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 나누는 '통일쌀', 남북 평화의 밀알 되기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6.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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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 경산에서 통일쌀 모내기...11월 북에 쌀 전달, '남북 추수한마당' 계획


'통일쌀' 모내기를 하는 대구경북 농민과 시민들(2013.6.7.경산시 계양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통일쌀' 모내기를 하는 대구경북 농민과 시민들(2013.6.7.경산시 계양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지역 농민들이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통일쌀' 경작을 시작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대구경북진보연대>는 7일 경산시 계양동 32-1번지 600평 농토에서 북녘 동포들에게 전달할 '통일쌀' 모내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는 길은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는 평화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융통해 오늘 2013년 통일쌀 짓기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앙기에 모판을 옮기는 농민들(2013.6.7.경산시 계양동)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앙기에 모판을 옮기는 농민들(2013.6.7.경산시 계양동)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모내기를 한 경작지는 전농 소속 농민들이 마련했으며 농토의 3분의 1은 농민을 포함한 시민 10명이 직접 모내기를 했다. 앞으로 못자리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은 농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수확되는 720kg의 쌀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통일쌀과 함께 11월 북한에 보내질 예정이다. 올해 통일쌀 경작 행사에는 전농 소속 100여곳의 시.군.구 가운데 60여 곳이 참여하며 대구경북에서는 영주시와 상주시, 봉화군이 이미 모내기를 마쳤다. 다음 주면 성주군도 모내기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전농과 6.15본부, 진보연대는 이날부터 10월 추수가 끝날 때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1구좌 1만원)을 진행한다. 전체 금액의 절반은 북에 보낼 쌀 구매 비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성금을 낸 시민들에게 쌀로 전해진다. 또, 11월말에는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남북농민 추수한마당'을 열 계획이며 이를 위해 민간차원의 '남북실무협의'도 구상하고 있다.

'통일쌀'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시민들(2013.6.7.경산시 계양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통일쌀'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시민들(2013.6.7.경산시 계양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통일쌀 보내기' 운동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9년까지 진행됐다. 정부는 2000년부터, 민간 차원에서는 2002년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2007년부터 정부 지원은 중단됐다. 민간도 통일부가 2010년부터 대북물자지원 승인을 보류해 3년째 중단됐다. 그러나, 농민과 시민단체는 계속 통일쌀을 경작해 북으로 보내지 못한 쌀을 기금형태로 바꿔 보관하고 있다.

앞서, 이들 단체는 '2013 통일쌀 경작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남북관계 정상화"와 "평화 통일"을 촉구하며 "통일쌀 북송"을 기원했다. 이 자리에는 농민과 시민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분단 6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합의했지만 2013년 남북관계는 심각한 국면"이라며 "한미 군사훈련 강행과 북측의 반발은 남북화해와 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져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 통일쌀 경작지 공동기자회견'(2013.6.7.경산시 계양면)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3 통일쌀 경작지 공동기자회견'(2013.6.7.경산시 계양면)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통일쌀을 지게에 지고 철책선을 넘어 북녘 동포를 만나겠다는 절절한 마음으로 통일쌀 짓기 운동을 시작한다"면서 "한반도 위기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주의와 주장보다 우리 농민들이 통일쌀에 담은 정성과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 정성껏 심은 통일쌀로 남과 북이 만나고 도시와 농촌이 만나 '평화'와 '통일'이 자라날 것"이라며 "통일쌀 짓기 운동에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많이 참가할수록 남북이 함께 만들어 갈 미래는 밝을 것이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남북관계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는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왼쪽부터)남주성 전농경북도연맹 부의장, 손영균 전농 경산시농민회 회장,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2013.6.7.경산시 계양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남주성 전농경북도연맹 부의장, 손영균 전농 경산시농민회 회장,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2013.6.7.경산시 계양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남주성 전농경북도연맹 부의장은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 운영도 중단됐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통일쌀을 보내서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고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손영균 전농 경산시농민회 회장은 "통일쌀 지원은 어렵게 사는 북녘 동포에게 같이 잘 살자는 농민의 마음이다. 조금씩 힘을 보태 함께 하면 평화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정부 교류도 중요하지만 민간도 중요하다"면서 "이 모내기는 한 톨의 쌀이 아닌 통일을 심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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