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꽃들...못난 어른들 때문에 너희들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4.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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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구 분향소 / 이른 아침부터 수 백여명 눈물로 추모..."그저, 그저 미안하다"


국화 한 송이를 든 얼굴에 슬픈 그늘이 가득 드리워졌다. 검은색 옷을 입고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단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향을 피우고 손을 모아 허리를 숙인 이의 뒷모습에는 침묵만 따른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도 출근을 미룬 직장인도 한참을 단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다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 시민이 기도를 하는 모습(2014.4.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 시민이 기도를 하는 모습(2014.4.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미안하다"...눈물을 흘리는 시민(2014.4.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미안하다"...눈물을 흘리는 시민(2014.4.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가 대구에도 마련돼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함께 실종자들에 대한 무사귀환을 간절히 염원했다.

사고 13일째인 28일 대구시는 두류공원 내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인천, 경북 등 전국 17개 시・도에도 모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대구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조문을 위해 분향소를 24시간 개방하기로 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 대구 합동분향소'(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 대구 합동분향소'(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현재 사고 지역인 진도군에서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만큼 희생자 영정이나 위패는 모시지 않기로 했으며, 수색작업이 마무리 될 때까지 분향소를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분향소를 연 첫날인 28일에는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김범일 대구시장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새누리당 이재만・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통합진보당 송영우 대구시장 후보를 비롯해 시민 575명이 조문을 했다고 대구시는 밝혔다. 이들은 방명록에 추모글을 남긴 뒤 국화 한 송이와 향초로 숨진 이들을 애도했다.

"편히 영면하소서"...방명록을 남기는 시민(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편히 영면하소서"...방명록을 남기는 시민(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도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엄마 손을 잡은 고사리손부터, 20살 대학생, 오토바이를 타고 신문 배달을 가던 50대 아저씨, 18살 딸을 둔 학부모, 허리 굽은 80대 노인, 손녀와 함께 온 70대 할머니까지. 모두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이며 눈물을 흘렸다.

분향소를 찾기 위해 이날 출근도 뒤로 미룬 전치득(54)씨는 국화 한 송이를 단상에 올린 뒤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했다. "미안하다. 미안해. 못난 어른이라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도 눈물은 잦아들지 않았다. 전씨는 "나라가, 우리 사회가 살인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며 "젊은 애들, 그 못다 핀 꽃들, 어찌 다 책임을 질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향을 피우고 헌화하는 시민들(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향을 피우고 헌화하는 시민들(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재화(72) 할머니는 "아들아, 딸들아. 못다 핀 꽃들아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고이 잠들어라. 아픔이 없는 곳에서 평화롭게 잠들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또 "아직 못 찾은 친구들을 위해 희망을 달라"면서 "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라. 나쁜 어른들 우리가 다 처벌받게 해줄게"라고 덧붙였다.

18살 딸을 둔 우동일(50)씨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대한민국의 책임"이라며 "천진난만한 생명들의 웃음과 삶을 빼앗은 우리는 이런 슬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우영주(20) 씨는 "작지만 이렇게라도 마지막 가는 길을 달래주고 싶었다"면서 "내 동생 같은 친구들,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의 잘못으로 희생됐으니 우리가 다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이차영(33)씨는 "이렇게나 많은 꽃들이 저물었지만 아직도 저 차가운 바다 속에 1백여명이 넘는 실종자들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떠난 이들의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희생자가 더 늘까 두렵다. 그저 무사히 돌아오길. 하나도 다치지 않고 돌아오길.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수녀님들도 참석해 애도를 했다(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분향소에는 수녀님들도 참석해 애도를 했다(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범일 시장은 "아픔이 없는 곳에서 영면하길 바란다"고 했고, 김부겸 새정치연합 대구시장 후보는 "정말 미안하다. 부끄럽고 죄스럽다. 이제는 편히 쉬길 바란다. 못난 어른들이 진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송영우 통합진보당 대구시장 후보는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람을 살리는 정치에 매진하겠다"며 "무능한 정부가 빚어낸 비극 앞에 비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오후 1시 현재, 탑승자 476명 중 188명이 숨지고 114명이 실종됐으며 174명이 구조됐다고 집계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의 피해가 커 슬픔이 커지고 있다. 

어머니와 함게 분향소를 찾은 어린이(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어머니와 함게 분향소를 찾은 어린이(2014.4.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부는 지난 20일 경기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며,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늦어도 오는 24일까지 생존자와 사망자에 대한 마지막 수색작업을 마쳐달라고 21일 정부에 요청했다. 또 생존자 가족들은 22일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늑장대응과 언론의 왜곡보도를 질타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탑승객과 구조자 수를 8번이상 정정했고, 부처간 대책본부도 10개 이상 꾸려 비판을 받았다. 안전행정부 감사관 송모 국장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새누리당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는 사고 이틀째인 18일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을 일으켰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막내 아들은 "국민이 미개하니 국가도 미개한 것"이라는 글을, 권은희 의원은 '덧씌운'사진과 함께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글을 SNS에 올려 비난을 받았다.

한편,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 수백여개가 지난 25일부터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28일 현재까지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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