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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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 "박근혜 당선자, 대북정책 전면 수정해야"


 지난 5년 파탄난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의 회복을 희망했던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정권교체는 좌절되었다. 완벽한 언론장악과 국가기관의 부당한 선거개입 등 원초적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된 18대 대선은 수많은 민초들이 스마트폰과 팟캐스트 방송 등 새로운 무기로 대응했지만 좌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역사는 숱한 좌절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진보의 길로 전진해왔다. 파탄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이땅에 평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다시 일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잃어버린 10년이 되어서는 안돼

 과거 새누리당 세력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집권시절을 비판할 때 늘 사용하는 말 중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들은 두분의 집권기간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10년의 기간이라며 국민들에게 선전 선동하였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그 기간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결코 잃어버린 기간이 아니었다. 외려 잊어버려서는 결코 안되는 10년이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10년이었다. 물론 양극화의 심화를 막지 못하고 서민과 노동자, 농민 등 민중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과오가 있다. 하지만 그 10년이 독재에 의해 저질러진 온갖 반인권 범죄가 세상에 드러나고 민주주의가 진전된 10년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그 10년이 대결과 갈등의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로 전변된 10년임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10년이 19세기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협력으로 우리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나가기 시작한 10년이라는 것이다. 실상 그들에게 “잃어비린 10년”은 대한민국의 수립이후 50년 이상 누려왔고 또 영원히 누릴 것만 같았던 수구냉전세력의 기득권을 잃어비린 10년에 다름아니다.

그래서이다. 이번 박근혜의 당선으로 이명박 박근혜 집권기간이 대한민국의 역사에 정말 “잃어버린 10년”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우리민족의 절대적 과제인 평화통일을 후퇴시킨 10년으로 기록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역사적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지는 이유이다.

박근혜 당선자, 대북정책 전면 수정해야
 
 하지만 박근혜 당선자가 제시한 대북정책을 살펴보면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박근혜 당선자의 대북정책이 MB정권 5년간 실패로 판명된 선핵 폐기, 선 북한변화론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대북정책의 핵심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관계 정상화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기고글과 발언을 통해 “북측의 신뢰할만한 태도를 전제로 신뢰프로세스 진행하겠다”는 태도를 거듭 밝히고 있다.

“북한측이 신뢰할만한 태도를 보여야 신뢰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다.”
 (2011 Foreign Affairs 기고문 ‘A New Kind of Korea’)
“신뢰 쌓이고 비핵화 진전되면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할 수 있다.”(2012.10)
“비핵화 진전에 따라 상응하는 정치, 경제, 외교적 조치 취하겠다.” (2012.10)


이는 북측의 선제적인 핵폐기나 선제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만 그에 상응하는 접근을 하겠다는 MB정권의 대북정책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정책이다. 물론 “북핵의 폐기”와 “북한의 변화”는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의 일관된 목표이다. 문제는 MB정부의 “선핵폐기”, “선 북한변화”나 박근혜 당선자의 “북한의 선 신뢰 조치 요구”는 북한이 행동하기 전에는 아무런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북핵폐기”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접근방법이나 환경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당선자의 대북접근방법을 고수하면 오로지 북한의 태도변화만 요구하다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MB의 대북정책,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철학과 의지 없이 북한에 대한 강경발언과 이에 대한 북측의 공세적 대응으로 한반도의 긴장만 가중시킨 MB의 대북정책을 박근혜 당선자 역시 되풀이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가 정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성공시켜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고 싶다면 “북한의 선 신뢰조치”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새로 들어서는 남측의 박근혜 정부와 대화와 협력을 하고 싶도록 “남한의 선 신뢰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물론 북한의 김정은도 “2013년 육성 신년사”를 통해 밝혔듯이 “6.15와 10.4 선언” 등 합의사항의 적극 추진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정권의 운명보다 민족의 운명 중시해야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정파의 운명보다 대한민국 이라는 공동체의 운명이 중요하기에 박근혜 정부가 성공했으면 하는 바램이 없지 않다. 그것은 현 시대의 상황이 특정 정치세력의 유불리와 성공과 실패에만 매달리기에는 너무나 절박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MB정부 5년 동안 후퇴한 민주주의의 회복과 서민경제의 회생에 1차적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다. 특히 대선 이후 절망으로 인해 잇달아 목숨을 끊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지에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는 결코 특정 계급이나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되었든 반드시 힘을 기울여야 할 우리시대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혜 당선자가 이번 대선에서도 위력을 보였던 반북이데올로기와 분단체제에 정권의 운명을 기댈 경우 정권은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민족의 운명은 불행해질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 당선자는 정권의 성공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 더 이상 지지 기반인 수구냉전세력에게 기대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권의 운명보다 민족의 운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박근혜 당선자가 남북관계에서 가야 할 길은 김영삼, 이명박의 길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의 길이다. 아니 대북포용정책의 출발이 되었던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던 노태우의 길이라도 가야 박근혜 당선자가 역사를 진전시킨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가 부디 그 길을 당당히 헤쳐 가기를 새해의 희망으로 간절히 기대해본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남북평화나눔운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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