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대북전단이 아니라 동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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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 대구서 만든 '어린이 내복' 안고 4년만에 방북길에 오르며


 4년만이다. 2008년 9월 마지막 방북 이후 이렇게 오랜 시간 북을 방문하지 못할 줄 상상할 수 없었다. 금강산 관광으로 바닷길과 땅길이 열리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하늘길이 열리면서 남과 북을 오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세월이 있었다. 보수냉전세력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이다. 필자도 2001년 8월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이후 8년동안 금강산, 개성, 평양 등 28번이나 북을 다녀왔었다. 남북공동행사, 대북지원, 새해맞이 행사 등 갈 때마다 명분을 달랐지만 늘 방북전 마음은 설레였고 남으로 오는길 북을 돌아보며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4년만의 방북을 앞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첫 방북 때만큼이나 설레고 있다. 필자는 자주 오고 가다 보면 서로에 대한 적대의식이 사라지고 닫혔던 마음을 열고 손 맞잡고 평화와 통일을 일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때로는 많은 인원이, 때로는 적은 인원이 참가하였지만 방북행사를 매번 기획할 수 있었다.

 대구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어린이 내복'

 이번 방북은 지난 10월 5일(금) 대북 수해지원 밀가루 500톤에 이어 2차로 지원하는 수재지원물자를 전달하는 인도요원 자격의 방북이다. 북한의 평안남도 지역 수해지역에 전달된다.  총 32억원 상당에 달하는 이번 지원물자는 기아대책(섬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남북평화나눔운동본부 등에서 모금 및 현물 기증을 통해 마련하였다.

 대구에서도 대북인도지원단체인 남북평화나눔운동본부에서 지난해 모금한 성금으로 마련한 내복 3,000벌을 북한 어린이들에게 지원한다. 이 내복은 지역의 대구지방변호사회, 종교인평화회의, 전교조 등 기관 단체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낸준 성금으로 대구지역의 섬유업체에서 구입한 내복이다.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식이 높은 우리지역에서도 북한어린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한 내복을 보내자는데는 선뜻 마음을 모아주신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겨울 남북관계가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각외의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참여해주셨다. 고마운 일이다.

 지금 우리가 북녘 동포에게 나누어 줄 것

 지난해 모금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이렇게 모은 성금으로 북한에 내복을 보낼 수 있느냐는 걱정이었다. 천안함 사태 발생 이후 5․24조치로 인해 대북지원은 영유아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반북의식이 가장 높은 우리지역에서 대북적대의식을 깨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인도적 대북지원운동이 활성화 되고 여기에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모은 성금으로 마련된 대구의 어린이 내복은 25일(목) 2차 대북 수해지원물품과 더불어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며칠전 임진각에서는 대북전달 살포로 인해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상태는 전쟁 발발 일보 직전일 정도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한의 실상에 대해 북한주민들에게 알려 북한 내부를 흔들어 볼 목적으로 계획된 대북전단살포는 북의 강력한 반발로 외려 우리국민들의 불안감만 높이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켰다. 이른바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북민연) 회원들이 대북전달 살포를 위해 임진각으로 향했던 그 길을 따라 이제 북녘동포들이 입은 수해를 지원하기 위한 물자가 전달된다. 필자도 4년만에 임진각을 지나 통일대교를 건너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이다. 과연 우리가 북녘동포들에게 나누어주어야 될 것이 무엇일까? 대결과 적대를 가져오는 대북전단일까? 아니면 북녘동포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남녘동포들의 따뜻한 동포애일까?

 답은 자명하다. 대북전단을 날려보내면 보낼 수록 남과 북을 잇는 문을 닫힐 것이고 우리의 일상은 불안해질 것이다. 남녘동포들의 따뜻한 동포애가 담긴 인도적 지원물자는 보내면 보낼 수록 남과 북을 잇는 문을 열릴 것이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넓어질 것이다. 인도적 대북지원운동이 대구에서도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남북평화나눔운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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