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눈물로....오늘도 '희망'의 증거를 기다린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4.2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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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구 촛불기도 / "아무 것도 못하는 무력감...죄없는 우리 아이들, 기적처럼 돌아오기를"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노란 리본 수백개가 24일 저녁 대구 동성로 길거리에 가득 걸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문구를 적는 시민들의 염원은 간절하다. 슬픈 침묵에 잠긴 이들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지만 그래도 끝까지 놓지 않는 기적같은 생존의 희망을 노란 리본에 새겨 넣는다. 

세월호 실종자 무사귀환을 바라는 시민이 리본을 달고 있다(2014.4.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실종자 무사귀환을 바라는 시민이 리본을 달고 있다(2014.4.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뉴스를 보지도 않는다. 슬프고 울화통만 치민다. 생존을 말하기도 버거워 무력감만 느낀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박웅성(39)씨는 이 같이 말하며 침통한 심정을 나타냈다. 그는 "아침이면 들리는 사망자 소식에 하루를 눈물로 시작한다"며 "정부가 지금까지 한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국민을 죽게 만든 이 정부가, 이 나라가 어떻게 죄를 씻을 지 있을지 모르겠다. 부모 입장으로서 너무 화가난다"고 말했다.

교사 곽도병(41)씨는 "정부는 지금까지 수색작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처음 탈출한 사람을 빼면 지금까지 구조한 사람은 단 하나도 없는게 아니냐"며 "과연 이 나라가 나와 내 가족,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정부가 너무 야속하다. 침울한 마음에 한숨만 난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추모·실종자 무사귀환 염원 촛불기도회'(2014.4.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추모·실종자 무사귀환 염원 촛불기도회'(2014.4.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아흐레째. 정부의 실종자 수색작업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만 나는 희생자와 정부의 무능력함, 정치권 인사들의 막말에 온 나라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그러나 촛불을 밝힌 시민들은 오늘밤도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희망'의 기도를 드렸다.  

24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추모·실종자 무사귀환 염원 촛불기도회'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일주일째 진행됐다. 같은 날 오후 5시에도 30-40대 주부 6명이 대구 북구 구암동에서 1시간 가량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촛불기도회에는 시민 50여명이 참석했으며, 저녁 7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시민들은 침몰 사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보낼 희망종이학과 모금을 모아 다음주 월요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단원고교로 보내기로 했다. 특히 이들은 이날 희망엽서와 노란 리본으로 간절한 염원을 담아 기적을 희망했으며 검은색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기도 했다. 희망은 옅어졌지만 기적같은 생존을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반면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불신과 질책은 이전보다 강해졌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노란 리본을 다는 시민들(2014.4.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노란 리본을 다는 시민들(2014.4.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계명대 3학년 이강훈(22)씨는 "지금까지 실종자가 살아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안한다. 하지만 믿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한 사람이라도 살아서 우리의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정책에 죄없는 아이들이 희생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꼭 살아달라"고 소망했다.  

직장인 김병훈(29)씨는 "컵라면에 치킨, 폭탄주에 건배사까지. 유가족을 앞에 놓고 잠이 든 총리와 분노에 찬 유가족을 가로막는 경찰.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공무원. 도대체 어디까지 정부가 국민을 이토록 우습게 볼 수 있는지 시험을 하는 것만 같다"면서 "유사 사건이 또 발생한다 해도 지금의 시스템으로 정부가 과연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불신만 가득하다"고 질책했다.

정선국(58)씨는 "너무 늦었다. 하나라도 더 구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국가가 너무 미흡했다"며 "그런데도 반성을 안하고 가벼이 입을 놀리는 정치인을 보면 얼굴에 물을 붓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적처럼 태어난 너희는 기적처럼 돌아올거야"(2014.4.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적처럼 태어난 너희는 기적처럼 돌아올거야"(2014.4.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4일 저녁 9시 현재, 탑승자 476명 중 175명이 숨지고 127명이 실종됐으며 174명이 구조됐다고 집계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의 피해가 커 슬픔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경기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며,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늦어도 오는 24일까지 생존자와 사망자에 대한 마지막 수색작업을 마쳐달라고 21일 정부에 요청했다. 또 생존자 가족들은 22일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늑장대응과 언론의 왜곡보도를 질타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탑승객과 구조자 수를 8번이상 정정했고, 부처간 대책본부도 10개 이상 꾸려 비판을 받았다. 안전행정부 감사관 송모 국장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새누리당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는 사고 이틀째인 18일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을 일으켰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막내 아들은 "국민이 미개하니 국가도 미개한 것"이라는 글을, 권은희 의원은 '덧씌운'사진과 함께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글을 SNS에 올려 비난을 받았다.   

희망엽서를 적고 게시판에 붙이는 시민들의 모습(2014.4.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희망엽서를 적고 게시판에 붙이는 시민들의 모습(2014.4.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구 시민 촛불기도회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7시에도 대구백화점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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