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기도합니다. 제발 한 명이라도 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4.1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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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구 시민 1백여명 촛불 기도..."끝까지 놓을 수 없는 희망의 끈, 무사귀환을"


고교생들이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교생들이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침몰 희생자를 위로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촛불기도회가 대구에서도 이어졌다.

침몰 사고 사흘 째인 18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과장에서 세월호 침몰 실종자 무사귀환 염원·희생자 추모 촛불기도회가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시민 1백여명이 참석했으며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됐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나 스케치북, 촛불을 들고 함께 기도를 했다. 길거리에 마련된 게시판 12개에는 동성로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적은 희망엽서 3백여장이 가득 붙었다. 촛불을 들지는 않았지만 시민들의 바람은 한결 같다.

세월호 침몰 실종자 무사귀환 염원 희생자 추모 촛불 기도(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침몰 실종자 무사귀환 염원 희생자 추모 촛불 기도(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길거리 게시판에는 3백여장의 희망엽서가 가득 붙었다(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길거리 게시판에는 3백여장의 희망엽서가 가득 붙었다(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얘들아 죽지 말고 무사히 살아돌아와", "차가운 바닷속에서 조금만 힘내주세요", "기적이 꼭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을게", "희망의 끈을 끝까지 놓지 마세요", "꼭 살아서 친구들이랑 부모님한테 돌아가자", "매일 기도할게 돌아와", "제발 살아서 돌아오세요",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합니다"

애원하고, 부탁하고, 걱정하는 많은 엽서들. 각자 나이도, 사는 곳도, 이름도, 제각각이지만 "살아서 돌아오라"는 진심어린 말만큼은 같았다. 특히 실종자 대다수가 단원고 2학년 학생으로 알려져 같은 나이또래의 교복을 입은 고교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앳된 얼굴들은 걱정어린 글귀를 엽서에 꼭꼭 눌러 남긴 뒤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촛불을 든채 슬픈 얼굴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기적을 바래요 꼭 살아서..."라고 적는 고등학생(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적을 바래요 꼭 살아서..."라고 적는 고등학생(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9일 새벽, 탑승자 476명 중 29명이 숨지고 273명이 실종됐으며 174명이 구조됐다고 집계했다. 18일 오후 3시부터 선채 수색작업이 시작됐으나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중 구조된 학생과 교사는 각각 75명, 3명으로 나타났고, 학생 11명과 교사 4명은 숨진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17일부터 본격 실종자 수색작업이 시작됐지만 조류가 강하고 비까지 내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들은 침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함께 유가족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들에 대해서는 눈물로 무사귀환을 염원했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줘"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든 시민(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줘"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든 시민(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도모계고 3학년 서나인(18)양은 "얼굴도 본적 없는 동생들이지만 모두 다 살아 가족들에게 돌아가길 바란다"며 "아무것도 못해줘 미안하지만 매일 기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거짓말만 하는 어른들과 정치인들, 기자들 때문에 이번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다면 정말 화가 날 것 같다"면서 "우리 친구들이 눈을 뜨고 감시할테니 제대로 수색해달라. 한명이라도 더 구조해달라"고 희망했다.

직장인 이창욱(35)씨는 "지금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온 국민이 이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며 "모든 실종자들이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희망한다. 이 마음이 진도까지 전달되길 바란다. 놓을 수 없는 희망으로 기도하고 염원한다"고 했다.     

"하루 빨리 부모님 품에 안기길" 기원하는 시민(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루 빨리 부모님 품에 안기길" 기원하는 시민(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사고 발생 후 배를 떠나 가장 먼저 구조된 것으로 알려진 선장 이모씨와 선원들, 미흡했던 초동조치와 재난대응시스템 미작동으로 사고를 키운 정부 관계부처에 대해서는 질타가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적절하지 못한 보도를 내보내 논란을 키운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 조외련(54)씨는 "눈물도 나고 화도 난다. 어른들의 책임 때문에 왜 아이들이 희생돼야 하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대통령뿐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면서 "세월호 선장만 탓할게 아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할때까지 제대로 된 재난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전형적 후진국형 인재"라고 비판했다.

중학생 자녀 둘을 든 학부모 김동만(49)씨는 "내 딸이라고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가슴이 찢어진다. 산채로 2백여명이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답답하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방관한 정부 관계자들과 자극적인 보도로 국민을 우롱하는 기자들한테 화가난다"고 지적했다.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수백장의 희망엽서(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수백장의 희망엽서(2014.4.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구뿐 아니라 경산에서도 같은 내용의 집회가 열린다. 경산시민모임, 경산시농민회, 경산시여성농민회, 통합진보당 경산 청도군위원회 등 4개 단체로 이뤄진 '경산경산민주단체협의회'는 19일 오후 5시부터 영남대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생환 기원집회'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집회를 주관하는 오경환 통합진보당 경북도당 미디어국장은 "침몰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함과 동시에 실종자들에 대한 조속한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집회를 열게 됐다"면서 "1분1초라도 빨리 구조돼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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