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자라고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월급은 날 맞춰서 잘 주고, 잘 대해줬으면 좋겠다"
"2023년 최저임금이 9,620원인 것을 처음 알았었어요"(노동인권교육을 받은 대구 중학생들 의견)
일하는 청소년들의 버팀목인 대구청소년근로보호센터가 올 연말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한 탓이다. 사업 시행 1년 만에 국비 0원이 됐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 17개 센터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 현장에서는 "약자 복지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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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노동자라고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월급은 날 맞춰서 잘 주고, 잘 대해 줬으면 좋겠다"...대구청소년근로보호센터 '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을 받은 한 중학생의 의견서(2023.10.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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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에 6일 확인한 결과, 여가부는 대구청소년근로보호센터를 포함해 전국 17개 청소년근로보호센터에 대한 2024년도 예산은 0원, 전액 삭감했다. 여가부가 17개 센터에 지원한 올해 예산은 보조비 9억 1,600만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3억5,700만원 등 모두 12억7,300만원이다.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 청소년보호환경과 담당자는 "청소년 근로보호사업은 2013년부터 진행했지만, 그 동안 국회에서 실효성과 사업의 전문성 등의 문제를 지적해왔다"며 "특히 청소년근로보호센터의 경우 고용노동부 사업과 유사 중복성을 해소하기 위해 여가부 사업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건전재정(윤석열 정부의 재정 모토) 기조 하에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업을 세팅하다가 해당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해 최종적으로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근로보호센터는 10~20대 일하는 청소년과 청년,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22년 11월 문을 열었다. 네이버 지식인과 카카오 챗봇 온라인 상담, 현장 지원, 전화를 통해 찾아가는 근로권익교육, 노동인권교육, 무료 노동상담, 권리구제를 한다. 예산은 국비와 시비 5대 5다.
대구청소년근로보호센터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상담 460건, 현장지원 6건 등 모두 466건의 도움을 청소년 노동자들에게 줬다. 노동인권교육의 경우 올해 10월 기준 횟수 317회 청소년 3,100여명이 수강했다. 오는 11월과 12월 두달간 예정된 교육 수강생만 해도 청소년 4,500여명이다.
교육 만족도 현장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진작 이런 교육을 알았다면 부당처우 당했을 때 목소리를 냈을 텐데", "이런 교육이 있어서 좋다", "임금체불을 당하지 않게 됐다" 등 긍정적 의견을 냈다.
실제로 청소년 노동자 A씨(만19세)가 임금체불, 부당해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피해를 입고 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상담 유형은 임금체불과 수당 문제가 159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근로계약서 미작성, 청소년보호법 위반도 수십건 상담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국비가 삭감돼 올해 12월 31일을 끝으로 센터는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대구시가 매칭 사업비를 더 확보해 센터를 계속해서 운영하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현장에서는 "국비가 사라지는데 지자체가 매칭 사업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명화 대구청소년근로보호센터 팀장은 "참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고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사전 논의도 없이, 절차도 밟지 않고 갑자기 예산을 전액 삭감하니 좀 황당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예산을 되살릴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방법을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진 대구청소년근로보호센터 실무원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 센터가 올해 연말까지 운영하고, 내년이면 없어지는 것"이라며 "지방비 매칭은 확답이 없어서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1년 밖에 안된 사업이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장 청소년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고 수요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효과를 이제 막 보려고 하는데 예산이 삭감돼 참 개탄스럽다"고 했다.
대구시는 일단 시비를 올려놓기는 했다. 하지만 재정점검단, 대구시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 청소년지원팀 관계자는 "여가부 전체 예산은 늘었는데 지방 매칭 사업은 거의 삭감했다"며 "이번 청소년근로보호센터 폐지 건도 이미 각 시.도에 폐지한다는 통보를 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폐지하는 대신 유사한 사업을 하라는 추신도 덧붙였다"면서 "문제는 지방 재정 여건인데, 세수부족으로 인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시비는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답했다.
전국의 청소년 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151개 청소년기관, 단체가 참여하는 전국청소년예산삭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서울 정부청사 여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 예산을 전부 없앤 여가부를 규탄한다"며 "약자 복지를 외면하는 여가부는 즉각 폐지한 예산들을 되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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