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없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못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전국 곳곳에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 입학 당시 학교 측 요구로 여권을 맡겼다가 대학이 다시 유학생들에게 여권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신분의 적법성을 따지지 않고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15일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만난 베트남 외국인 유학생 튀(22)와 당(20)은 각각 경북, 전북의 한 대학교 유학생이다. 이들은 현재 대학에서 나와 대구지역에 머물고 있다. 당은 지난 9월 16일 경산시보건소에 모더나 1차 백신접종 예약을 등록했지만 현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여권이 없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튀는 접종 예약조차 못했다. 마찬가지 이유다. 두 학생의 여권은 모두 각자 대학에 있다. 당은 "한국말을 못해서 대학 직원이 여권을 달라고해서 그냥 줬다"며 "돌려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았다. 나같은 유학생이 많다. 대학은 박스채로 여권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9월부터 10월 15일까지 대학이 여권을 가져가 백신 접종을 못한 유학생 제보를 받았다. 전국 80여명이 피해를 신고했다. 센터는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반환을 요구할 예정이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불법체류자도 백신을 접종하라고 했는데 일부 대학이 방역 방해, 방역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며 "위법성은 물론 인권침해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대구이주민선교센터 통역사는 "베트남 유학생만 80여명인데 다른 나라도 비슷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외국인 모임에서 감염된 일도 있었다. 대학이 여권을 반환해 방역 지침에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입장이 엇갈렸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측은 이날 "즉각 여권을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경우 "해당 유학생들의 경우 학교를 벗어난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일단 본인이 직접 소명할 경우 상담 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또 "여권이 없어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외국인 등록증이 있는 유학생은 다 접종했다"면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대학교는 "서류 지원 과정에서 보관한 것"이라며 "본인이 오거나 회신을 바라는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여권을 주겠다"고 해명했다. 서울 삼육대학교는 "대학이 유학생 여권을 보관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 일이 있다니 금시초문이다. 오히려 우리 대학은 유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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