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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전공의 90% 사직...휴진에 긴 대기·진료 취소, 불안한 환자들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4.02.20 22:23
  • 수정 2024.02.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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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5곳 전공의 672명 진료거부
첫날 현장..."위급한 환자 누가 돌보나, 이해 안돼" 불만
복지부 '업무개시명령'→"복귀 안하면 형사처벌·면허취소"
대통령 "국민 생명 위협 안돼...흔들림 없이 의료개혁"


끝없는 대기, 대기, 대기. 곧바로 뜨는 휴진, 휴진, 휴진. 

병원 곳곳에 대형 화면에 진료가 어렵다는 표시들이 뜬다.

◎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앞에 20명 긴 대기줄을 견뎌야 한다. 이미 예약을 하고 병원에 왔지만, 당일 진료를 할 수 없다며 병원 현장에서 취소 통보를 받기도 했다. 환자들은 불안하다.   
 
경북대병원 환자 대기 명단 게시판이 빼곡하다.(2024.2.2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대병원 환자 대기 명단 게시판이 빼곡하다.(2024.2.2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반발한 대구지역 전공의들이 지난 19일부터 사직서를 무더기로 제출하더니 사직서를 낸 이가 전체 전공의의 90%를 넘었다. 

◎ 대구지역 전공의 10명 중 9명이 사직서를 내고 집단 진료를 거부한 첫날의 현장 모습이다.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삼덕동 본원은 어수선했다.

한 진료과에는 '진료의사 휴진' 게시글이 붙었다. 다른 진료과 게시판에는 근무 의사 2명 중 1명만 출근했다. 환자 20명 이름이 한 의사 진료 대기 명단에 빼곡하다.

일부 환자들은 "아직은 괜찮다"고 했지만, "진료가 늦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라고 말한 환자들도 있었다. 한 대구시민은 "(집단 진료 거부)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경북대병원 삼덕동 본원에서 접수를 기다리는 환자들과 보호자들 (2024.2.2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대병원 삼덕동 본원에서 접수를 기다리는 환자들과 보호자들 (2024.2.2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김모(50)씨는 어머니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지만 바로 눈 앞에서 진료가 취소됐다.

그는 "한 달 전 허리 통증을 완화하는 주사를 맞기로 예약했는데, 오늘 갑자기 취소됐다"며 "주사를 맞고 난 뒤 수술도 예약을 하려 했는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 수술 일정을 잡으면 6개월 뒤에나 할 수 있다는데,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더 지연될 것 같다"면서 "위급한 환자들은 수술을 받지 못할까 봐 매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의사들의 진료 거부에 불편한 기색도 보였다.

중환자실에 병문안을 온 60대 남성 김모씨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 위급한 환자들은 누가 돌봐주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의료 수요는 자꾸 늘어나는데 의사 수는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 것 같다"며 "국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들이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사직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북대병원 한 의사가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2024.2.2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대병원 한 의사가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2024.2.2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대구경북지역 5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전체 전공의 745명 중 672명(90.2%)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19일 418명, 20일에는 254명이 추가로 사직서를 냈다.

2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경북대병원 193명 중 179명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81명 ▲영남대병원 161명 중 129명 ▲계명대 동산병원 182명 중 175명 ▲대구가톨릭대병원 122명 중 108명이다.

◎ 병원들은 대책 회의를 열어 의료 현장에서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비상상황실에서 대책 회의를 열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직서를 낸)전공의들을 대신해  전문의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진료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2024.2.19) / 사진.복지부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2024.2.19) / 사진.복지부

정부는 국민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주는 행위로 규정하고 법적 조치 등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다. 

◎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의료법' 제59조 2항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 의사는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같은 법 제88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개혁 과정에서 국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내각 전부가 일치단결해 국민들이 피해 받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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