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벗어나길...절박한 청춘들의 취업설명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8.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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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학 리크루트 투어] 경북대에 재학생·졸업생 등 1천여명 몰려
알바 시간 쪼개 나와 이력서·적성 상담 "스펙·배경에 좌절, 또 발품 팔아야"


취업설명회 한 기업 부스에서 상담받는 청년들(2015.8.20.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취업설명회 한 기업 부스에서 상담받는 청년들(2015.8.20.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일 오후 3시 경북대 기계공학부 졸업생 권오석(29.가명)씨는 대학 도서관 대신 토익책과 도시락이 든 무거운 가방을 메고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2015 대구지역 5개 대학 리크루트 투어' 이른바 취업설명회를 찾았다. 대학 4학년때부터 지금까지 2년간 기업 1백여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때마다 고배를 마셔, 대구지역에서 취업설명회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발품을 팔았다.

'우수인력 좋은내일(My Job) 다 모였다'라고 적힌 입간판을 보며 권씨는 가방을 고쳐 메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구지역 강소기업 30여개의 부스 앞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등 권씨와 같은 '취준생(취업준비생)' 1천여명이 이미 발디딜틈 없이 가득 차 있었다. 채용현황판 앞에는 수첩을 든 여학생 2명이 꼼꼼하게 회사 이름과 직종, 자격요건, 임금, 고용형태, 전공, 복리후생 등의 취업정보를 적고 있었다.

취업설명회장에 들어가는 대학생(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취업설명회장에 들어가는 대학생(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권씨는 자신의 전공과 맞는 한 기업 부스 앞에 줄을 섰다. 줄에는 10여명의 취준생들이 저마다의 꿈을 안고 자신이 가져온 이력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권씨 차례. 정장을 갖춰 입은 A기업의 한 과장과 대리는 권씨에게 짧은 눈인사를 하고 먼저 이력서를 달라고 했다. 상담은 7~8분간 진행됐다.

'토익이 약한데? 50점 정도 더 올려 도전하세요', '해외유학은 안갔네요? 워킹비자 발급 받으면 도움될 거에요', '학생회나 동아리 같은 활동은 왜 안했어요?', '인턴경력은 없나보죠?', '학과는 좋은데 경력이 부족한데...' 이력서를 놓고 평가하는 두 사람 앞에 권씨는 꼼꼼히 받아 적기를 포기하고 그냥 듣기만했다. '화이팅입니다'라는 말을 들은 후 권씨는 설명회장을 빠져나왔다. 상담을 받으면 기업에서 준 볼펜과 부채, 물티슈, 각종 전단지 등으로 가득 찬 가방을 메고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채용정보 책자를 꼼꼼히 읽는 취준생(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채용정보 책자를 꼼꼼히 읽는 취준생(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부족한가봐요. 자격증이나 다른 시험 점수야 앞으로 좀 더 열심히 해서 올리면 되는데 다른 부분들이 걱정이에요. 특히 유학이나 인턴, 학생회 경험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데 강요하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죠. 같은 스펙이어도 집도 잘살고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의 취준생이 더 유리하니까요. 아 오늘도 좌절이에요. 그래도 될 때까지 또 발품 팔아야죠"

취업설명회장을 가득 채운 지역 대학생들(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취업설명회장을 가득 채운 지역 대학생들(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양서형(26.가명)씨는 취업설명회에 오기 위해 카페 '알바(아르바이트)' 시간도 쪼개서 왔다. 설명회가 한참 진행 중인 부스 줄에 뒤늦게 도착해 꼬깃꼬깃 접은 이력서를 폈다. 방학이라 오전에는 알바를 하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양씨에게 취업설명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씨는 광고업체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이날 지역업체 부스에는 관련 기업이 없었다.

대신 전공이 비슷한 B기업을 찾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문제가 없는지 적성상담을 받았다. 책자를 보니 B기업은 '대구시가 지정한 스타기업상', '이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도 받은 매출액만 4백억원의 강소기업이었다. 그러나 연봉은 2천만원, 월급은 160만원이었다. 

채용현황판 앞에서 채용정보를 읽는 대학생(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채용현황판 앞에서 채용정보를 읽는 대학생(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양씨는 상담을 한참 진행하다 월급 액수를 재차 확인했다. B기업 과장은 '다른 기업도 그래요'라는 말만 했다. 이후 '전공이 별로네요. 이공이나 경상이 유리한데', '면접할 때 연애는 안한다고 하는 게 좋아요', '공모전 같은 데 입상 경력이 없어요? 안 적은 거에요? 지금이라도 도전해서 한 줄이라도 쓰세요', '자신을 잘 파악하세요. 항상 웃으시고요. 너무 무표정하네요'라는 날카로운 지적이 날아왔다. 

"처음 와서 떨렸는데 만신창이됐어요. 10분 상담받고 내가 이렇게 잘못 살았나 싶더라구요. 평소 가고 싶은 기업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역기업 공고판을 보면 죄다 이공계열만 뽑더라구요. 기계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야되나 싶어요. 월급도 너무 낮고...모멸감, 허망함도 들고 아득해요"

'2015 대구지역 5개 대학 리크루트 투어'(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5 대구지역 5개 대학 리크루트 투어'(2015.8.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대구지역 대학생들과 청년들의 고용절벽을 해소하고 지역기업들의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8월 20일부터 9월 22일까지 '2015 대구 대학 리크루트 투어'를 연다. 취업설명회 성격의 이 리크루트 투어는 지난 20일 경북대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오는 9월 3일에는 영남대, 9월 10일에는 계명대, 9월 17일에는 대구가톨릭대, 9월 22일에는 대구대에서 열린다.

지역 공공기관과 지역기업이 지역대학으로 찾아가 상담 채용부스를 운영하고 기업설명회를 통해 기업의 현황과 취업정보를 청년들에게 전달한다. 올해 참여 기관과 기업 수는 49곳으로, 4회를 맞은 대구 대학 리크루트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대구시 김태익 경제기획관은 "지역기업과 청년들이 대면 기회를 통해 기업은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청년은 우량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며 "청년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고 정책설명회를 통한 다양한 기회까지 제공하는 리크루트 투어가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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