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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친 고달픔도...새해엔 올라갈 일만 있겠지요
송년, 대구 앞산을 오르는 사람들 / 사업도 취업도 자녀도..."일상의 작은 행복을"
2015년 12월 29일 (화) 10:27:38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pnnews@pn.or.kr

   
▲ 안지랑골을 통해 삼삼오오 앞산을 오르는 사람들(2015.12.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올해 마지막 휴일인 27일 대구 앞산을 찾았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지만 청량한 하늘에 시민들은 저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10분정도 등산로를 따라 들어오자 주위는 고요해졌다. 소음이 사라지고 어느새 눈앞에는 높고 기나긴 오르막길이 펼쳐졌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며 상기된 얼굴을 한 등산객에게 내려오는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격려를 하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려 안지랑골 보문사로 향하는 이동순(66.수성구 황금동)씨는 "그저 가족들이 건강하길 바랄뿐 이 나이에 뭘 바라겠습니까"라며 "자식들 하는 일이 잘 됐으면 하죠"라고 말한 뒤 보문사로 들어갔다.

   
▲ 아빠손을 잡고 산을 오르는 아이(2015.12.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신종건(54.남구 대명5동)씨는 친구들과 앞산을 찾았다. 중국을 오가며 사업하는 그는 "사업실패를 3번 겪고 바닥까지 떨어져보니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며 "성공하면 조금밖에 못 얻지만 실패하면 모든 걸 얻는다는 걸 깨달았다.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아들이 대학을 서울로 가 자주 못 봐서 정말 아쉽다"면서 "산에 자주 다녔는데 아들 생각이 많이 난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린 바람을 이기며 1시간가량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 전망대에 도착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대구 전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탁 트인 시야에 감탄하며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바빴다.

   
▲ 전망을 좋아해 종종 올라온다는 준우와 준우아빠 (2015.12.28.앞산 전망대)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아들 준우(6)가 전망 보는 것을 좋아해 휴일이면 종종 앞산을 찾는 강재식(44.달서구 용산동)씨는 준우의 옷을 여미고 우유를 챙겨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 준우가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크는 것만 바란다"고 말했다. 3년째 구미로 출·퇴근하는 강씨는 "빨리 직장에서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면서 "애가 커가면서 점점 힘들어지는데 새해에는 직장에서 인정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전 결혼 2주년 기념일이었던 윤정희(32.주부)·전형철(32.회사원) 부부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윤씨는 "연애할 때부터 여기에 왔다. 임신했을 때도 왔고 올해 지우가 태어나고 또 왔다"며 "큰 의미 없지만 이제 가족 전통이 된 것 같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전씨는 "내년에도 오겠다"며 "흔한 말이지만 새해에는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 3년째 데이트코스로 앞산전망대를 찾는다는 윤정희, 전형철씨(2015.12.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단짝 친구인 김성진(30), 김성환(30)씨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며 서로의 포즈에 대해 평했다. 대학동기로 이름과 학번이 비슷한 둘은 군복무도 같은 부대에서 했다. 성진씨는 "집에 있다가 마음이 맞아 케이블카를 타고 왔다"며 "가슴도 뻥 뚫리고 좋다"고 말했다. 2년째 취업 준비 중인 성환씨는 "내년에는 원하는 기업에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회사원 성진씨는 "돈을 많이 벌고싶다"고 새해 소망을 말했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삼삼오오 모여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가운데 홀로 온 이들도 있었다. 엄재식(46.남구 대명동)씨는 "원래 아이들과 같이 왔는데 좀 컸다고 품을 떠나 안 따라다녀 서운하다"며 "같이 올 때는 몰랐는데 혼자 오니 신기하게 다 보인다"고 말했다. "큰 애가 18살, 작은 애가 15살"이라며 "다시 또 같이 올 날이 오겠죠? 엇나가지 않고 내년에도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산을 내려갔다.

   
▲ 내년 입사를 앞두고 아버지와 앞산에 오른 황유빈씨(2015.12.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앞산 정상에서 황경흠(55.달서구 용산동)씨와 딸 유빈(24)씨는 집에서 싸온 귤을 까먹으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유빈씨는 "내년 1월 4일 첫 출근"이라며 "회사가 평택에 있어 집에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신입사원 교육 때 한라산 등반한다 해서 준비삼아 왔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황씨는 "원래 집사람과 같이 산에 오는데 자전거 타다가 다쳐 무릎 수술을 해 병원에 있어서 같이 못 왔다"면서 "이제 딸도 따로 나가 살고 아들도 얼마 전에 군에 갔다. 허전한 마음"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모(51.대명동)씨는 아내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외식하러 나왔다 바람쐬러 산에 왔다. "전국을 다니며 일을 하는 직업이라 집에 잘 없다"며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내년 4월 총선과 정치에 대한 생각을 묻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선거 전에는 잘 보이던 사람이 그 후에는 보이지도 않아서 난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신중히 여기는 그런 사람이 진정한 보수"라며 "그런 사람을 알아보고 찍었으면 좋을텐데..."라고 덧붙였다.

   
▲ 가족들이 앞산 전망대에서 대구를 내려다보고있다.(2015.12.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 등산스틱잡고 씩씩하게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우성이(2015.12.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쉼터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쉬고 있던 60대 남성(서구 내당동) 역시 "해도 쓸데없는 이야기"라며 정치 이야기에는 손사래를 쳤다. "사람이나 공약을 보지 않고 당만 보고 찍는데 사고방식을 바꿔야 해"라며 비판했다. 이어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잘 하고 있지만 기초연금 줬다가 뺏고, 담배 값이랑 술값만 올리고 서민들이 고달프고 힘겨운 줄 몰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산에 오른 이유와 처지는 달랐지만 새해에 좋은 일만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같았다. 특히 앞산에 오른 이들은 묵은 해를 보내며 가족, 연인, 친구의 건강과 안녕을 바랐다. 모두 서민들이 행복한 한해를 꿈꾸며 올해의 마지막 휴일을 보냈다.

   
▲ 앞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구(2015.12.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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