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분간 화면 없는 비명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그리고 장면은 순식간에 바뀐다. 초록색 잔디밭이 드넓은 정원에 해바라기와 라일락, 장미꽃이 피었다. 어쩐지 노랑은 더 노랗고, 초록은 더 새파랗다. 정원 한 가운데 수영장에는 아이들이 뛰어논다. 숲으로 소풍을 갔다가 돌아온 일가족은 꿈 같은 대저택에 돌아와서도 케익과 커피를 즐긴다. 집 안팎을 오가며 대자연이 펼쳐진다. 너무나 안온하고 화목하고, 어쩐지 목가적이기까지하다.대저택 주인 부부는 자녀들을 등교시키고, 어머니를 초대해 정원을 보여준다. 남편 직장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동네
지난 3월 7일 저녁, 독립영화 전용관 오오극장에서 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 주최로 공동체 상영회가 있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 40여 명이 함께 영화를 보고, 콜센터 노동자와의 대화 시간도 가졌다. 나도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먼저 영화 상영 후 진행되었던 콜센터 노동자와의 대화에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대구콜센터분회 우가영 분회장과 나눴던 이야기를 전한다. 우 분회장은 첫 소감으로 "진상 고객은 이 영화에서보다 더한 경우도 많다. 진상 고객한테 당하고 나면 힘들지만, 동료들이 같이 욕해주고
작고 동그랗고 맑고 끝 없다. 물방울은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다. 그래서 평온하고 고요하다. 그 남자의 삶도 물방울을 닮았다. 붓끝으로 물방울을 그려내는 그 남자. 그의 아들은 화폭에 물방울을 그리는 아버지의 삶을 다시 스크린에 옮겼다. 관객도 영화 러닝타임 79분 내내 물방울 속으로 같이 침잠한다. 붓끝에서 캔버스, 카메라에서 스크린. 몇겹을 지나자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삶이 보인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김오안, 브리짓 부이요.2022)는 50년간 물방울만을 그린 고(故) 김창열(1929~2021.1.5
1.도쿄의 관청가 카스미가세키를 한 기자가 한 손으로 전화를 걸며 넘어질 듯이 달린다. 응답 없는 전화를 붙잡고 길을 달리던 중, 어느 작은 교차로에서 애타게 찾던 이를 찾은 듯 급히 멈추고 교차로 건너편에서 눈에 초점 없이 걷는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든다. 뒤늦게 기자의 존재를 알아챈 그가 무기력하게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본다. 그의 표정을 본 기자가 그에게 일어난 일들을 읽어버린 듯이 건너편의 그를 바라보고 그는 시선을 피하다 힘겹게 고개를 들고 소리 없이 말한다. “미안해요(고메나사이)” 그리고 기자가 다시 무언가를 외치려는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김혜수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지난 11월 25일 진행된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엔딩 멘트로 진행자 김혜수가 한 말이 대중의 열광적인 찬사와 함께 짧은 영상으로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여러분이 계속 사랑하고 함께 해 주신다면 한국 영화는 때로는 의 혜영처럼 강렬하게, 의 정도처럼 소신있게, 의 마석도처럼 통쾌하게, 의 서래처럼 꼿꼿하게, 각자의 삶 속에 담긴 수많은 모습으로 항상 여러분들 곁에 함께 있겠습니다."멘트 자체가 굉장히 의미 깊고 우
* 글 곳곳에 영화 스포일러가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고려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생각해보니 양영희 감독님의 이전 영화 (2006), (2011) 모두 극장에서 봤었습니다. 제가 감독님의 굉장한 팬이다 뭐 그런것은 아니지만(하지만 이렇게 글을 쓸 정도면 팬이네요^^), ‘조총련’이라는 단어 뜻도 잘 몰랐으면서 당시 영화 평이 좋다는 이유로 봤었던 , 그리고 5년후 개봉했던 속 카메라 렌즈에 담긴 가족에 대한 애정어리면서 한켠에 묻어나오는 슬픔같은 시
아득한 바다, 아득히 사라져 버린 서래를 찾아 헤매는 해준.밀려드는 파도, 파도, 어둑해지는 하늘.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정훈희와 송창식의 ‘안개’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노래에 잠겨서 객석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 여운이 오래 오래 남아서 한동안 안개에 잠긴 것처럼 희뿌연 마음이었다. 내내 서래가 의심스러웠다. 사랑인지, 의뭉스런 마음인지, 그녀의 진심을 알 수가 없었다. 호미산 정상에서 나는 서래가 해준을 벼랑 아래로 밀어버릴 거라고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