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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53명 혼자 돌봄, 대구 초등돌봄전담사 숨져...노조 "산재" 주장
고인, 학교 전보 후 돌봄교실 담당학생 '53명' 이전의 2배↑...생전에 "멘붕, 도움 절실" 우울증 진단
대구교육청, 전국 유일 '1전담사 2교실' 정책 논란...노조 "1교실 20명 축소, 진상규명" / "점차 개선"
2021년 03월 18일 (목) 15:05:53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돌봄전담사가 개학한 지 보름만에 숨져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지부장 정명숙)에 따르면, 대구 삼영초등학교 돌봄전담사 김모씨가 지난 15일 오전 7시 숨졌다. 유가족은 지난 17일까지 고인에 대한 장례식을 치뤘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 대구 삼영초 돌봄전담사 고인 추모식(2021.3.18.대구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분향소에 묵념하는 대구 초등 돌봄전담사들(2021.3.18.대구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교육청과 노조 말을 종합한 결과, 교육청은 지난 달 19일 고인을 대명초에서 삼영초로 전보 발령했다. 비정규직에서 직고용으로 전환돼 돌봄전담사 소속은 교육청이다. 따라서 고용주는 강은희 교육감이다. 문제는 옮긴 뒤 시작됐다. 발령 전 담당 돌봄교실은 1개, 학생 수는 20명이었지만 옮긴 학교는 1전담사 2교실을 운영해 홀로 교실 2곳에서 각 26명+1 모두 53명의 학생을 돌봤다. 돌봄교실과 함께 운영하는 특기적성교실 강사도 2명, 4시간씩 배치해야 하나 학교는 1명 3시간만 배치했다. 정상 수업이 끝나는 오후 12시부터 6시간 일한 고인은 돌봄에 학생관리·나이스 등 행정업무도 맡았다.

카카오톡 문자에 생전 고통이 고스란히 남았다. 노조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고인은 "머리에 멘붕(멘탈 붕괴.정신적 충격의 신조어) 왔어요. 나이스에 두 반에 넒은 교실에 물건 산더미. 강사 3명 다 새로와요. 도움이 절실합니다. 매일 살 빠지고 있어요"라는 카톡을 지난 달 26일 동료 에게 보냈다.

   
▲ "선생님 시간되면 와요. 멘붕 왔어요. 두 반 넓은 교실에 물건 산더미...도움 절실합니다. 매일 살 빠지고 있어요" 고인이 생전 동료 돌봄전담사와 주고 받았던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내용 / 자료.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제공

개학 전 사흘 학교에 출근해 돌봄교실을 준비했고 지난 2일 정상 출근했다. 하지만 업무가 많아 퇴근 후 업무를 집에 들고가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 날 고인은 학교에 과중한 업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동료에게 다시 "힘듦"을 하소연했다. 그리고 이틀 병가를 냈다. 구토·메스꺼움·식은땀 증세를 보였다. 이어 지난 7일 "잠을 못자 신경과 약 먹었어요. 긴장을 너무해서 몸이 무너졌나봐요. 죄송하지만 오늘 일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서류 받은 것들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해요. 내일 당장 방과후도 보내야 하는데. 이틀 아파 못나가는 바람에 좀 도와주세요"라는 카톡을 동료에게 보냈다.  

이어 8일 출근해 학교에 또 대책을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 9~12일 재병가를 냈고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진단서를 학교에 냈다. 그리고 지난 15일 출근 당일 오전 7시 숨졌다. 사인은 불분명하다.

노조는 18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식 겸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돌봄전담사들를 포함해 조합원들이 참석해 분향소에 묵념하고 헌화했다. 노조는 "대구교육청의 과도한 돌봄 노동 정책이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강 교육감이 책임지고 진상규명하라"고 촉구했다. 또 "유족에 사과하고, 다른 시·도 수준으로 1전담사 1교실·학생 20명 축소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 "강은희 교육감 진상규명, 1교실 1전담사 배치" 촉구 기자회견(2021.3.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명숙 지부장은 "혼자 초등학생 53명을 어떻게 돌보냐"며 "코로나19로 돌봄이 중요해지면서 안그래도 힘든데, 학생 수를 이렇게 늘려놓으니 결국 죽음에 이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려달라고, 1전담사 1교실을 해달라고 파업에 노숙농성을 해도 책임지지 않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사실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아니냐. 강 교육감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1전담사 1교실을 운영하는 다른 시·도교육청과 달리 전국에서 유일하게 '1전담사 2교실'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홀로 교실 2개를 담당하는 셈이다. 1개 교실 학생 수는 최대 25명으로 많으면 50명을 홀로 돌봐야 한다. 고인이 일한 학교는 대구교육청이 규정한 학생 수 범위도 넘어선 경우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초등교육과 한 방과후학교담당자는 "1전담사 2교실이긴 하지만 특기적성 강사도 투입해 혼자 돌본다고 보기 어렵고 50명은 거의 없다"며 "돌보는 학생은 10~15명으로 실제 관리 수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청과 사건이 관련 있다는 것은 너무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고인은 11년 만에 처음 인사이동 해 적응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현장 전담사들 의견을 수렴하고 모니터링 해 개선할 게 있다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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