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태일(1948~1970) 열사 55주기, 고향 대구 중구 남산동 옛집에 13일 오후 따뜻한 밥상이 차려졌다.
폐암과 근골격계 질환 등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학교 급식노동자들, "노조 활동 보장"을 촉구하며 1년 넘게 싸워온 성서공단 태경산업 노동자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600일간 고공농성을 했던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들 등 지역의 노동 문제에 맞서 싸워온 노동자들을 위한 밥상이다.
이날 옛집 마당에 모여 함께 먹은 음식은 스페인 농부들이 고된 노동 이후 함께 먹는 음식이라고 알려진 빠에야다. 전태일 열사가 생전 어린 여공들에게 월급을 털어 풀빵을 사줬던 것처럼,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취지다.
노동자들은 인사한 뒤 한 자리에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공동체 밥상을 통해 각자가 처한 노동 문제에 대해 연대해주기를 바랐다.
급식노동자 김준주(58)씨는 "한 자리에 모여 밥을 한 끼 먹으면서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며 "공동체 밥상을 통해 급식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목소리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재식(65) 금속노조 태경산업현장위원회 대표도 "오늘 함께 먹은 밥처럼 열악한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전태일 열사가 55년 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산화한 것처럼, 우리도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권리라도 얻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사)전태일의 친구들(이사장 정금교)'는 13일 오후 중구 남산동 전태일 열사 옛집(남산동 2178-1)에서 '전태일 열사 55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에는 정금교 전태일의 친구들 이사장과 정은정 상임이사,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전태일기념관 관장, 임성종 대구경북추모연대 대표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 예정이었으나, 지난 11월 6일 노동자 7명이 매몰된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대응을 이유로 불참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과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죽고 다치는 현실에 대해 "변화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정금교 전태일의 친구들 이사장은 "노동 문제를 좌시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의 가치를 높여준 전태일은 우리의 희망이었다"며 "앞으로 전태일의 뜻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 전태일기념관 관장은 "현재까지도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과 여전히 근로기준법 바깥에서 적용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전태일이 지금 이 시대에 살아 있다면 55년 전과 같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을 것"이라고 했다.
'(사)전태일의 친구들'은 오는 22일 오후 2시 '혁신공간 바람' 상상홀(중구 중앙대로 402)에서 '지금, 여기 우리의 민주주의와 노동 현실'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임금 노예에서 기업의 시민으로: 전태일의 꿈을 찾아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민주주의 시대에 전태일은 왜 자꾸 부활하는가', 김문주 전태일의 친구들 이사(영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어떤 글쓰는 노동자의 의문: 전태일 글쓰기의 성격과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뒤, 참가자 자유 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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