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원칙'과 어느 정치인의 '상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택진 칼럼] "주장에 걸맞게 실천하라. 국민 앞에 서고 싶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는 ‘신뢰와 원칙’이다. 정치인에게 ‘신뢰와 원칙’만큼 좋은 이미지가 있을까?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그런 신뢰와 원칙을 흐트리고 있다. 경찰청장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해놓고 임기 절반이 남은 김기용 경찰청장 대신 신임 경찰청장을 내정했고, 대탕평과 낙하산 회전문 인사방지의 정책방향을 제시했으나 호남인사들이 배제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인사를 단행했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 문제나 장관인사 청문회에서 흘러 나온 이야기들은 이 정부가 ‘신뢰와 원칙’을 가지고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까라는 강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되 보니 다르더라’인지 처음부터 ‘되고 보자’였는지 알 수 없으나 확실히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갔다 온 후가 다른 것은 이 정부도 비슷하다. 전임 정부를 돌아봐도 어느 누구하나 제시한 공약을 100% 실천한 사람도 없고, 대통령 취임 후 달라진 현실에서 ‘말 바꾸기’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점수를 매길 수는 있겠으나 국민의 눈에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 이기기 위해 만든 공약은 이긴 다음에 그 생명을 다하기 때문에 정권창출에 기여한 충신과 공신들의 입김과 재원부족이라는 이유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신뢰와 원칙’은 더 많은 권력을 가지기 전과 후의 자세가 다르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대중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은 말을 쏟아낸다. 그들이 쏟아내는 대부분의 말은 ‘국민우선’, ‘소통’, ‘민주주의’, ‘청렴’, ‘투명성’, ‘협력’, ‘평등’, ‘공명정대’등의 좋은 말이다. 그럼에도 대중들이 정치권에게 염증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단순하다.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정치권의 가벼움 때문이다. 올바른 주장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이론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이론대로 실천하는 것도 아니다. 주장과 행동, 이론과 실천 사이의 아주 큰 간극이 있다. 좋은 정치인은 이 간극을 성실함과 성찰로 좁혀 나가고, 나쁜 정치인은 이 간극을 변명으로 자기합리화 시킨다.

 민주통합당 천정배 전 의원이 18대 국회 당시 의원직 사퇴 선언 기간에 받을 수 있었던 1억2천 300만원의 세비를 받지 않은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천정배 의원 측은 “의원직 사퇴 선언 이후 국회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비를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세비 수령을 거부했다"고 했다. 국민들은 이런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 자기가 내뱉은 ‘국회의원 사퇴선언’에 따른 책임을 세비를 받지 않는 것으로 진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인데 이런 일이 드문 일이 되었으니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것이다.

 오늘도 진보와 보수는 치열한 논쟁에 자신의 올바름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정책은 중요하다. 국가정책 하나에 국민다수의 생활이 달라지는 일이니 그만큼 치열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21세기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국민의 앞에서 리더쉽을 발휘하려는 사람들에게 주장과 이론에 걸맞는 행동과 실천, 도덕성과 인격을 요구하는 것이다. 청문회가 고위직 공무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고해성사 또는 치졸한 변명을 들어야 하는 자리로 변질된 것이 이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채 제 이속만 차린 결과이다.

 승리한 대통령의 강한 어조의 연설보다 전직 국회의원이 자기책임에 따른 세비거부라는  상식적 실천이 국민에게 더 강한 울림이 있음을 정치권이 알아야 할 것이다.





[오택진 칼럼] 12
오택진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