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동화천변 일대에는 뜬금 없이 바나나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대구 북구청이 임의로 심은 나무들이다.
주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식재했다. 하지만 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바나나 나무들은 추운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 그 탓에 매년 심었다 뽑았다 새 나무를 구매하는 데 수천만원이 든다.
바나나 나무를 위한 온실까지 만들었다가 철거하는 등 여름 한철 눈요기용 사업에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재를 꼭 해야 하냐는 북구의원들의 지적에도 북구청은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의힘 소속 김상선(사선거구) 북구의원은 24일 신성장도시위원회의 북구청 건설과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동화천 식재 바나나 나무 구입에 1,480만원을 지출했는데, 몇 그루를 구매했냐"면서 "한 그루에 100만원이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북구 동변교와 동화교 사이 동화천 구간에 바나나 나무를 심었다. 기후변화로 길어진 여름에 맞춰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열대풍 산책로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나무는 한 그루당 100만원 정도다. 올해의 경우 14그루를 식재해 1,480만원이 들었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겨울철 대비 보양 작업을 위한 온실도 설치했다. 인근에 3,500만원을 들여 비닐하우스를 조성했다. 하지만 나무들이 쉽게 겨울을 버티지 못하는 등 효과가 미비하다고 판단해 설치 1년만인 지난 2023년 철거했다.
지난해부터 열대 기후에 사는 나무인 탓에 겨울철에는 나무가 제대로 버티지 못해 잘라내고, 예산 1,000만원~1,500만원을 들여 다시 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바나나 나무 온실과 관련한 지적을 했다"면서 "올해 또 나무를 식재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었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다만 "시민들이 이를 통해 즐거워하면 계속해야 할 사업이라고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최우영(마선거구) 의원도 "조경으로서의 의미보다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 우려가 더 큰 것 같다"며 "지난해에 바나나 나무 온실을 지었다가 철거한 것도 너무 과도했다.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북구청은 이에 대해 "주민들 호응이 좋다"며 사업 계속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석 북구청 건설과장은 "전임자 시절인 2022년 동화천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바나나 나무를 식재하고 종려나무를 갖다 놨다"며 "하지만 들인 돈에 비해 효과가 없어 온실은 철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주민들의 호응이 너무 좋은 상황"이라며 "지난해의 경우 SNS에 바나나 나무가 올라오고, 청년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가고,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반나절씩 놀다 가기도 한다"고 말햇다.
그러면서 "바나나 나무는 대구시의 랜드마크가 돼 있다"며 "개인적으로 1,000만원을 들여 비용 대비 그만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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