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80세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경북 김천 증산초등학교가, 어르신 학생들은 배제한 채 통폐합을 추진해 논란이다.
그대로 추진될 경우 분교로 격하돼 "폐교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지 못한 주민 가운데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신입생으로 입학하면서 마을에서 유일한 초등학교의 폐교를 막았는데, 1년여만에 통폐합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연령 차별'까지 있어 지역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경북교육청(교육감 임종식), 증산초발전위원회(위원장 김창국)의 말을 19일 종합한 결과, 경북교육청은 김천시 증산면 증산초등학교의 분교장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증산초는 현재 60대~90대 노인 15명과 취학의무대상자(만6세~12세)인 어린이 8명이 있는 작은 학교다. 학교에 다니는 어르신들의 연령대는 60대 2명, 70대 5명, 80대 7명, 90대 1명이다. 학생 수가 줄면서 폐교 가능성이 점쳐지자, 지난해 5월 어르신 13명이 1학년으로 입학했다. 이들은 현재 2학년이고, 올해도 2명이 입학하며 1학년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전체 교직원은 교사와 행정실 직원 등 11명이다.
하지만 경북교육청이 학생 수가 15명 이하의 학교에 대해 학부모 60%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할 수 있다는 '적정규모 학교 육성 정책'을 실시하며 문제가 됐다.
경북지역에서는 학생 수보다 교직원이 많거나, 최근 3년간 신입생이 없을 경우 2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분교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해 10월 관련 지침에 "학령초과자는 학생 수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근거가 됐다. 시행령 제51조는 "학교의 학급 수와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감이 정하며, 지역 실정에 따라 교육감이 정하는 자에 대해서는 학생 수에 포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시행령에 근거해 어르신들을 학생 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정원 외로 보는 것이다.
때문에 김천교육지원청은 지난 7월 증산초를 "2026년 3월 1일자로 지품천초등학교 증산분교장으로 개편한다"고 행정예고했다. 경북교육청은 이어 지난 8월 증산초 분교장 개편 내용을 담은 '경상북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상임위인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연말쯤 이를 심의할 예정이다.
학령초과자를 학생 수로 보지 않는 곳은 17개 시.도교육청 중 경북을 포함해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경남 7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천지역 주민들과 교육단체는 "증산초 분교장 개편은 학령초과자 교육권을 침해하고, 지역 소멸을 앞당기는 것"이라며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는 부당한 행정"이라고 규탄했다.
증산초등학교발전위원회, 경북교육연대는 19일 오전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교육청의 증산초 분교장 개편 강행은 학령초과자의 교육권을 보장하지 않고, 지역사회 소멸을 앞당기는 것"이라며 "경북교육청은 이를 즉각 중단하고, 학교를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만드는 정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학령초과자의 교육받은 권리를 무시하는 증산초 분교장 개편은 모든 국민이 차별없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며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어떤 권한으로 학령초과자의 교육 기본권을 침해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분교장 개편은 곧 폐교 수순으로 이어진다"며 "증산초 폐교는 지역사회 공동체와 교육, 문화, 복지의 구심점을 사라지게 해 지역공동체의 붕괴와 지역 소멸을 앞당기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창국 증산초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증산초가 분교로 바뀌면 결국 폐교 수순까지 밟을 것"이라며 "분교가 되면 노인 학생들이 공부는 하겠지만, 교장과 행정실장이 없어지게 돼 교육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증산초가 폐교되면 가목재라는 언덕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학교로 가기 힘들어진다"며 "결국 노인들은 집으로 가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경북교육청은 이에 대해 "통폐합은 행정기구 개편 차원"이라며 "어르신들이 졸업할 수 있게 최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북교육청 행정과 관계자는 "헌법에서 정하는 모든 국민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 특정 교육 방법이나 수단을 교육청이 지원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학생으로는 인정해서 어르신들이 졸업장을 딸 수 있게끔 서비스는 충분히 제공해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령초과자를 학생 수에 포함하게 되면, 경북에 교사가 모자란 상황에서 더 배치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며 "행정기구의 개편일 뿐이지 학교를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받는 불이익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이 제도권 교육 안으로 들어왔으면 당연히 교육을 받는 것이 교육청이 가진 의무"라면서 "교육청도 기준 안에 들면 무조건 폐교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교육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당연히 어르신들이 있으니 폐교 우려는 아직은 이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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