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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반발의 배경은 의사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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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국민은 사명감과 품위를 지닌 의사를 원한다

 

2월 6일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 명 늘린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현 정원 3,058명의 65%를 더 뽑는다는 것이다. 그러자 전공의를 주축으로 의사들이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많은 의대 재학생이 휴학계를 냈고 상당수 교수도 사직서를 냈다. 의료 붕괴에 국민은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의사들이 반발하는 배경

의사(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포함)의 평균 사업소득은 2021년 기준 2억6900만 원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한다. 변호사(1억1500만원)와 회계사(1억1800만원) 소득의 2.3배, 일반 봉급생활자 소득의 6.7배다. 대학입시에서 의과대학은 SKY로 상징되는 일류대학보다 더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다.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국민을 10분위로 나눌 경우, 2020년 의대 신입생 80% 이상이 상위 9분위, 10분위 가정 출신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쟁을 뚫고 ‘성공’한 젊은 전공의들은 정부의 증원 방침에 분노한다.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여 의과대학에 합격했고, 남보다 더 힘들게 노력하여 의사가 되었고, 남보다 더 강도 높은 업무를 감내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자신의 고생과 기대와 자부심이 물거품이 된다고 느끼는듯하다. 이런 감성적 반응은 고교평준화 정책이 1974년부터 시작될 때 ‘일류고’ 동창들도 그랬고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자 법조인들도 그랬다.

감성적 이유 외에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 심각한 의료 현안인 공공 의료, 필수 의료, 지역 의료 문제를 의사 증원으로는 풀 수 없다거나 급격한 증원은 의료 교육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주장도 한다. 더구나 사전에 세심하게 준비해서 제시해야 할 중요 정책을 정부가 ‘어퍼컷’ 식으로 던진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다수 국민은 의사들의 대응을 곱게 보지 않으며, 현재 누리고 있는 ‘특권’을 지키기 위해 반발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대구의 한 종합병원(2024.2.23)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의 한 종합병원(2024.2.23)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의사들의 '특권' 지키기

‘특권’이란 같은 조건의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유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힘이다. 소득을 예로 들어보면, 노력한 사람이 생산에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 정상인데,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결과를 차지하거나 노력했더라도 생산에 기여한 정도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힘이 ‘특권’이다. ‘특권’이 존재하면 특권을 못 가진 쪽은 ‘차별’을 당하게 된다.

특권은 왜 생길까? 특권을 발생 경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공급이 고정되어 있거나 매우 비탄력적이어서 생기는 공급 제약형 특권이 있다. 의사 공급이 한정되어 있어 의사 소득이 높은 사례, 토지 공급이 한정되어 있어 지주가 불로소득을 얻는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둘째로, 공권력이나 사회·경제 권력이 시장 작용을 제약하여 발생하는 권력형 특권이 있다. 대기업의 독점 이익, 최고경영자(CEO)의 고액 보수, 특수 직종의 전관예우 등이 이런 예다. 셋째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발생하는 편견형 특권이 있다. 남성특권(또는 여성차별), 인종특권(또는 인종차별)이 대표적인 예이다.

둘 이상의 원인이 함께 작용하기도 한다. 학벌특권은 특정 학벌을 우대하는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상위권 학교 정원이 제한되어 생긴다. 즉 학벌특권은 편견형 특권이자 공급 제약형 특권이다. 또한 좋은 학벌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사회·경제적 결정권을 독과점하여 더욱 유리한 결과를 차지한다면 권력형 특권의 성격도 추가된다.

특권 대책은? 특권 축소 + 특권이익 환수

그럼 특권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신자유주의 경제학에는 특권이 일시 있더라도 시장의 공급이 늘어나 특권이 사라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공급이 증가하면 특권이 줄어든다는 말은 맞지만 그게 시장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면 순진한 낙관론이다. 특히 의사처럼 공적인 면허가 필요한 직종의 특권은 시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특권을 없애거나 줄여야 하며 그래도 존재하는 특권이 있다면 특권이익을 환수하여 전 국민을 위해 공평하게 사용해야 한다. 의사 특권의 해법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의사를 포함한 특권층은 특권 개혁에 반대한다. 반대 근거는 대체로 이렇다. ‘노력해서 취득한 특권은 정당하다. 취득 기회가 균등하면 특권이 문제 될 게 없다. 특권 개혁이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도둑질 면허제도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특권층이 흔히 내세우는 반대 근거처럼, 노력해서 그 면허를 따면 그리고 면허 취득 기회가 균등하면 도둑질이 정당할까? 또 도둑질을 금지하면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킬까? 당연히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다른 칼럼에서 다룬 적이 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글 말미의 참고 칼럼을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의사로서는 ‘의사들이 특권을 지키려고 몽니를 부린다’라는 국민의 인식이 억울할 수 있다. 자신들의 목표는 진정한 의료 개혁과 국민 건강이라고 이해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유래한 ‘제네바 선언’을 마음에 새기면서 진료 거부 대신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대화 테이블에 올릴 의제에 ‘특권 내려놓기’를 포함시키기 바란다. 그러면 국민 여론도 ‘어퍼컷’ 정부보다는 사명감과 품위를 지닌 의사들을 더 신뢰하게 될 것이다.

[참고] <특권층이 개혁에 반대하는 이런저런 핑계>(평화뉴스, 김윤상 칼럼 2020.11.2)

 

[김윤상 칼럼 137]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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