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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계속된 '무명'들의 희생..."여기 삶이 있다"
대구 예술가들의 성탄 행위예술제 "해고·물대포에 송전탑·원전까지...그럼에도 더 나은 내일을"
2015년 12월 26일 (토) 13:20:45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 얼굴에 마스크를 낀 장애인 예술가(2015.12.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검은 마스크를 쓴 장애인, 붉은 깃발이 달린 철탑을 오르는 중년 여인, 책상위에 국화를 놓는 학생.

성탄절인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등장했다. 시민들은 이들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길을 가다 멈춘 이들은 한참을 서서 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뜻을 알아차리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은 발걸음을 옮겨 지나쳤다.

   
▲ '2015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대구지역 예술가들의 행위예술제, 철탑에 오르는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2015.12.25.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후 3시 정각. '안전제일'이라는 글귀가 적힌 회색 작업복을 입은 한 노동자가 수 백여장의 종이를 손에 들고 공중에 흩뿌리며 "여기에도 삶이 있다"고 종이에 적힌 문구를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광장 중심으로 이동하던 그는 같은 외침을 반복했다. 외침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사위가 고요해졌다. 노동자에 이어 검은 상복을 입은 중년 여인이 광장에 나타났다. 그녀는 삼베옷을 고이 접어 양 손에 올리고 그 위에 얼굴이 없는 영정사진을 들어 시민들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무명'의 액자에는 누구의 얼굴도 없었지만 여인의 얼굴에는 수 많은 희생이 담겨 있었다.

   
▲ 작업복을 입고 '여기 삶이 있다'고 외치는 예술가(2015.12.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누구의 사진도 걸리지 않은 영정사진(2015.12.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녀는 영정사진을 내려놓고 가면을 쓴 채 살풀이를 했다. 조심스런 걸음 끝에 소주병과 라면이 차려진 소박한 상에 주저 앉았다. 상 옆에는 의자와 그 위에 걸터 앉은 종이인형들이 놓여 있었다. 의자에는 '부서진 저 집을 보아라. 짓밟힌 저 집을 보아라. 우리의 모든 것이 불탔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여인은 2m가 넘는 임시 철탑 구조물에 올랐다. 철탑에는 붉은 깃발과 함께 확성기 모양의 깔대기 수 십여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하늘로 오르는 그녀를 쳐다보며 시민들이 수근거렸다. 맞은 편에는 한 초등학생이 문제집이 놓인 학교 책상 위에 국화꽃을 고이 놓고 있었다.

   
▲ 책상에 국화꽃을 놓고 있는 한 초등학생(2015.12.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철탑 앞 바닥에는 수 십여장의 사진이 전시됐다. 해고자 고공농성 컨테이너와 송전탑을 막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는 밀양과 청도 할머니들, 탈핵이라고 적힌 장승, 휠체어에서 울부짖는 장애인,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농민, 수 백여명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영정, 맨발에 흙이 묻은 채 경찰에 끌려가는 노동자, 퀴어축제에서 키스하는 동성애자 커플 등이 사진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대구지역 예술가들이 성탄절을 맞아 올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들을 되짚어보는 예술제를 열었다. 전방위예술행동네트워크와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는 25일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대구백화점 앞에서 '여기 삶이 있다'를 주제로 '2015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행위예술제를 열었다.

   
▲ 올해 우리사회에서 이슈가 된 현장 사진들(2015.12.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행위예술제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다. 해마다 한 해중 가장 이슈가 된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를 선정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티스들이 연극, 춤, 노래, 전시 등으로 표현한다. 올해는 대구지역 문화·예술단체 활동가 6명이 실무자로 참여했고, 아티스트로는 야마가타 트윅스터, 찰리키튼, 임정득, 이정훈, 오늘도무사히 등 9팀이 참가했다.  

실무단에서 활동하는 신동재(34)씨는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하늘로 오르고, 할머니들은 평생 터전을 지키기 위해 땅에 엎드리고,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에 아직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삶의 고통에 짓눌려 희생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며 4년째 행위예술제를 열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오늘, 홀로 몸부리치고 있는 누군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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