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숨진 경주 파견 '이주노동자'...시민단체 "산재 신청"

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 입력 2021.04.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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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노동자 A(27)씨 지난 6일 '흉부 외상' 숨져→13일 고향 시신 인도, 노동청 조사 중..."진상규명"

  
경주 한 제조 공장에 파견된 베트남 이주노동자 A(27)씨가 숨지자 유족이 산재 신청을 하기로 했다. 
 
12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과 A씨를 파견한 사측의 말을 종합한 결과, 앞서 2017년부터 한국에서 3년여간 일하던 공장 이주노동자 A씨가 지난 6일 오후 8시쯤 일을 하던 중 숨졌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한 건설기계부품 제조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A씨는 센서 문제로 기계가 멈춰 자동로봇을 수리하던 중 꺼졌던 로봇이 갑자기 작동해 기계에 눌려 사망했다.   

숨진 베트남 이주노동자 A씨의 경주 장례식장(2021.4.8)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숨진 베트남 이주노동자 A씨의 경주 장례식장(2021.4.8)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측은 사망 진단서에서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비의도적 사망 사고로 보인다"며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중증 흉부 외상"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결국 기계 끼임 사고로 숨진 것이다. 노동청은 현재 사건이 발생한 공장의 공정 라인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사망 사고와 관련해 불법이나 위법 여부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사측과 동료 노동자들을 불러 더 자세한 내용을 조사할 방침이다.  

베트남에서 한국까지 올 수 없는 유족을 대신해 대구이주민선교센터(공동 센터장 고경수·박순종 목사)와 고인의 지인들이 위임 절차를 밟아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고인의 시신은 지난 8일 본국으로 이송하기 전 경주보건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거쳤다. 지난 9일 발인을 마쳤고 인천에 있는 한 국제 장의사에게 이송됐다. 오는 13일 베트남 유족에게 인도돼 현지에서 다시 장례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고인의 유족이 영정 사진 앞에서 향을 피웠다(2021.4.8)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고인의 유족이 영정 사진 앞에서 향을 피웠다(2021.4.8)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특히 유족은 A씨 죽음이 단순 사망 사고가 아닌 산재에 의한 죽음일 수 있다고 보고 곧 산재 신청을 하기로 했다. 한국에 있는 고인의 지인이 유족 권한을 위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할 방침이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일하다가 사람이 죽었으니 당연히 산재 신청을 하는 것"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진상규명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안전 관리에 있어 사측의 소홀한 점이 있거나 위법이 있었다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그래야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마련된 경주 황성동 한 장례식장 빈소에는 지난 8일 추모 걸음이 이어졌다. 고인의 친인척들이 빈소를 찾았다. 추모객들은 A씨 영정 사진 앞에서 향을 올리고 고인을 추모했다.

삼촌 B씨는 "사랑하는 조카가 살아서 베트남에 못 돌아가 슬프다"며 고인이 즐겨먹던 삶은 계란을 영정사진에 놓았다. 친구들은 "좋아하던 것을 해주고 싶다"며 담배를 올리기도 했다. 사촌 누나 C씨는 "A는 내년에 고향에 가 결혼 상대를 찾을 예정이었다"면서 "건강이 좋지 못한 부모님 곁에서 살면서 서로 돕고 싶어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촌형 D씨는 "A 부모님은 베트남 하띤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며 "A는 생계를 돕기 위해 한국에 일하러 왔는데...죽어서 슬프다"고 말했다.

A씨 유족이 영정사진 앞에서 고인을 추모했다(2021.4.8)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A씨 유족이 영정사진 앞에서 고인을 추모했다(2021.4.8)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공장에서 챙겨온 숨진 이주노동자 A씨의 유품(2021.4.8)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공장에서 챙겨온 숨진 이주노동자 A씨의 유품(2021.4.8)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고향 친구 E씨는 "머나먼 땅 외국에서 힘들게 일하며 힘이 됐던 친구인데 숨져서 믿기 어렵다"면서 "고향에 같이 돌아갈 날을 손꼽았는데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며 슬퍼했다. 베트남 유학생 F씨는 "진중하고 맡은 일을 잘하는 형, 사람을 잘 챙겨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형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친인척들은 고인의 지갑, 메모장, 휴대폰 등 유품을 공장에서 챙겨와 유족이 있는 베트남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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