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공부를 하러 갔던 내 딸이 공장에서 일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출입국의 강제단속을 피하다 숨진 청년 여성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25)씨의 영정사진이 27일 오후 대구 중구 CGV 대구한일 앞에 놓였다.
뚜안씨의 아버지 A(49)씨는 영정 앞에서 향을 피우고, 합장하며 한참 사진을 바라봤다.
사망 사고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랑하는 딸이 앞에 있는 듯 사진을 쓰다듬었다. 그리움은 갈수록 커진다.
유족에 따르면, 뚜안씨는 예의바르고 효심이 깊었다.
한국에서 취업을 하면 고향 베트남에서 공부하는 동생을 도울 것이라 약속했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딸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용접공인 아버지는 딸의 죽음 이후 받은 충격으로 현재까지 일도 못하고 있다.
A씨는 "내 딸은 출입국이 단속을 벌였던 3시간 동안 숨어 있었다. 어떤 감정을 느꼈겠나"며 "두러움과 공포, 외로움...생각만 해도 너무 고통스럽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제 딸은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주길 바란다"며 "어떤 가족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단속 중 숨진 성서공단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기리는 촛불 추모제가 대구에서 열렸다.
'뚜안 사망사건 대응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중구 CGV대구한일 앞에서 '이재명 정부 강제단속 규탄,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 대구 추모제'를 열었다.
대책위는 ▲뚜안씨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포함해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공식 사과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 단속 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규정하는 '이주정책과 법' 전면 개정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뚜안씨의 명복을 빌며 이주노동자 노동권과 인권 증진을 요구했다.
"불법 사람은 없다. 단속추방 중단하라",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이라고 적힌 피켓과 LED 촛불을 들고 뚜안씨를 추모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 90여명이 참석했다.
대책위는 뚜안씨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
당시 단속에 붙잡혔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바로 강제 추방을 당한 탓에 사건의 정확한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앞으로 당시 관련자들의 증언을 비롯해 여러 자료를 모아 진상을 파악할 예정이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을 비롯해 산업재해 신청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한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와 산업재해 관련 전문가, 노동계 인사 등이 진상조사위에 참여한다.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법무부는 적법 절차를 준수했다고 했는데, 진정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며 "뚜안의 죽음은 단순히 단속을 피하다 사망한 사건이 아니라, 이주민 모두의 문제이며 한국의 노동권, 인권의 현주소가 어떤지를 여실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란미 경산이주노동자센터 활동가는 "지켜야 할 규정도, 적용돼야 할 절차도 무시한 채 진행되는 출입국의 단속은 인간 사냥"이라며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에 단속 과정에서 강압적 조치를 자제하고 안전 계획을 강구하라는 권고를 내린 이후에도 끊임없이 전국 곳곳에서 단속으로 사망하고 부상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내 S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뚜안(25)씨가 지난 10월 28일 오후 6시 38분쯤 자신이 일하던 공장 부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오후 3시부터 단속반을 투입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다한 단속을 벌였고, 그 결과 34명을 적발했다. 뚜안씨는 단속이 시작되자 공장 내 에어컨 실외기 창고 좁은 공간에 숨었다. 3시간 넘게 피신해 있다가 단속이 끝난 후 나오는 과정에서 3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경찰은 봤다.
뚜안씨는 베트남 국적의 계명대학교 유학생으로, 올해 2월 졸업했다. D-10 비자(구직비자)를 갖고 있었으나, 제조업 취업은 불가능한 비자였다. 취업 전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들어갔다. 입사 2주만에 정부 단속을 피하다 목숨을 잃었다. 고인의 부모님은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이다. 법무부는 "적법 절차를 준수했으며,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한 뒤 단속을 실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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