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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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김영민 / "국록 먹는 사람들, 눈물의 사죄가 우선이다"


1914년 12월 24일 저녁 그러니까 1차 대전 중 프랑스 플랑드르 지방에는 양측의 군인들이 5개월째 참호 속에서 50m 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서로의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 합니다. 살을 에는 겨울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들었고, 화장실이 따로 있을 수 없는 참호 속에서의 오물, 시체, 부상당한 동료의 썩어가는 살덩이 등 지옥을 상상할 수 있는 전쟁의 상황에서 땅거미가 깔릴 때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독일군 진지의 병사들이 크리스마스트리 수천 개의 촛불을 붙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위문품으로 보내온 조그마한 트리였겠지요. 그리고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렀습니다. 이것을 지켜보던 영국의 진지에서도 박수와 환호가 흘러나왔고 명령도 지시도 없었는데  같이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참호를 벗어나 무인지대로 나와 걸으면서 악수하고 서로 가족의 사진을 나누고 담배와 비스켓을 주고받으며 이 터무니없는 전쟁을 키득거리며 비웃었다고 합니다.

제러미 러프킨은 공감의 시대라는 이름의 8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이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지루할 수 없도록, 손에 책을 내려놓기 힘들도록 공감의 ‘말’과 ‘공감함’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사람의 모습을 따라 보여주고는, 우리시대 또 다음세대의 시대적 화두를 공감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2014년 4월 28일자 3면(종합)
<경향신문> 2014년 4월 28일자 3면(종합)
진도의 한 체육관을 다녀왔습니다.

1주일 째 먹는 것은 커녕, 잠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국물 한 숟갈이라도 넘겨야 산다’, ‘살아야 다시 만날 것 아니냐’라는 애원(?)에 ‘물 한 모금이 조차 목에서 넘어가질 않는데.....’하며 손사래 치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아프기까지 합니다. 간신히 받아든 물 컵을 입에 대자마자 바로 토하는 모습은 여기 가족 어느 누구하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거기에서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모두를 더욱 아프게 합니다. 체육관의 모습, 그곳의 상황을 보시면서도 과연 라면이 입에 넘어 가시던가요?

죽음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살기위해 발악하는 듯 한 모습은 그들을 위로하러온, 문제를 수습하러온 사람이 아니라 그들을 더욱 아프게 하고 그들에게는 야차로 보일만큼 괴롭게 하는 모습이 아닌가요?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고, 김 안 나는 숭늉이 더 뜨거운 법이지요.

‘라면에 계란을 넣지 않았다’느니 ‘야참을 시켜 먹었느니’ 라는 하찮은 일이 이리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적들을 마주한 프로방스에서 죽은 꼬마 병사 보다 못한 비 공감을 아쉬워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물조차 토하는 국민 앞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높으신 양반, 말귀를 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입과 대한민국의 장관의 대한국민에 대한 공감 없음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국민을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의 대표를, 교육의 ABC도 모르는 교육의 수장을 꾸짖는 말이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아픔과는 거리가 먼 행위를 책하는 말이면서, 국가의 위기를 단지 문젯거리로만 알고 단순히 이를 처리하기 위해 마지못해 참여한 듯 보이는, 국록을 먹는 사람들의 오를 데로 오른 거만함이 보여주는 표정관리를 탓하는 것입니다.


어느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과 공감하면서 함께 울어주는 일이라구요.
잘못을 찾아 심하게 꾸짖는 일은 꼭 필요하지요. 그러나 그것보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 사람에 다가가 무릎 꿇어 사죄하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을 말씀하셨습니다. 검찰이니 경찰이니 가릴 것 없이 칼을 휘두르고 계시는 모습이 연일 방송에서 시끄럽게 눈 앞를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다만 관리를 맡은 공무원을 찾아 문책하고, 돈 벌이에 눈 먼 한 장사치의 치졸한 치부수단을 파악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신지요? 살인자라고 대법원 위에서 먼저 판결하여 호령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국민이 속 시원해하실 것이라 판단하신 것인가요?

총리가 책임지고 사퇴한다고요? 아닙니다. 결단코 아니올시다.
먼저 아픔을 이기지 못하는 그들에게 가셔서 사과의 눈물로 같이 하시면서, 모든 국민이 같이 우는 날을 정하여 공감하십시오. 아울러 청와대가 재난에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 했다가 국회에 가서는 그렇다고 말하는 책임회피, 눈치 보기의 보좌관의 무지와 무식,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처참하게 내 버려진 수백의 꽃송이와 그들을 칠흑 같은 물속에 보내는 아픔에 오열하는 가족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교육의 수장에게, 말귀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입을 처벌하시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일입니다.






[기고]
김영민 / 한국YMCA전국연맹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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