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사는 베트남 싱글맘도 체포...대구 미등록 이주민들 "반인권적 단속 중단"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4.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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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 부처 합동단속
대구출입국사무소, 공단 불심검문·수갑, 농촌도 곧
이주노동자들 집회 "현실 모르면서 마구잡이 단속"
법무부 "체류질서 확립 엄정대처, 인권보호에 최선"


# 베트남에서 온 20대 타오(가명)씨는 경북 경산에 사는 이주노동자다. E-9 외국인근로자 고용 비자를 받아 일을 하다가 체류 기간을 넘겨 미등록이 됐다. 그러다 최근 아이를 낳아 경산에서 키우고 있다. 싱글맘으로서 갓난쟁이를 홀로 양육하며, 혼자 밥벌이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타오씨를 '불법체류자'로 체포했다. 대구의료원에서 진료를 받고 난 뒤 아기 분유를 사러 슈퍼마켓에 갔다가 잡혔다. 보호소에 갇혀서 "집에 아기가 혼자 있다"며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출입국사무소는 타오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성서공단노조(위원장 김희정)가 출입국사무소에 항의한 뒤 벌금을 내고 나흘 만에 풀려나 귀가했다.
 
대구 동구 이노밸리로에 있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2023.4.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동구 이노밸리로에 있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2023.4.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경북 칠곡군 북삼읍 공단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대구출입국사무소는 올해 3월 한 공장에서 일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 4명을 '불법체류자'라며 현장 체포했다. 하지만 체포 과정에서 사업주의 동의를 구하고 사업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현장에 사업주가 없는 상태에서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던 중 동의 없이 사업장 내 기숙사에 들어가 논란이 일었다. 또 기숙사에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핸드폰을 모조리 압수하고, 공장에 있던 노동자들을 수갑을 채워 차에 태웠다. 이 과정에서 E-9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도 있었지만 출입국사무소는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보호소로 보냈다. 

이후 출입국사무소는 성서공단, 달성공단을 포함해 인근 와룡시장에서 불심검문을 했다. 뿐만 아니라 출입국사무소와 대구달성경찰은 지난 달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예배를 드리는 달성군 필리핀교회를 덮쳐 미등록 이주노동자 9명을 '위조 여권 소지' 혐의로 수갑을 채워 체포했다. 이주민단체와 종교계 반발이 이어지자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은 이주민선교센터를 찾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 농번기를 앞둔 경북 농가들도 걱정이다. 성주지역은 한참 참외를 따야 하는 철이다. 일손이 부족해 농촌 일손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다. 비자를 가진 노동자들은 농촌보다 도시 공단을 선호해 농사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때문에 농번기에는 대구 인력사무소까지 와 노동자를 구해야 한다. 때문에 농촌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귀해진 건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최근 성주군청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을 공지하며 자진 신고하라고 방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반인권적 보호소 폐쇄" 대구출입국사무소 앞 피켓팅(2023.4.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인권적 보호소 폐쇄" 대구출입국사무소 앞 피켓팅(2023.4.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출입국사무소의 단속을 놓고 "반인권적" 비판이 일고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대경이주연대회의)'는 7일 대구 동구 이노밸리로에 있는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강제단속 반대 출입국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구지역 미등록 이주노동자 30여명이 하루 파업을 하고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정부들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휘하는 최근의 미등록 이주민들에 대한 합동단속은 반인권적, 폭력적 강제단속"이라며 "인간사냥에 맞먹는 위험한 단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네팔 미등록 이주노동자 40대 A씨는 "시장, 병원, 공장, 집. 누가, 언제, 어디서 잡혀갈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고 밝혔다. 또 "모국에 있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한다"면서 "제발 잡아서 쫓아보내지 말아달라. 집에 돌아갈 때 좋은 모습으로 인사하며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에서 10번째로 잘 사는 민주주의 나라인데, 범죄자도 아닌 이주노동자를 잡아서 강제로 보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 대구출입국사무소 앞 집회(2023.4.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네팔에서 온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발언 중이다.(2023.4.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장은 "불법 딱지를 붙여 마구잡이로 이주민들을 잡아가는 지금 합동 단속은 매우 반인권적"이라며 "사람이 다치고 위험에 처하는 지금 방식은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수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올해처럼 무자비하게 반인륜적으로 단속하는 사례를 본적 없다"며 "토끼몰이 사냥을 하듯 불심검문하고 단속하는 걸 보니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또 "국내 미등록 이주민 숫자는 40만여명"이라며 "강제 추방 정책은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주 농민 박수규씨는 "이제 참외를 따기 시작해야 하는데 농번기에 일하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라며 "이들이 없으면 농촌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 현실도 모르면서 마구잡이로 단속한다고 하니 답답하다. 사실상 농민들에게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단속 추방이 법무부 정의인가"(2023.4.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단속 추방이 법무부 정의인가"(2023.4.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미등록 이주민들에 대한 단속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에 7일 확인한 결과, 2023년 1차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합동단속이 시행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 주관으로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 등 5개 부처가 3월 2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합동단속을 벌인다. 작년에 재개해 올해도 단속을 이어간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이민조사과 관계자는 "국민 일자리를 잠식하는 업종이나 불법체류 외국인을 다수 또는 상습 고용하는 업체와 불법입국, 취업 알선자들이 중요 단속 대상"이라며 "범정부적 차원에서 엄정하고 일관된 외국인 체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반인권적' 비판에 대해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에만 압수수색을 하고 적발된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강제퇴거·입국금지 조치가 당연하다"고 했다. 다만 "우려가 있어 단속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철저히 하고 외국인 인권보호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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