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해 물러서는 것이 진정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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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 "한반도 위기는 실제 상황...미국, 분명한 평화협상 의지 밝혀야"


 높아지는 코리아 리스크

 지난 5일 독일의 한 게임업체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바이어 초청 행사에 불참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3 서울모터쇼의 수입차 본사 관계자들의 초청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GM 최고 경영자(CEO) 딘 애커슨의 국내 사업장 철수 가능성 시사발언도 있었다. 물론 연일 터져나오는 한반도 전쟁위기설 때문이다.

4일 새벽, 미국 CNN에서는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금지 조치를 헤드라인으로 내보내고, 유사시 미군의 북한 점령 시나리오를 도표와 함께 장황하게 보도했다. 우리 정부와 국내의 대북전문가,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실제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반면, 미국은 현 상황을 제2의 쿠바 미사일 위기 수준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서울 주재 태국대사관은 자국민 탈출을 위한 비상계획을 마련했다고 한다. 실제 전쟁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른바 코리아 리스크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일 주가지수와 원화 가치는 이틀째 동반 하락했고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하락세이다. 외국인들은 이틀 동안 1조10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이 좀더 지속될 경우 외국자본의 철수는 좀 더 가속화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반도에서 정말 전쟁위기는 과장된 것일까? 아니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한반도 전쟁위기는 실제상황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전쟁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한국전쟁이후 어느때보다 그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첫째, 북한이 이번 북미갈등을 기존의 갈등 국면과 달리 정전협정 이후 북미대결의 총결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번 뺀 칼을 다시 칼집에 넣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은 어정쩡한 경제적 보상이나 관계 정상화 약속 수준으로는 북이 연일 높여가고 있는 군사적 조치를 중단할 가능성이 없다.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의 전면 전환과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담보가 없을 경우 정전협정백지화부터 출발해 1호 전투근무태세에 돌입, 미사일 사격 대기, 남북전시상황 돌입까지 이어진 북의 군사적 위협은 그 강도를 점점 더해갈 것이다.  

<한겨레> 2013년 4월 5일자 3면(종합)
<한겨레> 2013년 4월 5일자 3면(종합)

  둘째, 적당한 한반도의 위기 고조는 미국이 2011년 말부터 중국의 부상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추진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다시말해 북한의 위협이 미국의 아시아로의 복귀를 정당화시켜주는 구실이 되는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적당한 위기고조는 한국과 일본의 국방비를 증액시키고 자신의 신무기를 팔아먹을 기회도 제공한다. 중국을 겨낭한 MD체계의 강화와 참여 압박의 근거도 된다.  미국으로서는 전면적인 안보위협이 없는 한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북협상이나 보상을 제공할 필요나 동기보다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동기가 우선하는 것이다.

  셋째, 연일 이어지는 북의 군사적 위협조치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단도 인물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북미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 고조되면 한쪽이 나서 유화책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체로 미국이 먼저 경제적 보상과 관계정상화를 매개로 대화를 제의하고 북이 이에 호응해 한반도의 위기는 가라 앉았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북의 군사적 위협 조치에 스텔스 비-2 폭격기와 에프(F)-22 전투기를 출동시켰고, 핵잠수함을 배치하면서 연일 초강경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에 임할 수 있다며 정작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 1994년의 한반도 전쟁위기를 진정시켰던 카터 전 대통령이나 갈루치 전 차관보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도 보이지 않고 있다.

 마주보고 달려오는 두 자동차의 운전사가 속도를 늦출 생각은 없고 이를 가로막을 수단도 마땅치 않다면 결국 두 자동차가 충돌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그래서이다. 지금의 한반도 전쟁위기는 결코 도상훈련이 아니라 실제상황인 것이다.
 
 평화를 위해 물러서는 것이 진정한 용기

 일각에서는 수도권에 사는 140여만명의 외국인의 존재를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북한의 대중국 관광객 유치를 근거로 북의 위협이 결국은 쇼에 불과하다고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이 평양의 여러 대사관에 철수를 고려할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이번의 전쟁위기도 이러다 말겠지하는 학습효과가 틀릴 가능성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제 1994년처럼 사재기가 일어난다면 아마 그것은 곧 전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최근 USA투데이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과 미국이 승리하지만 1차 세계대전 수준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차 세계대전은 930만 명이 숨지고 2300만 명이 다치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그래서이다. 한반도가 초토화되고 남북이 공멸한 상태에서 그것이 북의 정권의 붕괴가 되든 북이 공언한대로 조국통일대전의 승리가 되든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행히 북의 위협에 전례 없는 '위력과시'에 나섰던 미국이 조심스럽게 속도조절을 꾀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상황이 더 격화(get hotter)돼서는 안된다"며 "미국은 북한이 태도를 바꿀 경우 '다른 경로'를 밟아나가는데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밝혀 북과의 협상의 문을 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래서이다. 이제는 미국이 물러서야 할 때이다. 북의 위협에 굴복하라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위해 물러서는 것은 치킨게임에서 먼저 핸들을 돌려 비키는 것과 다르다. 다시 말해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물러나는 쪽이 진정한 용기를 가진 쪽이다. 미국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미국이 세계의 평화와 한반도의 안정에 좀 더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면의 전환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미국이 좀더 분명한 평화협상의 의지를 밝혀야 한다.

 평화를 위해 위협의 상대방에게 내미는 손은 겁쟁이의 손이 아니라 용자(勇者)의 손이다.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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