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북측의 의도와 우리의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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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향 / "절대 국익은 한반도 평화...박근혜 정부, 어떻게든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경향신문> 2013년 4월 4일자 1면
<경향신문> 2013년 4월 4일자 1면

1.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남북관계를 옭아매고 있다. 작금의 위기는 묘사와 꾸밈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에 와 있는 살 떨리는 위기감, 소름 돋는 두려움이다. 아야 한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이 두려움은 현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와 언론의 상황판단이 매우 구태의연하여 위기상황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감으로 변해간다. 현재 북측이 주도하는 긴장고조 위기심화의 이유와 배경에 대한 그릇된 해석과 분석들이 결국 잘못된 정책, 대북정책의 오류로 나오기 때문에 위기심화는 점입가경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2.
싸움은 말려야 한다! 그런데 언론은 싸움을 붙이고 있고 정부는 그에 놀아나는 형국이다.
현 상황에서 국방장관은 ‘개성공단 우리 국민 신변에 위험사태 발생시 그에 대한 군사조치와 태세로 북측 전력의 70%가 5일 이내 궤멸될 것...’이라고 공중파 언론이 버젓이 보도한다. 그런 군사기밀은 발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국민들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이 북측을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도무지 평화를 지키자는 것인가?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

<한국일보> 2013년 4월 4일자 1면
<한국일보> 2013년 4월 4일자 1면

3.
북측의 개성공단 입경 제한조치 이후 우리 언론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래도 북측이 개성공단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폐쇄까지는 안 갈 것이라고..., 그들의 외화유입 자금줄이기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어이없는 분석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에 익숙한 우리식 기준과 가치관에 입각한 판단일 뿐이다. 이런 분석들은 북측에게 빨리 개성공단 문 닫으라고 강요하는 분석들이다. 위기심화를 불러오는, 평화를 깨는 분석들이다. 무지하면 나쁠 수 있다!

4.
북측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우리가 평가하는 것처럼 달러박스이기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곳이 아니다. 북측이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은 그곳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업이기 때문이다. 북측 군부가 개성공단 개발 부지에 주둔하고 있었던 최전방 군부대들을 북측 후방으로 후퇴시키면서까지, 그들 입장에서 안보위험을 무릅쓰고 개성공단을 만들었던 것은 오로지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바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중앙일보> 2013년 4월 4일자 5면(국방/외교)
<중앙일보> 2013년 4월 4일자 5면(국방/외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실지로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남측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북측은 대동강의 기적을 구현하고 싶어 했다. 실지로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충분히 그 가능성을 반증하고 있다.

북측의 새 지도자 김정은은 어떻게든 아버지의 유업을 지키기 위해 개성공단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외화벌이, 자금줄”로 낙인찍어 북측 입장에서 정치사상적 지도자의 존엄을 건드렸다고 보는 것이다. 북측에서 지도자는 권력자가 아닌 정치사상적, 정신적 지도자이다. 그들 지도자에 대한 조소, 폄하, 비난은 그들의 정신세계와 존엄 전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분석은 우리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전제해 둘 것이 있다. 우리식 기준으로 북측을 바라보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좌절하게 된다. 그것이 ‘너무 똑같지만 또 너무 많이 다른’ 남과 북의 차이다. 그 차이는 차이일 뿐이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의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말자. 평화에 도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왜곡된 분석은 현 위기심화 조치가 체제내부 결속용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다. 북측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매우 공고한 체제다. 북측이 장거리로켓(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때도 우리는 체제내부 단결용으로 제단했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우리가 나로호를 발사하는 것이 체제단결을 위해서인가? 어이 없는 분석이다.

북측은 앞으로도 4~5기의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북측 내부 휴대폰가입자(현재 평양지역 150만대)들을 위해 자체 GPS 체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푸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왜곡된 분석들만 난무한다. 우리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왜곡된 분석은 자제하고 문제를 풀 대책을 이야기하자.

5.
흥정은 붙여야 한다. 결국 대화다!
북측의 개성공단 입경제한 조치는 대화를 요구하는 북측 방식의 제스쳐다. 문제의 본질은 매우 간단하다. 북측 입장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공격 가능성’이라는 불안정한 정전상황을 안정적인 평화상태로 바꾸고 싶어 한다.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로 바꾸자고 우리와 미국에게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구해왔다. 그간 우리 정부와 미국은 계속 무시해왔다. 상대해주지 않았다. 미국과 우리는 ‘비핵화’, ‘선비핵화 조치’만 이야기했다. 북측이 요구하는 ‘평화체제’와 같이 이야기하면 된다. 그러면 간단하다. 결국 만나면 된다. 대화의 테이블에 앉으면 된다.

6.
박근혜 정부는 지금의 이 엄혹한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3차 대전의 위기로 치달았던 1962년 쿠바미사일 위기도 결국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에서 끊임 없는 미-소간의 물밑대화와 상호 양보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결국 대화였다. 대화없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현재의 전쟁위기를 삽시간에 평화정착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것? 어렵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북측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어떻게든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 문제를 직접 풀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중국은 북측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없다.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결코 반기지 않는다. 결국 한반도 평화는 남과 북,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 자국의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의 절대국익은 한반도 평화다. 주변국들도 과연 한반도 평화가 자국의 국익일까? 결국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






[기고]
김진향 / 전 청와대 남북관계팀장. 전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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