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없어 백신 못 맞는 외국인 유학생들..."대학이 여권 안돌려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10.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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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서울 등 80여명 제보, 서울대·동국대 등 전국 수두룩...등록 후 보건소에서 취소 "방역사각·위법"
일부 대학 "소명시 주겠다"·"돌려주겠다" 엇갈려 / 질본청 "여권 없어도 접종 가능, 지자체에 알릴 것"


여권이 없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못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전국 곳곳에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 입학 당시 학교 측 요구로 여권을 맡겼다가 대학이 다시 유학생들에게 여권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신분의 적법성을 따지지 않고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여권 돌려주세요" 백신을 맞지 못한 경북 한 대학교 유학생(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여권 돌려주세요" 백신을 맞지 못한 경북 한 대학교 유학생(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학생 튀는 여권이 없어 백신 접종 예약조차 못했다.(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학생 튀는 여권이 없어 백신 접종 예약조차 못했다.(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 서울, 경기, 충청, 전라, 세종, 경남, 부산 등 지난 한 달 넘게 이 같은 내용으로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다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숫자는 80여명에 이른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산 대신대학교 등 지역의 많은 대학교 유학생들이 여권을 돌려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15일 대구 서구 비산동에서 만난 베트남 외국인 유학생 튀(22)와 당(20)은 각각 경북, 전북의 한 대학교 유학생이다. 이들은 현재 대학에서 나와 대구지역에 머물고 있다. 당은 지난 9월 16일 경산시보건소에 모더나 1차 백신접종 예약을 등록했지만 현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여권이 없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튀는 접종 예약조차 못했다. 마찬가지 이유다. 두 학생의 여권은 모두 각자 대학에 있다. 당은 "한국말을 못해서 대학 직원이 여권을 달라고해서 그냥 줬다"며 "돌려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았다. 나같은 유학생이 많다. 대학은 박스채로 여권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이 여권을 가져가 백신을 못 맞은 유학생 80여명 상담서(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학이 여권을 가져가 백신을 못 맞은 유학생 80여명 상담서(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은 "주변 사람은 다 백신을 맞았다. 나도 맞고 싶은데 여권이 없어서 못 맞고 있다"며 "코로나에 걸릴까봐 무섭다. 여권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튀는 "외국인이라 불이익이 있을까봐 무섭다"고 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9월부터 10월 15일까지 대학이 여권을 가져가 백신 접종을 못한 유학생 제보를 받았다. 전국 80여명이 피해를 신고했다. 센터는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반환을 요구할 예정이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불법체류자도 백신을 접종하라고 했는데 일부 대학이 방역 방해, 방역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며 "위법성은 물론 인권침해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대구이주민선교센터 통역사는 "베트남 유학생만 80여명인데 다른 나라도 비슷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외국인 모임에서 감염된 일도 있었다. 대학이 여권을 반환해 방역 지침에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이 가져간 여권을 뒤늦게 돌려 받은 한 유학생(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학이 가져간 여권을 뒤늦게 돌려 받은 한 유학생(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실제로 대구에서는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베트남 커뮤니티에서 확진자가 확산했다. 또 일부 대학교에서는 기숙사·생활관, 캠퍼스 내에서 확진자가 나온 사례도 있다. 유학생들의 경우 여권을 재발급 받는데 몇 개월 걸리고 비용도 60~90만원 가량 들어 현실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입장이 엇갈렸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측은 이날 "즉각 여권을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경우 "해당 유학생들의 경우 학교를 벗어난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일단 본인이 직접 소명할 경우 상담 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또 "여권이 없어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외국인 등록증이 있는 유학생은 다 접종했다"면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대학교는 "서류 지원 과정에서 보관한 것"이라며 "본인이 오거나 회신을 바라는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여권을 주겠다"고 해명했다.  서울 삼육대학교는 "대학이 유학생 여권을 보관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 일이 있다니 금시초문이다. 오히려 우리 대학은 유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 찾고 싶다"...서울대 시흥캠퍼스 유학생의 호소(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여권 찾고 싶다"...서울대 시흥캠퍼스 유학생의 호소(2021.10.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질병관리청은 불법체류 외국인의 경우 여권이 없을 시 임시관리번호를 발급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지난 14일 각 지자체에 지침을 통보한 상태다. 질본청 한 관계자는 "여권이나 기타 신분 확인 서류가 없어도 임시 번호를 통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코로나 백신 접종 정책"이라며 "해당 지침이 일선 지자체들에 신속하게 전파될 수 있도록 다시 통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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