운영
재활용품 세척해 주면 현금 적립·자원순환 교육
플라스틱 7종·캔 2종 분류해 재활용 선별장으로
운영진 "지자체 지원으로 센터 운영 지속돼야"


"요구르트병 94g, 페트병 3개, 병뚜껑 4개...총 90원 적립하셨습니다!"

26일 오후 찾은 대구 수성구 동성시장 인근 '쓰레기고객센터'. 문을 열자마자 고객이 들어왔다. 맞은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금화(65)씨다. 그는 쓰레기고객센터 '1호 고객'으로, 센터가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 가오픈 기간을 가질 때부터 이곳을 방문했다. 이후 센터 문이 열릴 때마다 손님들에게 후식으로 제공하는 요구르트병 30~50개를 세척해 가져다준다.
 
PE, PP, PS...플라스틱이 재질별로 분류돼 수거함에 담겨있는 모습(2023.7.26)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PE, PP, PS...플라스틱이 재질별로 분류돼 수거함에 담겨있는 모습(2023.7.26)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그는 "오염물질이 묻은 재활용품은 처리되지 못하고 땅에 묻거나 소각하게 되는데, 그러면 결국 우리 몸에 흡수된다"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을 시민들이 먼저 하겠다고 나선 것이 고맙다. '재활용 정거장'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수성구 주민인 40대 남성 A씨도 부탄가스 용기, 커피 캔 등을 담은 봉지를 자전거 뒷자리에 꽁꽁 묶고 센터를 방문했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센터를 찾아 재활용품을 준다는 그는 "집에 철 캔이 많이 있어 반납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지 않고 버리는 것은 자원 낭비"라면서 "쓰레기를 무턱대고 버리면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른다. 재활용품도 잘 관리해서 환경오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금희(65)씨가 요구르트병을 수거함에 담는 모습(2023.7.26)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센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금희(65)씨가 요구르트병을 수거함에 담는 모습(2023.7.26)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수성구 주민 A씨가 부탄가스 용기 무게를 저울에 대고 있다.(2023.7.26)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수성구 주민 A씨가 부탄가스 용기 무게를 저울에 대고 있다.(2023.7.26)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일 수성구 동성시장 내에 '쓰레기고객센터'(수성구 들안로 287-38)를 열었다. 이 센터는 (주)동아홀딩스가 자원순환 사업으로 이용해달라는 취지로 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한 1억원 가운데 1,800만원을 지원받아 설립됐다.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운영국장을 맡아 지난 3월부터 팀원을 모으고 사업을 계획했다. 박소영·장정희 회원은 각각 센터장과 전임강사를 맡았다. 정경은 회원도 고문으로 참여했다.

센터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8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에 운영한다. 자원순환플랫폼을 통해 쓰레기를 배출한 시민에게 현금 보상을 지급하는 앱인 'CO2CO' 앱을 다운받아 가입한 후, 깨끗하게 세척한 재활용품을 모아 이곳에 가져오면 수량·무개에 따라 현금을 적립할 수 있다. 적립금은 연말에 지급한다. 또 SNS를 활용해 사람들을 모아 환경·자원순환 교육도 한다.

취급 품목은 플라스틱류 7종과 캔류 2종이다. 플라스틱도 재질마다 종류가 다르다. 투명PET병, 유색PET병, PE(생수병 뚜껑, 우유통 등 하얀 통 종류), PP(포장·배달음식 용기류), PS(가벼운 유제품병·용기류), OTHER(두 가지 이상 재질로 혼합된 용기류)로 나뉜다. 캔 종류도 알루미늄과 철로 분류한다. 모인 재활용품은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로 보내 재활용 공정을 거친다.
 
대구 수성구 '쓰레기고객센터' 전경(2023.7.26)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수성구 '쓰레기고객센터' 전경(2023.7.26)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재활용품이 오염된 채 바로 재활용 선별장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세척과 분류 작업을 거쳐 수거장에서 별도의 선별 작업을 거치지 않도록 하는 '쓰레기 정거장'인 셈이다.

센터 운영진은 사업 기간이 1년인 점을 아쉬워하며, 쓰레기고객센터가 지자체 도움을 받아 사업이 지속되기를 희망했다. 이들은 개소를 준비하면서 수성구청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장소 대여 기간이 올해 6월 1일부터 내년 5월 31일까지인데, 계약 연장과 운영비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면서 "노력 여하와 성과에 따라 지속 가능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1년간 사업으로 성과를 내면 지자체에서 사업이 지속될 수 있게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재활용품은 만든 그대로 재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재활용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여러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지자체도 환경 보호를 위해 센터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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