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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진료거부 나흘째, "수술실 가동 60%·응급실 여력 없어"...위기경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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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원 5곳 등 전공의 90% "증원반대" 사직 진료대기·처방·퇴원 지연, 수술 일정 취소 우려 커지는 환자 불편 "복귀"...병원 전문의 2교대 근무 의료 위기경보 최상위 단계 상향, 비대면 진료 허용 홍준표 시장 "증원 단계적 추진...사직서는 수리해야"


"현재 원내 사정으로 응급의료센터 진료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 23일 오후 '안내문'이 붙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 지연 가능성을 알리는 내용이다.

안내문에는 "위급한 환자가 아닌 단순 처치를 위한 환자나 중증도가 낮은 환자는 진료 지연 및 타 병원 진료를 권유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접수처에도 "병원 내 사정으로 고객분들의 대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공지문이 게시됐다.
 

영남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안내문(2024.2.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안내문(2024.2.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환자 대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영남대병원 접수처(2024.2.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환자 대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영남대병원 접수처(2024.2.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2천명 증원)에 반발한 대구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 정부의 증원 발표 이후 전국의 전공의들은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상급종합병원 소속 전공의 10명 중 9명이 의료 현장을 떠났다. 의사들뿐만 아니라 지역 의대 학생들도 수백명이 휴학계를 내고 대책기구를 꾸려 단체 행동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5개 상급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90%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전체 전공의 750명 중 67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23일 오후 2시 기준 ▲경북대병원 193명 중 179명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81명 ▲영남대병원 161명 중 130명 ▲계명대 동산병원 182명 중 173명 ▲대구가톨릭대병원 122명 중 112명 ▲대구의료원 5명 중 4명이다.
 

영남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접수 중이다. (2024.2.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접수 중이다. (2024.2.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환자들의 불편함은 커져만 가고 있다. 현장을 찾은 환자들은 의사들의 진료 거부에 대해 쓴소리를 하며 현장에 돌와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담당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 병동에 있는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영남대병원을 찾은 이모(69)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담당 전공의가 치료와 퇴원 예정일 등을 확인해줘야 하는데, 전공의가 사직해 물어볼 곳이 없어졌다. 이씨는 "사람 생명을 담보로 진료를 거부하면 되느냐"고 항의했다.

처방전이나 진단서 등을 처리해줄 전공의가 없어 퇴원 수속마저 늦어지고 있었다.

그는 "담당 의사가 전공의인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서 "혹시나 오늘 의사가 출근했을까 싶어 병원에 찾아왔는데 없다"고 답답해했다. 또 "집단 사직으로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 상황이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는데, 빨리 타협해서 의사들이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암 치료 등 예정된 수술 날짜가 밀릴까 봐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김모(75)씨는 "남편이 암 진단을 받아서 진료 중"이라면서 "영남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서울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잡힌 수술 날짜가 연기될까봐 걱정"이라며 "위중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우려했다.
 

영남대병원 의사들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2024.2.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병원 의사들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2024.2.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수술 가동률 평소의 60%...응급실 경증 환자 수용 여력 부족 

병원들은 의료진 부족을 고려해 전문의 근무 시간 확대, 경증환자 수술 일정 조율 등 대책을 내놨다.

영남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기 전에는 응급실에 경증 환자들까지 수용할 여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면서 "수술 가동률도 60%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수술방을 기존 대비 60%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3교대로 근무하던 응급실 전문의들은 2교대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증 환자 수술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 경증환자는 의료진 판단으로 일정을 조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보건의료 재난경보 '경계'→최고 수준인 '심각' 상향 

정부는 23일 오전 보건의료 재난경보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공공의료기관 평일 진료시간 최대 연장·휴일 진료 확대 ▲군병원·보훈병원·산재병원 등 비상진료체계 가동 등을 실시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국민의 생명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소모적인 갈등을 할 시간이 없다"며 "전공의들은 지금 즉시 환자의 곁으로 복귀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홍준표 대구시장 "의대 증원 단계적 추진해야...사직서는 모두 수리해야"

대구시(시장 홍준표)도 지난 19일 의료 공백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했다. 시는 ▲8개 구.군 보건소 진료시간 연장 ▲공공의료기관 평일 진료시간 연장, 전문의 당직체계 운영 ▲경증·중등증 환자 2차 병원, 증상별 전문병원 분산 등의 대책을 시행한다.
 

홍준표 시장의 페이스북 게시글(2024.2.21) / 사진.화면 캡처
홍준표 시장의 페이스북 게시글(2024.2.21) / 사진.화면 캡처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료대란을 보며 의사들의 직역 수호 의지와 당국의 설득 부족이 충돌한 것을 참으로 우려한다"면서 "당국의 의과대학 증원을 변호사 증원과 마찬가지로 단계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레지던트 파업도 좀더 신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 지역 사정에 따라 시.도지사들이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당국과 협력했으면 한다"며 "대구의료원의 경우 레지던트 5명 중 4명이 사직서를 냈는데, 모두 수리해도 환자 진료에 큰 지장이 없다니 본인들의 의사를 존중해 사직서를 수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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