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네 치안센터 65% 사라진다...주민들 "방범 괜찮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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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조직개편, 952곳 중 576곳 연내 감축
경북 등 농촌 집중, 직협·이장협 반발→도 보류
도시 202곳, 동부 8곳·수성 7곳 등 27곳 폐지
땅 기재부에 반납..."교육센터 활용, 기동순찰"
안팎서 예방·민원 등 "치안 공백", 야당 "졸속"


◆ 낮에도 밤에도 경찰관 없고, 문 잠긴 '텅 빈' 치안센터 

"112 순찰근무 중입니다. 용무가 있으신 분은 인터폰 수화기로 경찰관과 통화할 수 있습니다"

대구 중구 동인동에 있는 중부경철서 동인치안센터에 4일 출입문에 붙은 문구다. 중구 수창동에 있는 중부경찰서 역전치안센터 출입문에도 역시 같은 공문이 붙었다. 경찰관은 없고 문은 굳게 잠겼다. 
 

감축 대상에 올라간 대구 중부경찰서 동인치안센터(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감축 대상에 올라간 대구 중부경찰서 동인치안센터(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용무가 있으신 분은 인터폰 수화기를 들어 인근 지구대 경찰관과 통화할 수 있다"는 공지도 보인다. 

치안센터들은 대부분 동네 입구나 중심에 있다. 낮에는 주로 민원을 접수하거나 민생 행정을 살피고, 저녁에는 순찰을 돌면서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는 경찰 치안 업무의 가장 작은 단위다. 하지만 경찰관은 없고(미배치율 44.9%) 문이 잠긴 모습. 치안센터의 흔한 풍경이다. 

이제는 '텅 빈' 치안센터마저 절반 이상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더불어민주당.충북 증평군·진천군·음성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4일 확인한 결과, 경찰청(청장 윤희근)은 조직개편안으로 전국 치안센터 952곳(2023년 기준) 가운데 60.5%에 이르는 576곳을 연내에 폐지하기로 했다.  

폐지하는 치안센터 지역경찰관 377명은 관할 경찰서로 배치해 순찰업무에 활용하고 '기동순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폐지한 치안센터의 부지는 지역 경찰청에서 기획재정부로 반납한다. 그리고 청소년 경찰학교, 상시교육센터, 대기근무 장소, 문화파출소 등 다른 역할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인력 사정상 경찰관이 24시간 상주 못합니다" 역전치안센터 공지문(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력 사정상 경찰관이 24시간 상주 못합니다" 역전치안센터 공지문(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전국 치안센터 952곳 중 576곳 중 연내 감축...대구 27곳, 폐지율 65% 

17개 시·도 지역별로 보면, 대구는 전체 치안센터 41곳 중 65%인 27곳, 서울 164곳 중 10곳, 부산 88곳 중 57곳, 인천 35곳 중 11곳, 광주 3곳 중 1곳, 대전 11곳 중 8곳, 울산 7곳 중 4곳을 없앤다. 

경남은 96곳 중 71곳, 경북 95곳 중 66곳, 전남 122곳 중 56곳, 충남 82곳 중 56곳, 전북 65곳 중 35곳, 충북 4곳 중 30곳, 강원 48곳 중 30곳, 경기남부 31곳 중 10곳, 경기북부 6곳 중 2곳, 제주 13곳 중 7곳을 폐지한다. 세종은 3곳 모두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구의 경우 대구경찰청 자체 폐지 안은 9곳, 미활용 결정안은 18곳으로 모두 27곳 문을 닫는다. 동인치안센터, 서문시장치안센터, 신남치안센터, 대봉치안센터, 신암5동치안센터, 방촌치안센터, 원평치안센터, 수성치안센터, 지산2동치안센터, 범어4동치안센터, 황금2동치안센터, 매천치안센터, 범물치안센터, 비산7동치안센터, 노원2가치안센터, 동대구역치안센터, 신천치안센터 등이다. 
 

동인동 일대에서 치안과 방범 역할을 한 동인치안센터(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인동 일대에서 치안과 방범 역할을 한 동인치안센터(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 닫는 숫자로 보면 동부경찰서 8곳, 수성서 7곳, 중부서와 서부경찰서 각각 4곳, 북부와 강북서 각각 1곳 순이다. 1974년부터 50년 가까이 동네 치안, 방범 역할을 한 치안셈터도 사라진다. 

◆ 농촌에 몰려...경남청 73.9%, 경북청 69.4% "취약지역 치안공백" 반발

농촌지역에 문 닫는 곳이 몰리면서 지역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경남경찰청 73.9%, 충북경찰청 71.4%, 경북경찰청 69.4%, 충남경찰청 68.2% 순으로 폐지율이 높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은 지난 10월 4일 입장문을 통해 "치안센터 폐지 계획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정서적 치안불안감을 준다"며 "폐지해선 안된다"고 반발했다.  경북에서는 영천시 대창면 이장협의회가 지난 11월 23일 "주민 심리 불안이 커진다"며 "농산물 수확철에 절도, 농기계 교통사고가 많은데 치안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폐지 반대 서명서를 영천경찰서에 전달했다.

◆ 7대 광역시 202곳 12월 안에 우선 폐지, 10개 도 일단 보류 

경찰청은 한발 물러섰다. 17개 시·도 가운데 7개 광역시만 우선 폐지하고, 10개 도는 보류했다. 대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울산, 인천 등 대도시는 계획대로 폐지 절차를 밟는다.

농촌지역, 도농복합지역의 경우 주민과 지역 경찰청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의논을 거쳐 폐지 시기와 규모를 재검토한다. 시기를 늦쳤을 뿐 폐지 계획은 완전히 철회하지 않았다. 
 

문이 잠기고 경찰관이 없는 텅 빈 대구 중부경찰서 역전치안센터(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이 잠기고 경찰관이 없는 텅 빈 대구 중부경찰서 역전치안센터(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동네 주민들..."밤에 무서운데 이마저 없으면" 불안

동인치안센터 인근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 주민 양모(56)씨는 "밤에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보이는 치안센터 덕분에 심리적으로 안심되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마저 없어지면 방범도 안되고 치안에 공백히 생겨 범죄에 노출될까 너무 무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내부망에서는 연일 부정적인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논란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다"며 "민생 치안에 공백이 우려되는 엄청난 일이다. 한번 없애면 사실상 역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비판했다. 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현장치안의 근간인 지구대, 파출소, 치안센터 폐지 문제를 졸속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안그래도 부족한 현장 인력을 상위 기관에 배치하는 것이 어떻게 현장 치안 강화 대책이냐"며 "치안센터 부지를 기재부에 반납한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순찰근무 중입니다" 동인치안센터 민원인 신고용 인터폰(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순찰근무 중입니다" 동인치안센터 민원인 신고용 인터폰(2023.1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경찰청 "국유재산 효율화, 현장 인력확보...지속적으로 감축 추진해 와" 

경찰청 관계자는 "국유재산 효율화, 현장 인력확보를 위한 감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지는 2017년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일"이라며 "치안 공백이 없도록 기동순찰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졸속 폐지 지적에 대해서는 "치안센터를 없애면서 국가경찰위원회에 보고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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