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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목숨으로 일구어지는 사회
이명은 /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
(최선희 박정민 손영호 지음 | 도서출판 참 펴냄 | 2022)
2022년 12월 15일 (목) 15:58:46 이명은 pnnews@pn.or.kr

카타르 월드컵이 막바지를 향해간다. 평소 스포츠 경기를 전혀 보지 않지만, 이런 전 세계가 들썩이는 행사에는 자연스레 관심이 생긴다. BTS 정국의 개막 공연,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 등 월드컵 소식을 매번 접한다. 우리나라 경기가 있던 어느 날, 모처럼 피자가 먹고 싶어 배달 앱을 켰더니 앱이 먹통이었다. 하는 수 없이 매장으로 전화를 했는데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단다. 배달 주문 폭주 현상과 축구 응원을 위해 손님이 가득한 술집을 보면서, 그래도 간만에 자영업자의 숨통이 트이지 않나 싶었다. 즐거울 일이 있는 사회라는 점에 나도 조금은 위안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마냥 즐거워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10년간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6,700여 명이라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발표가 있었다. 이는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5개 국가에서 온 노동자의 사망 수만 집계한 것으로, 다른 국가에서 온 노동자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라 한다. 카타르 정부는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고, 폭염에 쓰러져 사망한 경우는 부검 없이 자연사로 주로 처리된다. 6,700여 명의 사망이 모두 월드컵과 관련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명백한 사실은 하나 있다. 이주노동자의 희생은 없는 일인 양 지워져 가고 있다는 점 말이다.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은 저 멀리 카타르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다양한 산업 현장에 이주노동자가 있다.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하면 국내에는 2020년 250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있다고 한다. 사실 도시에서 일상을 살아가면서는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잘 느끼기 어렵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공단이 밀집한 성서 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을 때 조금 더 이주민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 –이주노동자와 이주활동가가 들려주는 인권 이야기」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여러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민 노동자 개개인을 조명한다.
 
   
▲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 - 이주노동자와 이주활동가가 들려주는 인권 이야기』(최선희 박정민 손영호 지음 | 도서출판 참 펴냄 | 2022)

책의 제목인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는 네팔에서 한국에 왔다가 사망한 ‘테즈 구룽’과 ‘차우다리’ 두 청년의 이야기다. 사건은 2017년 군위에 있는 돼지 농장에서 발생했다. 두 청년이 돼지 분뇨가 모이는 구조물에 직접 들어가 분뇨를 퍼 올리다 분뇨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에 그만 질식사하고 말았다.

사건 이전, 해당 농장에서는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과 안전 장비가 전무했다. 사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최소한의 것이 갖춰지지 않은 일터에 목숨을 걸도록 위험에 내몰리는 것이 이주민 노동자였다. 농장 사업주는 이후 과정에서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대경이주연대회의’의 노력으로 사망자에게 합의금 지급과 산재보상을 하는 걸로 이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이를 단지 사고 당사자의 운이 없는 사고였다고 안타까워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이주민 노동자가 사망한 후에야 돼지농장 사업주는 장갑과 마스크 같은 안전 장비를 지급했다고 한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일할 한국인은 없었다. ‘테즈 구룽’과 ‘차우다리’ 두 청년은 그 자리를 대신하러 들어간 것이다. 어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이와 관련한 전조 증상이 있다고 한다.
 
   
▲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124쪽. 2017년 8월 8일 군위장날에 배포된 선전물

이 사고의 경우는 무엇이 전조 증상일까. 이주민을 향한 열악한 대우, 차등 임금 등이 버젓이 존재하는 사회이기에 이주민이 겪는 산업 재해가 놀랍지 않다. 차별이 반복되고 있는 사회야말로, 이주민 노동자 죽음까지 그림자를 드리우는 전조 증상이 아닐까.

여권을 빼앗기고, 다쳐도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언젠가 교환 가능하다는 쿠폰으로 임금을 받는 현실을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에서 마주한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과 특별한 정성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그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망각하지 않고, 인간이라면 보장받는 것이 그들에게도 같게 적용되면 된다. 책은 이주민 노동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하는 인터뷰와 차별 사례를 이주활동가가 적어 내려간 글로 이루어져 있다.

‘쩐티빅한’은 2000년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 산전수전을 다 겪고 지금은 다른 이주노동자를 위한 통역과 상담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제가 여자이고 외국사람이잖아요. 한국 국적이지만 원래 외국인이니까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것 많았어요. 그런 점 때문에 힘들었어요.” 지금은 전보다 개선된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가 일하게 되지만, 2007년 이전 산업연수생제도일 때는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등 이주노동자는 훨씬 열악한 환경에 놓였었다.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일, 치료비가 없어 고생한 친구를 도운 일을 말하는 이야기에, 쩐티빅한은 부당한 사회를 몸으로 부딪치며 헤쳐온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원이주노동자 상담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경주이주노동자센터에 가서는 ‘오세용’ 소장으로부터 경주센터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통역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배 이름이 진강호가 아니라 금강호(金剛號)라는 거예요. 금(金)을 중국 친구들은 진으로 읽는다는 거예요. 기가 막혀가지고.” 오세용 소장이 여권을 불법 압수당하고, 3개월 치 임금도 받지 못한 중국 이주노동자가 일했던 선박을 끝까지 찾아낸 이 사건은 중국 이주노동자들에게 쫙 소문이 났다. 부당한 일에 누군가 나서주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크게 와닿았다고 한다. 이후 경주센터에는 월 80건의 상담 중 50건이 선원 상담일 정도로 전국에서 문을 두드려왔다.

이 외에도 스리랑카에서 와 목재공장에서 일하다 산재를 당한 ‘야갓’,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영농조합법인에서 농산물을 포장하다 산재 사고로 소송을 해야 했던 ‘파즐라’, 베트남에서 결혼 이주민으로 한국에 와서 의료지원 통역 번역 봉사를 하는 ‘임소현’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상관없는 남이 아니라 사회를 같이 구성하는 ‘우리’로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계기가 이 책을 통해 훨씬 많아지기를 바란다.

 
   
 
 







 [책 속의 길] 212
 이명은 /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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