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는 언제 다시 개성공단으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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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칼럼] "싸우고 양쪽 다 이기는 방법은 없다. 한 발 물러서 대화의 물꼬를"


 지금 북한에는 대한민국 사람이 한명도 없다. 지난 3일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마지막 일곱 명 까지 군사분계선을 통해 돌아오고 북한과 우리와의 인적교류는 제로상태가 된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화해협력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던 시절 금강산, 개성, 평양 등에는 관광객들과 교류협력 경제협력사업 때문에 올라간 기업가들 정부당국자들을 합쳐 꾸준히 수천 명 이상씩 북한 사람들과 만나 교류했었다. 소나타, 스타렉스 등의 국산차들이 금강산 개성공단의 거리와 도로를 달렸다.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를 남북합작 캐릭터로 만들었고(1기 캐릭터 공동개발 및 22편을 북한에서 제작), 치킨 프랜차이즈 점이 평양에 생기기도 했었다. 이 모든 것이 진행 중인 교류협력사업이 아니고 지나간 사업이 돼 버렸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에도 멈추지 않았던 개성공단의 기계가 멈춰선지 한 달이 넘었고, 재가동의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져 버렸다. 완전폐쇄는 아니지만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잠정폐쇄가 시작된 것이다. 남북관계발전의 마중물, 남북경제협력의 전진기지, 평화와 번영의 거점 개성공단의 불빛이 사그라지고 있다. 2013년 봄 남북관계의 한겨울이 다시 찾아왔다. 남 북 당국의 정치적 결단의 수단으로 전락한 개성공단에 봄은 다시 찾아올까?

<경향신문> 2013년 5월 4일자 1면
<경향신문> 2013년 5월 4일자 1면

 작년 연말부터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UN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 3-4월 한미 간의 대규모군사훈련과 이에 반발하는 북한의 강경대응과 우리 정부의 강경대응의 악순환의 결과이다. 안보의 최고 목적은 자기 영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이며 이를 군사적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가능한 비군사적 수단으로 달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국전쟁 이후 완전한 평화체제가 아니라 정전협정의 적용을 받아온 한반도에서 군사력의 팽창과 핵의 보유는 서로를 자극하여 더 많은 군비경쟁을 일으킴을 확인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문제의 이해관계자인 미, 중, 일, 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남북관계에서 싸우지 않고 양쪽 다 이기는 방법은 있지만, 싸우고 양쪽 다 이기는 방법은 없다. 싸우게 되면 한쪽이 지거나 양쪽 다 지게 된다.

 한국전쟁 이후 50년간의 대결과 대치를 반복하면서 얻은 교훈은 교류와 협력이 남과 북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교류와 협력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더딘 실험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정치군사적 대결상태에서도 꾸준한 교류와 경제협력사업은 그 자체로 평화와 통일에 긍정적으로 기능해왔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기도 했다. 금강산관광 10년 동안 연인원 2백만 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다녀왔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북한 사람이 머리에 뿔이 달리지 않은 것과 말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북한 땅에서 5만 4천명의 노동자들이 우리 기업들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제품을 만들어 국내에서도 팔고 전 세계로 수출도 했다. 북한도 우리도 돈을 벌어 우리 기업은 이윤을 남기고 북한 노동자들은 월급을 받았다. 남과 북이 상생하고 함께 번영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동 번영하는 남북평화의 한 모델이고 교류와 협력의 긍정적 힘이 아니겠는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시작은 남북 당국의 정치적 합의였지만 이를 과정에서 실현하게 한 것은 평화와 번영을 바랬던 그 과정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이 간식으로 북한 노동자들에게 초코파이를 지급했다고 한다. 5만 4천명의 노동자에게 1인당 2개 이상 지급했으며 한 달에 약 2백만여 개 이상을 소비했다고 한다. 공장마다 초코파이 지급 개수가 달라 한때 개성공단 초코파이 지급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기사까지 났을 정도였다. 북한에서 인기가 좋은 대표적인 남한 음식이 초코파이와 라면이다. 2000년 9월 개봉한 JSA(공동경비구역)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극중 남한의 이수혁 병장(이병헌 역)이 북한의 오경필 중사(송강호 역)에게 초코파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며 귀순하라고 얘기한다. 오경필 중사는 이수혁 병장에게 “...내 꿈은 말이야. 언젠가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훨씬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기야. 그때까지 어쩔 수 없이 이 초코파이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어”라며 초코파이를 한 입에 먹는다. 영화속에서 이수혁 병장과 오경필 중사는 이 일로 싸우지 않았다. 둘 다 군법을 어기며 JSA를 넘나들며 형 동생하는 정으로 긴장된 체제의 문제를 같이 초코파이를 먹고 웃어 넘긴 것이다.

<한겨레> 2013년 4월 27일자 1면
<한겨레> 2013년 4월 27일자 1면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과 우리 기업 사람들이 생각은 달라도 한공장에서 지내면서 생긴 정이 있을 것이다. 총 칼 보다도 ‘불바다’ 발언보다도 ‘단호한 군사적 조치’보다도 ‘정(情)’을 담은 초코파이가 더 평화적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구조가 여전하고 남과 북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한발 물러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하는 시점이 왔다. 남북관계에서 현상유지란 곧 후퇴이다. 남과 북이 ‘평화’라고 하는 명백한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지켜지는 평화가 최선의 전쟁보다 백번 천번 낫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한미군사훈련도 끝이 났고 북한의 군사훈련도 대폭 줄었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정부의 긴급유동성 지원보다도 ‘개성공단정상화’가 최선의 해결책임을 강조해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의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정(情)‘을 담은 ’신뢰의 초코파이’를 보내야 될 때가 된 것이다. 남도 북도 정치적 전제조건을 내걸지 말고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 특사든 밀사든 공개적이건 비공개적이건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 ‘JSA(공동경비구역)’에서처럼 이수혁과 오경필의 쿨한 초코파이 정신을 가지자.

 초코파이를 가득 싣고 개성공단에 일하러 가는 우리 기업의 차량행렬을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고려 500년 수도 개성. 황진이의 박연폭포 정몽주의 선죽교가 있는 개성이 군사적 요충지가 아닌 남북관계발전의 마중물로 제 역할을 다하기를 두손 모아 기도한다.





[오택진 칼럼] 13
오택진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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