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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한 '서민' 아저씨, 많이 웃는 새해를...
[송년편지] "정직하게 살고 싶은...묵은 해 훌훌 털고 다시 마음을 모읍시다"
2012년 12월 30일 (일) 15:56:15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대구에서 구미로 매일 출퇴근하는 유재규(37.동구 신암동)씨는 아침 6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섭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다시 무궁화호를 타고 칠곡 왜관역에 내려 밤새 세워둔 승용차로 구미공단에 있는 회사에 도착합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오면 거의 밤 10시쯤. 잠든 두 아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애잔한 마음 한가득입니다. 지난 가을에는 휴일도 없이 일해 한 달에 겨우 이틀정도 쉬었을 뿐입니다. 

남들은 '번듯한 직장'이라 말하지만, 그는 꼭 10년을 채운 올해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계속 댕겨야 할 지..." 이 말이 술안주로 어김없이 올라옵니다. 팍팍한 일상의 반복, 그의 새해 소원은 "오토바이 한 대 사고 싶다"였습니다. 이유는 "그냥". "그냥 오토바이 타고 댕기고 싶다"고 합니다. "직장 10년, 생각이 많아지네요.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그는 모처럼 연말 휴가를 얻어 전라도 남원과 전주 쪽으로 홀로 여행중이랍니다.

   
▲ "더 많이 웃는 새해를"...(왼쪽부터) 유재규 김재민 도윤백 이찬영 김상민

치과기공사 김재민(40.수성구 신매동)씨는 "요즘 동네 슈퍼보다 많은 게 치과"라며 "갈수록 밥벌이도 힘들정도"라고 합니다. 그만큼 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2012년은 "최악"이랍니다. 아내와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게다가 평생 처음으로 법적 다툼에 휘말리기도 했답니다. "일이 꼬일대로 꼬였다"는 그는 "애들한테도, 집사람한테도 얼굴을 못들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궂은 일 속에 "큰 거 배웠다"고 합니다.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지, 겸손해야 더 사랑하고 겸손해야 행복하데이...". 그리고 덧붙입니다. "팍팍해도 더 어불리며 살아야지, 지 혼자 잘살면 뭐 재밌겠노". 그는 2013년 새해를 "악착같이" 살겠다고 합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도윤백(42.남구 봉덕동)씨는 올해 두 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다 깨졌다"고 합니다. '총각' 딱지 떼고 "장가 가는 것"과 "정권교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 더 속이 쓰리고, 그의 한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총각이 맨날 이혼 문제에 시달리니 결혼 하겠나". 그의 일 가운데는 '이혼소송'이 많다고 합니다. "결혼했으마 좀 잘 살지...". 그는 2013년 새해 소원으로 다시 두 가지를 꼽습니다. 역시 "장가 가는 것"과, "우리의 소원은 로또"였습니다. "딱 깨놓고 로또 안하는 월급쟁이 있겠나. 내가 너무 솔직했나?". 그의 웃음 띤 말이었습니다.

자신의 '업'을 새해 소원으로 말하는 아저씨도 있습니다.
이찬영(43.수성구 중동)씨는 "힐링푸드의 새 막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는 당뇨환자에게 적합한 음식 같은, 사람의 몸 상태에 맞는 식단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작은 회사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정부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돈이 안된다"고 합니다. "실컷 연구해 빼앗기기도 하고...이제 상품으로 잘 팔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는 "먹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음식"을 소원으로 꼽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먹는 사람이 주인되는 식사권"을 강조합니다. 그에게 '힐링푸드'는 먼 길의 여정 같았습니다.

정신병원 보호사와 행정직원으로 15년째 일하고 있는 김상민(42.수성구 황금동)씨는 "없는 사람에게 너무 고통스런 병"이라고 환자와 그 가족을 이르며 "안타깝고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특히,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구속이 문제"라며 "새해에는 그런 편견과 구속이 사라지고 환경도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는 "빚쟁이 안되고 살면 된다"면서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 그래야 내가 명예롭지 않겠나"라며 열정을 보였습니다. "내년 계획 세울 겨를도 없다"며 "최대한 정직하게 살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 눈 덮힌 팔공산...왕건길 5코스 '고진감래길'(2012.12.8)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약속이나 한듯 대구에도 금요일마다 눈이 내렸습니다. 팔공산과 앞산은 겨울 눈산의 절경을 보입니다. 2012년 한 해를 보내며, 가까이 지내는 '아저씨' 십 수명에게 송년의 소회와 새해 소원을 물었습니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애정공세를 퍼붓는 '서민' 아저씨들입니다. 다들 '가족'을 말합니다. 그리고, 마흔 즈음에 가지는 직장과 직업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대한 가치와 기대는 잊지 않고 사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과 사회를 생각하는, 겨울 눈산을 오르는 아저씨의 무거운 뒷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 뒷모습에 눈산처럼 절박한, 도심에서 리어카로 삶을 이겨가는 길 위에 서민들이 느껴졌습니다.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2012년. 대구에는 '이긴' 사람이 많지만, 믿기지 않는 결과에 '멘붕'을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대구는 총선에서 '야권 전멸', 대선에서는 '보수 몰표'의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보수 결집, 진보 분열, 야권의 한계....온갖 분석이 2012년을 말합니다. 뭣 하나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상대를 조금만 존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나만 옳고 상대는 잘못이라는,  우리는 정의롭고 저 쪽은 불의라는 극단. 논리만 맞으면 그 방식은 그리 중요치 않게 여기는 습성. 모두 상대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이길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2012년 끝자락에 다시 '겸손'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탄생.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유신의 역사, 굴절된 민주주의와 희생된 인권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또한, 'MB'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면죄부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반면, 단죄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부터 진실을 밝히지 못한 언론,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치, 풀뿌리 민심에 깊이 스며들지 못한 시민사회, 아프게 아프게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긴 역사, 새벽종이 울리지 않아도 새아침은 늘 밝았습니다. 더 나은 사회, 바른 역사를 위해 다시 마음을 모아야겠습니다. 

2012년, 우리의 '서민' 아저씨는 어떨까요? 늦은 밤 아이들이 눈에 밟히는 아빠, 부모님을 모시는 아들, 그리고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의 어깨는 늘 천근만근입니다. 평범한 우리 옆집 아저씨들입니다. 2013년 새해, 그저 평범한 서민 아저씨가 웃는 날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웃음에 가족이 웃고 우리 사회가 더 밝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묵은 해 답답함 훌훌 털고 다시 새 마음으로, 서민이 행복한, 서민에게 웃음 가득한 새해를 기원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송년 편지]
유지웅 / PN 평화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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