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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 쉴 틈 없는 '청춘 알바'의 긴 하루
"밥은 창고에서 잠시...최저임금도 못받고...사람 상대하는 일이 제일 피곤해요"
2015년 12월 10일 (목) 16:57:28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pnnews@pn.or.kr

동성로 일대는 늘 바쁘게 움직인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한복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20대 청춘들이다. 그들은 시간당 5천5백원에서 6천원정도 시급을 받으면서 하루 5시간에서 8시간정도 일한다. 책 값, 용돈... 필요한 돈을 스스로 벌고 있다.

12월 8일 저녁, 대구 도심 동성로와 삼덕동 일대 아르바이트 일터를 찾았다. 커피와 도넛을 파는 프랜차이즈 전문점과 편의점, 화장품가게, 서점과 문구점, 떡볶이와 우동을 파는 식당 등 10곳에서 알바생들을 만났다. 

   
▲ 대구의 도심, 동성로(2015.12.8)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동성로에 있는 유명 도넛전문점. 김희진(23,가명)씨는 8개월 넘게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었다. 휴학생인 희진씨는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을 일한다. 평일에 빠짐없이 출근하고 다른 시간에 ‘대타’를 뛴 희진씨가 받는 월급은 75만원에서 76만원정도다.

그녀는 작년에 대학 3학년을 마치고 1년째 휴학 중이다. 올해 초부터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희진씨는 "공부하는 데에도 돈이 많이 든다"면서 "눈치안보고 책이라도 사보려고 알바를 시작했다"고 이유를 말했다. 또 "김밥이나 떡볶이를 사와 창고에서 간단하게 먹는다. 항상 먹고 있으면 손님들이 온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말 하면서도 세 명의 손님이 들어와 잠시 말을 멈춰야 했다.

강모(26)씨는 삼덕네거리에 있는 유명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일한다. 강씨 역시 졸업 후 2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다. 저녁 6시부터 밤 11시 30분 마감시간까지 매장을 지킨다. 그녀는 "특히 저녁에는 손님이 많아 바쁘다"며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제일 피곤하다"고 말했다.

   
▲ 동성로의 한 아이스크림 체인점에서 일하는 강모씨(26)가 손님들이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통에 담고 있다.(2015.12.8)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특히 얼마 전에는 손님이 '냉장고 문 닫는 소리가 크게 나서 기분 나빴다'며 본사에 신고해 본사직원이 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강씨는 "사장님도 말은 하지 않지만 언짢은 표정이었다"며 "사실 잘못한 상황이 아닌데도 죄 지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또 "알바하면서 울었던 적이 많다. 술 취한 사람이 와서 반말을 하거나 억지를 부릴 때도 있다"면서 "스트레스를 나한테 푸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며 밝은 목소리로 응대해야 하는 강씨 역시 최저시급을 받는다. 강씨는 월요일에서 목요일 4일간 일한다. "하루 6시간, 많게는 10시간까지도 일을 해봤다"며 "그렇게 일해도 59만원에서 60만원정도"라고 말했다. 강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도 하고 있다. "대학도 괜히 갔나싶어 부모님께 죄송하다"며 "취준(취업준비)도 돈이 있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대구 동성로 일대의 카페, 식당, 편의점 10곳을 확인한 결과 9곳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근로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2곳에 불과했다. 대형 서점에서 일하는 대학생 박모(23)씨도 "근로계약서는 있지만 주휴수당은 언급도 없었다"고 말했다.

   
▲ 박모(23)씨가 대형 서점에서 손님에게 '노트' 제품을 설명을 하고 있다.(2015.12.8)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심지어 최저시급을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삼덕네거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모(19)군은 알바를 시작할 때 점장에게 "가맹비를 주고 최저시급을 맞춰주면 남는 게 없다. 생계가 어려울 정도"라고 들었다. 그는 시간당 4,500원, 법정 최저시급에 1,080원을 적게 받고 일하고 있었다. "최저시급에 한참 모자라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여기는 시내라서 이정도 받아요. 집근처에서 했을 때는 3800원 받았어요"라며 웃었다.

   
▲ 삼덕네거리 인근 한 편의점에서 이모(19)이 담배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2015.12.8)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그래도 그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인사한다. 딸랑딸랑- 문에 붙어있는 종이 울리자 반사적으로 "어서오세요. ○○편의점입니다"고 외쳤다. 우렁찬 목소리에 들어오는 손님도 놀랄 정도였다. 그는 올해 수능을 치고 대학에 합격해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돈을 벌면서 대학생활을 꿈꾸고 있는 이군은 평일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7시간동안 혼자 넓은 편의점을 지킨다.

해가 지자 날씨도 많이 쌀쌀해졌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한일극장에서 대구백화점 사이에는 10개가량의 화장품 가게가 일렬로 늘어서있다. 여성이라면 한번은 들렀을 그 곳에서 노모(24)씨를 만났다. "한번 들어와보세요", "샘플 챙겨드려요"라며 가게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쉴 틈 없이 말하고 있었다.

   
▲ 노모(24)씨가가 동성로 한 화장품가게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번 들어와 보세요"라며 가게을 알리고 있다.(2015.12.8)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인턴기자

마이크를 타고 나오는 소리는 늘 듣던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마이크를 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잠겨있었다. 1년 넘게 이 일을 해왔던 노씨는 하루 6시간동안 마이크를 잡는다. 계속해서 질문을 하자 가게 안을 보며 "뒤에서 다 보고있다"며 대답을 망설였다. 방해가 될 것 같아 자리를 피하면서 "미안하다"고 하자 노씨는 오히려 "도움 못 드려서 죄송해요"라고 했다.

추운 겨울, 용돈을 벌기 위해, 마음 편히 공부하기위해, 경험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돈 벌기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젓기도 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우울해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들은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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