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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의 보루' 대구 고용평등상담실, 24년 만에 폐지...정부, 지원 중단
고용부 2000년 보조금→전국 19곳 민간 운영, 예산 12억
내년 지방청 8곳 상담실 신설·채용, 이관...예산 반토막
대구여성회·여성노동자회 상담실 2곳 내년에 문 닫는다
여성단체 "직장내 성평등 퇴행" / "중복, 효율성 일원화"
2023년 09월 26일 (화) 17:33:27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여성 직원 결혼은 퇴사라는 대구 주류업체 금복주의 성차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성폭행해 징역형을 선고 받은 대구은행 직원.
#여성 비정규직 부당해고로 논란이 된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직장내 성폭력, 성차별로 논란이 된 사건들이다. 시발점은 고용평등상담실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여성노동자들이 상담실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됐다. 상담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이 세상에 알려졌다. 공론화를 거쳐 악습이 개선됐고, 처벌도 뒤따랐다. 지역사회 직장내 성평등 문화에 기여했다.
 
   
▲ 대구여성노동자회와 대구여성회가 각각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 홈페이지

여성노동들의 곁을 지키며 보루 역할을 한 대구 고용평당상담실들이 24년 만에 폐지 위기에 놓였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부터 전국 모든 고용평등상담실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탓이다.


고용노동부에 25일 확인한 결과, 노동부는 지난 2000년부터 민간 보조사업으로 운영하던 '고용평등상담실'을 2024년부터 더 이상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 예산안에 고용평등상담실에 대한 민간 보조사업 지원금은 0원, 항목 자체가 없다.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24년 만에 지원을 끊은 셈이다. 

지역별 상담실을 운영하는 민간단체는 ▲(사)대구여성회, (사)대구여성노동자회 ▲(사)경주여성노동자회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사)노동희망, (사)한국여성민우회, (사)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인천여성노동자회, (사)부천여성노동자회, (사)수원여성노동자회, (사)안산여성노동자회, 한국노총 춘천영서지부 ▲(사)부산여성회, (사)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사)광주여성노동자회, (사)전북여성노동자회, 한국노총 광양지부, (사)제주여민회 ▲(사)대전여민회, 한국노총 충북본부 등 19곳이다. 
 
   
▲ 전국 고용평등상담실 현황(2023년 기준) / 자료.고용노동부

고용부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민간단체를 매년 선정해 보조금을 지원한다. 직장내 성희롱·성차별을 막고 모성보호·일가정 양립이 목적이다. 올해 예산은 12억원이다. 전국의 여성단체나 노동단체들이 상담실을 운영하고 이어 주로 선정돼 왔다. 피해자들은 온·오프라인 상담과 제보를 통해 고충을 털어놨다. 굵직한 사건들이 상담실들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지역 시민사회와 결합해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 공론화를 하고 탄원서 제출 등 법적 분쟁 지원도 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더 이상 민간단체의 상담실 운영에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부터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등 전국 지방노동청 8개 청에 고용평등상담실을 신설해 2명 정도 전문 상담 인력을 채용한다. 민간에 이원화된 체계를 일원화하고 법적·행정적 제재 필요한 부분은 정부 기관이 원스톱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예산도 민간에 지원하던 12억원에서 5억원으로 58% 축소했다.

장순남 고용노동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그 간 정부와 지자체에 중복되던 사업이 많았는데 이 기회에 정리한다"며 "불필요하게 사용되던 예산도 줄일 것"이라고 했다. 또 "민간이 하던 업무를 정부가 맡기로 한 것으로 절차를 간소화하고 일원화하는 형태"라며 "상담실과 지방노동관이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협업해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설명했다. 
 
   
▲ "고용평등상담실 폐쇄 규탄한다"...서울 국회 앞 기자회견(2023.9.25) / 사진.대구여성회

여성단체들은 반발했다. 전국 19곳 상담실이 연평균 7,640건을 담당하고 있는데, 절반인 8개청의 경험 없는 직원 2명이 담당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예산이 반토막나 상담 업무, 상담 지원 자체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담실마다 수십명의 내담 사건이 진행 중인데 사건 지연은 물론 유대감 파괴 등 피해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대구여성회와 대구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서울여성노동자회 등 전국 19곳 단체가 모인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는 지난 25일 서울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평등과 관련된 고용부의 예산은 삭감, 또 삭감의 행렬"이라며 "건전한 직장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운영된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 제작과 영세사업자 예방교육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하더니, 최후의 보루인 상담실까지 지원을 끊어 여성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고용평등상담실 지원 예산을 정부가 되살리지 않는다면, 국회라도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는 "업무의 특성상 기업을 압박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은데, 이를 정부가 가져가면 딱 정해진대로만 일을 할 것이고 결국 피해 노동자는 어떤 구제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민간에서 하는 것이 훨씬 상담의 역할 기능이 크고, 여성노동자들의 접근성도 좋은데 사업 자체를 없애버리니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이대로 사업을 업애면 사실상 내년부터 상담실은 24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며 "성평등에 퇴행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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