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공의 이탈 4주째...과로 시달리는 남겨진 의료진들 "업무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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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북대병원 본원, 전공의 193명 중 179명 이탈
"상황 유지되면 교수들도 떠나" / "의사 업무 부담, 우려"
복지부, 20개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150명 파견 "추가 지원"
병원, 파견 공보의 4명 '일손 부족' 응급실 등 필요 부서 배치

경북대병원 한 의사가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2024.3.1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대병원 한 의사가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2024.3.1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4주째 남겨진 병원 의료진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원은 12일 병원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러 오는 전문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문의들에게 여러 번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바로 진료를 보러 가야 한다", "당장 환자 검사를 하러 가야 한다"며 거절한 뒤 바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19일부터 대구지역 전공의들이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4주째인 오늘까지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북대병원도 전공의 193명 중 179명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A교수는 "병원에 상주하며 진료하는 전공의들이 없으니 전문의들이 많이 힘들 것"이라며 "진료도 해야 하고, 연구·교육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연구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이 유지된다면 교수들도 다 병원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응급실로 들어가는 모습(2024.3.1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대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응급실로 들어가는 모습(2024.3.1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간호사들도 입원 환자와 수술은 줄었지만, 정부가 발표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지침에 따라 업무 범위가 넓어져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들이 맡는 점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발표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따르면,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응급 약물 투여 등의 의료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간호사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해 감별, 검사, 치료·처치 등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 업무 범위를 정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료기관의 장이 간호부서장과 협의 후 결정해야 한다.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에게 귀속된다.

16년차 B간호사는 "업무량에 대해 담당 부서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병동은 환자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한가한 부서도 있다"고 밝혔다. 또 "교수들도 이틀에 한 번씩 당직을 서고 외래 환자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응급 상황이 아니면 수술도 잘 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C간호사는 정부 지침에 대해 "간호사가 무엇인가를 잘못했을 때 병원과 간호사의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 같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지가 있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경북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접수를 기다리는 모습(2024.3.1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접수를 기다리는 모습(2024.3.1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병원 측은 정부에서 지원받은 공중보건의사 4명을 응급실 등 일손이 부족한 진료과에 배치했고, 추후 필요에 따라 진료과를 변경할 방침이다.

경북대병원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으로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상주하며 당직을 서고 있다"면서 "사직한 전공의 수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견 공보의 4명을 응급실에 배치했고, 필요 부서가 있으면 유동적으로 옮길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4주간 전국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138명 등 모두 150여명을 파견했다. 현장 상황을 보며 군의관과 공보의를 추가적으로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1일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5,556명에게 면허정지 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다만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복귀한다면 정상 참작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또 오늘부터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운영한다. 병원으로 복귀할 의향이 있는데도 불이익을 우려해 복귀하지 못하고 있거나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불이익을 받은 전공의들이 전화·문자로 피해를 신고하면 요청에 따라 다른 수련병원에서 수련받을 수 있도록 한다. 사후 불이익 여부도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2024.2.26) / 사진.보건복지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2024.2.26) / 사진.보건복지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군의관과 공보의가 현장에 배치된 뒤 최대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소속 기관에서 수련받은 인력을 중심으로 매칭해 파견하고 있다"며 "수련기관 임상 경험 등을 최대한 고려해 내실 있는 인력 보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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